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에 대해 ‘복면을 쓴 집회 참여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대도시 주요도로 행진 금지’ 등의 조항을 삽입하도록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복면 집회 금지' 조항을 추가한 이 집시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쪽에서 제출한 것이며 복면 집회자 단속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 법안 통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경찰 관계자는 화염병, 쇠파이프와 관계된 복면 시위가 아니라 '단순한 마스크 착용이더라도 신원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금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여 말썽을 빚고 있다.
이 집시법 개정안은 분명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정면으로 저촉하는 악법일 뿐만 아니라, 검거의 편리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졸속 경찰 행정의 속내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신원을 감추기 위해 복면이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회에 나가거나, 시가지 행진을 하는 것 등은 시민권을 가진 우리의 당연한 권리다. 우리에겐 표현할 권리 못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권리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복면 집회 참가자에 대한 단속법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도 공공연히 드러내놓은 적이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특히 이 집시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우리 동성애자들이다. '아웃팅'에 대한 염려 때문에 간혹 필요에 의해 얼굴을 가리고 집회와 시위에 참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간 동성애자 시민권을 주장하기 위해 '자긍심 퍼레이드'를 비롯한 각종 행진과 노상 행사을 벌여왔는데, '복면 금지 조항'과 '주요도로 행진 금지 조항'은 우리 동성애자의 실존적 권리 자체를 드러내놓고 억압하는 악법임에 분명할 터다.
과연 노무현 정부의 경찰은 생각이 있는가? 무자위적인 검거의 편리를 위해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마저 망각하는 저 파렴치한 경거망동은 어떤 정당성을 지니는가? 시위와 집회 참가자들의 마스크 착용이 곧 절실한 표현이자 정치적 행위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저 백치적 발상은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우리 동성애자들은 벽장 속에서만 시위를 하고 행진을 해야 하는가? 지금 개그를 하자는 건가?
하여 우리는 요구한다.
1. 한국의 경찰은 동성애자에게 복면을 허하라. 복면을 쓰고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억압하지 말라.
2. 주요 도로에서 우리의 실존적인 권리와 정치성을 표현하는 가두 행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억압하지 말라. 더 이상 한국의 시민을 국제적 농담거리로 만들지 말라.
3. 시위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우리의 기본적 권리를 우롱하지 말라.
한국 남성 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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