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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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14
: 김동하, <나의 주거투쟁>
우리 시대 게이들은 대개 대도시의 익명성을 흠모했다.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아는 시골 특유의 정겨움은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경북 모 마을에 살던 친구는 고향에서 위치기반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켰을때 가장 가까운 게이와의 거리가 20km였다고 했다. 이성애자인 책의 저자가 대학과 직장, 아이 학군을 위해 서울을 고집했듯 우리 역시 조금은 다른 이유로 서울을 탐내는 것이겠다.
책 ‘(서울을 사수하기 위한) <나의 주거투쟁>’은 한 사람의 서울거주권 사수 성공담 정도로 읽히며 그렇게 좋은 통찰이 담겨있지 않다는 데는 책읽당원 다수가 동의했다. 그러나 함께 읽은 이들과 서울에서의 주거투쟁 경험을 가볍게 늘어놓기에는 썩 괜찮은 책이었다. 다음은 책에 대한 문답들.

▲ 김동하, 『나의 주거 투쟁 : 주거 이력서로 바라본 나의 성장 이야기』, 궁리, 2018.
다들 책을 어떻게 읽었나.
을기: ‘주거투쟁’이라는 제목이 과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7~80년생 정도 되는 사람이 저자라서 그런 것인지. 10대, 20대 때의 자기 자신을 굉장히 멀게 이격시켜서 자신과 거리를 두고 이야기하는 게 조금 건방져 보였다. 정부지원 신혼대출로 손쉽게 주거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었던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조금 불편하기도. 이런저런 책 인용할 때마다 기계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플로우: 자신이 거쳐온 삶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애가 높은 것 같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에 불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왜 책을 쓸 정도로 주거라는 주제에 천착을 했느냐, 생각해본다면 뭔가 한이 맺혀있는 주제고 그래도 내가 나만의 집을 갖게 된 것만으로 성공의 증표, 뉴 스테이터스를 획득한 것으로 느낀 것 같다. 꽂혀있는 주제인데다 나를 덧붙인 주제이고. 그래서 이런 일대기적 성격의 글이 나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으로 책은 매우 이성애중심적이고 정상가족 위주로 쓰였다. 그럼에도 여러분의 이야기가 좀 더 나올 수 있는 책이 모임 취지에는 좀 더 부합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골랐다.
가장 인상깊었던 주거 경험이 있다면.
성민: 서울에 처음 와서 직장을 구하고 반지하 고시텔에 살았다. 직전에 처음으로 50만원을 들고 서울에 왔었다. 친구집이나 사우나에 가서 자면서 전전했다. 그래서 고시텔이 나에게 축복받은 공간으로 기억된다. 짐을 어딘가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물론 반지하에 살 때의 꿈은 ‘지상으로 탈출하고 싶다’ 였다. 반지하는 항상 습할 수밖에 없었고. 새벽이면 항상 아저씨들이 담벼락에 오줌을 싸는 통에 냄새가 났다. 사람의 발만 보고 살다보면 뭔가 내 위치가 마치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용감하고 패기가 있었기 때문에 힘들다기보다는 ‘그렇게도 살았구나’하고 좋았다. 그때가 나의 주거투쟁기였던 것 같다.
묵이: 대학생때 자취를 했는데 혼자 세를 내기에는 부담이 있어서 과 동기 후배들과 셋이서 쓰리룸을 잡았다. 그때가 재미있었던 게 방 하나를 안방으로 해서 잠만 자고, 방 하나는 피시방처럼 꾸며서 같이 게임을 했다. 과 선후배 동기들이 다같이 와서 같이 자고 놀았다. 방에는 항상 6-7명이 자고있고. 밥 차려놓으면 사람들이 와서 먹었다. 재미있었다. 그러다 고학년이 되고 나와서 따로 살게 됐는데 적적하더라.
크리스: 저는 조금 반대되는 경험을 했다. 취업하고 이성애자인 고향 친구들 두 명이랑 셋이서 서울대입구에서 같이 살았다. 커밍아웃도 안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살았다. 물론 좋고 재밌었지만 게이라이프를 즐기기에는 아쉬웠다. 남자를 집에 데려올수도 없고 게이 야동을 볼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 오피스텔을 구해서 나갔다. 너무 좋았다.
지금의 집을 고를 때 중점적으로 본 것이 있다면?
우석: 저는 좀 개인공간이 필요한 유형이다. 개인공간 없이 살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도 4인1실 기숙사였고, 군대생활도 그렇고. 그래서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너무 좋았다. 반지하는 싫고 빛이 좀 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3층을 구했다. 그래도 공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서 건물은 낡은 편이지만 공간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방 하나에만 계속 있는 원룸 공간이 그렇게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제이: 저는 스무살 때 재수하면서 반지하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고, 고시원, 옥탑방, 투룸 등을 거쳐서 지금의 공간에 왔다. 꽤 썩 좋은 공간에 애인과 살고 있는데. 단점은 90% 이상의 가정이 이성애·정상가정이다. 주변 상권이 다 4인가족이 이용하기 좋게 구성돼 있고, 또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은데 그 소음으로 항상 괴롭다. 주말 낮에도 종일 뛰어다닌다. 그런 신도시나 신혼부부가 사는 공간에 있다보면 게이들은 불편함도 많이 느끼고 그렇더라.
게이들은 어떤 공간에서 사는 게 좋을까.
성민: 아이를 키우는 커플은 잘 없지만,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게이커플은 많다. 그래서 단독주택 같은 주거형태를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또 애인과 한 공간에 있되 개인생활은 분리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장실도 두 개 있고, 침실 한 곳에 침대도 두 개 있는 트윈베드가 좋겠다. (호세: 그럴 거면 차라리 각방을 쓰는게 낫지 않아요?) 그건 남과 다를 바 없지 않나.
하진: 성소수자끼리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것도 좋겠더라. ‘퀴어타운 프로젝트’같은 시도들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집 하나만 만드는 것이 아니고 마을을 형성한다면 동네 커뮤니티 속에서 퀴어들이 교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가?
멧비: 아파트같은 복합주거형태에 계속 살아오긴 했지만, 도시공간에서 아파트는 그렇게 정의롭지는 않은 주거형태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살게 된다면 종로·중구·은평구처럼 산이 많은 지역들이 좋겠다. 문화적으로도 다양하고 또 지금 사는 지역에 비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보인다. 서울이 아니라면 해외에서 사는 것도 좋겠다.
진구: 비현실적으로 얘기한다면 주거 없이 한 달 동안 여행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경제적인 자유를 이루고 어딘가 적을 둬야한다면 영종도 정도가 좋지 않으려나? 집값도 싸고 주변 뷰도 좋고. 동남아 이런 곳에서도 한 달씩 살아보고 싶더라.
하진: 외국 하니까 떠오른건데 샌프란시스코에 살아보고 싶다. 게이 프렌들리한 도시라고 해서. 미드에서도 샌프란시스코를 두고 ‘게이들이 꼭 살아봐야 할 도시’라고 묘사한 걸 봤기 때문에.
플로우: TV프로그램에서 번성한 도시에 대한 지표를 설정해서 순위를 매긴 걸 봤다. 그런데 지표 중 하나가 ‘게이들이 거주하는 비율’이었다.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드러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포용성을 갖췄으니 살기 좋고 번성한 도시라는 해석이다. 그런 점에서 샌프란시스코가 그 예시에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서로에게 말을 잘 걸고. 그런 여유와 자유로움이 서울에는 없다 보니.
크리스: 나이대에 따라 살고싶은 공간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애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르고. 젊을 때는 종로3가의 3호선, 이태원의 6호선이 겹치는 약수역이 좋았는데 나이가 많아지니 서울 외곽이 좋아진다. 또 주변환경이 조용하고, 읍내가 갖춰져 있고 그런 느낌이 좋더라.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역세권인 것 같다. (웃음) 50대가 넘으면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또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싶기도 하다. 애인은 지금 속초에서 살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나로서는 결사반대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또 그런 게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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