교과부는 학교 단위의 규칙 결정 뿐 아니라 교육청 단위의 규칙 결정 허용을 통해 다양한 교육 실험이 가능하도록 열어주어야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월 20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에 `두발·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및 전자기기 사용 등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래서 특별한 변동 사항이 없는 한 3월부터 전국의 모든 학교가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는 이 시행령 개정안의 목적을 "학생 생활지도와 학교 문화에 대한 내용은 시도 교육청이 조례로 제한할 게 아니라 개별 학교에서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어서 상위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 시행령 개정의 목적이 경기도와 광주시 그리고 서울시에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학생의 두발·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및 전자기기 사용 제한 등과 같은 사항은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교는 학생 생활 지도의 편의성과 학업에의 집중 등을 이유로 학교가 일방적으로 규정을 정해 통제를 했고, 다수의 학부모들도 비슷한 이유로 동의를 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광주, 서울 교육청에서 이 부분에 대한 통제가 학생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크다는 판단 하에 학교가 임의적인 통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학생인권조례에 담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과 관련해서 학생의 기본 인권을 더 우선 보장하고 이와 관련된 미비된 여건을 개선할 것인지 혹은 이와 관련된 여러 여건을 완벽하게 정비한 후 학생인권을 보장해줄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학생 인권을 먼저 보장해 준 후 이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 서울의 시도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고, 이들의 시행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를 참지 못하고 학생인권조례의 핵심 사항들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을 제정하는 것은 너무도 옹졸하고 비교육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교과부가 학생의 두발·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및 전자기기 사용 제한 등에 관련된 사항을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규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렇게 이 부분들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규정이 나오고 이러한 규정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보한다면 이는 우리 교육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학교간 다양한 규칙 제정을 만들어가기를 원한다면 교육청 단위로 다양한 규칙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도 학생인권을 퇴조하기 위한 방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인권을 좀 더 존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담은 조례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주민들이 직접 뽑은 교육감이 그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가겠다는 것 아닌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만 되고 시행이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기도와 광주의 학생인권조례는 1년 이상 시행이 되고 있다. 이 두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인해 다른 교육청보다 교육이 더 후퇴한 증거는 하나도 없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고, 보완할 사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위법을 통해 무력화시킬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서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또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과의 비교를 통해 학생인권이나 학교 규칙 관련하여 우리 교육이 나아갈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교과부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학생의 두발·복장 등 용모에 관한 사항,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및 전자기기 사용 제한 등을 학교 규칙에 담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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