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있는 저는 남성 정체성 범성애자고요. 젠더리스면서 무성욕 무로맨틱 무성애자인 친구와 같은 신체를 공유하고 삽니다.
(걔는 저를 굳이 호칭을 쓴다면 파트너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서로 너, 니가 이런식으로 막 불러요. 그 애는 진짜 저를 막 불러요.)
※입력은 제가 하고있지만 글 내용은 함께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젠더가 2개이고, 각각 지향성도 달라서 참 많이 싸웠습니다.
서로를 부러워하며 자학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하며 살아갈 결심을 하고
참 살아가기 버거울 이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애쓰고는 있지만 고통의 연속이었던 지난 날들은 우리의 마음을 많이 지치게 했고 저는 제 마음에 솔직해지는게 이전보다 더 두려워졌고, 많은 감정들을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예전 일들이 떠오르지 않도록 막고있는것같아요.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 급격히 불안해지고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리스는 제가 변했다면서, 예전엔 꼴사나웠지만 그래도 풍부한 사람이었다며 찹작해 했습니다.(물론 그렇다고 전처럼 X랄 하는것보단 지금이 낫다는 말도 덧붙여서, "우리 둘이 같이 살려면 이대로가 더 나아"라고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속이 텅 빈 느낌에 익숙해지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정말 괜찮은걸까 하고. 아프진 않으니 당장 힘들지는 않지만 뭔가 울적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요.
리스는 유성애자들의 심리를 이해해보려고 끙끙대고 있습니다.얘에겐 세상이 납득되지 않는것들 투성이입니다. 남녀 개념부터 성적인 욕구와 성애까지. 리스가 매번 하던 말이 "왜 이런게 살아있는 거야, 왜 이딴게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였는데, 하도 답답해서 화내고 한탄하며 한 말들이었죠. 아직도 정말 모르겠다고 합니다. 존재하는 이유도, 다른 많은 것들도.
저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매일 존재가 의문스럽고, 비슷한 사람도 찾지 못해 허공을 헤매는것만 같습니다. 이 모든것에 끝이 있음을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나라서, 이런 우리라서 가진 장점이 있을까요? 우린 평생 이러고 살아서 모르겠어. 도저히 모르겠어.
당신이 보기에 우리는 어떤가요?
제가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될까요?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가치를 느끼는 날이 올까.
기다려야한다는 것 쯤은 나도 알고있어.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게시판상 이지만 일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사이 마음연결 상담원 박재경입니다.
지난 글에서 몸과 마음이 아프고 증상들 때문에 괴롭다고 하셔서, 내과와 정신 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해드렸었습니다.
요즈음 몸과 마음의 건강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잊지 않고 고민을 이렇게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변 사람들과 세상의 소위 질서란 것들이 호소님의 감정, 생각, 행동과 달라서, 외롭고, 고독하고, 위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 허공을 헤매는 것만 같다”는 말씀에 안타까움과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사소한 경험일 수 있는데, 호소님에게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감당하다보니 참 힘들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기 어려웠겠지요.
최선을 다해서 애쓰고 있지만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대화가 통할까 싶어서 주저하는 이유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분명 호소님은 내면의 전투를 치열하게 치렀을 것입니다.
그 싸움의 한 가운데에서 발견한 지금의 호소님의 성정체성,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그 자체만으로도 저에게는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을 저희랑 상의하고, 살아가기 쉽지 않지만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에서, 호소님의 삶에 대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호소님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지, 어떤 도움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은지 저희랑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외적 내적인 에너지를 쏟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에너지를 쏟는 주인은 호소님인데 에너지를 쏟고자 하는 목적이 호소님인지? 다른 사람인지? 혹은 세상의 소위 질서라는 것인지? 이해를 해야 호소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호소님의 장점,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찾기 위해서라도 저희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신지요?
소식기다리겠습니다.
온라인 상담으로도 가능하고요, 전화로 방문상담을 신청을 하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호소님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연결 상담원 박재경 드림
마음연결 문의
월 ~토(오전 10시 ~오후 7시) : 070-4282-7945/7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