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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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3]
익선동 야간개장 참관기

1.
2018년 5월 26일 오후 11시, 익선동 야간개장이 개최되었습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측은 'GLOW SEOUL'로, 종로 포차 거리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개업한 'GLOW Kitchen'을 시작으로 익선동 내에 총 6개 매장(2018.6.현재)을 연 기업체입니다. GLOW Kitchen이 그랬던 것과 같이, GLOW SEOUL 소속 매장의 대표와 직원들은 상당수가 게이이거나, 이들이 게이임을 아는 이성애자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GLOW SEOUL 소속 6곳, '익선다다' 소속 5곳, 기타 1곳 등 총 12개의 식음료 판매 업장에서 야간개장이 성대한 막을 올렸습니다.
행사를 총괄 기획한 GLOW SEOUL 대표 이든(Ethan) 님의 기획의 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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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취지에 따라, 익선동의 12곳 매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퀴어 관련 행사가 기획되었습니다. 각 매장에는 예외없이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달렸으며, 행사는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 날 열린 행사의 종류와 각 매장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더불어, 당일 성황을 이루었던 각 행사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열두달'에서는 익선동 야간개장의 입장권에 해당하는 브로셔와, 퀴어문화축제 후원 뱅글이 판매되었고, 종로3가에서의 퀴어의 역사를 조명하는 '종로이반전'이 개최되었습니다.

입장권이 배부되는 '열두달' 앞은 행사 시작 시각 30분 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이 행렬은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습니다.
당일 배부되었던 익선동 야간개장 입장권과 가이드맵의 모습입니다.


'경양식1920'에서는 퀴어 섹스토이샵 '큐토박스'의 팝업스토어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성기구가 진열되었고, 기구의 사용법 등이 홍보되었습니다. 행사를 통틀어 단연 '퀴어'한 곳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낙원장'에서는 'XNX언더웨어'의 팝업스토어가 열렸습니다. 파격적인 할인가로 판매되는 제품 덕에 대기번호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입장권 부스 앞 못지 않게 장사진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 이 날 준비된 모든 수량이 조기에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익동정육점'과 '별천지'에서는 야간개장에 들른 퀴어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했습니다.


'식물'에서는 권욱 작가의 다큐멘터리 <다다-익선>이 상영되었습니다. 종로3가 지역의 게이바 등 게이업소의 내부를 360도 촬영한 것으로,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에서 배제되고 있는 소수자 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입니다. 올해 제23회 인디포럼2018에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살라댕방콕' 앞에 깔린 대형 무지개길의 모습입니다.


이 곳 '살라댕방콕'과, 새로 개장하게 될 '더섬머'에서는 '모:임 프로젝트' 측의 주최로 댄스 공연과 노래 공연이 개최되었습니다.

이 날 있었던 공연의 출연진 목록입니다. 얼핏 보아도 적지 않은 수의 팀들이 참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연은 뜨거운 열기 속에 새벽 2시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동남아'에서는 주요 문예지를 통해 작년에 등단한 퀴어 소설가 P 작가의 북콘서트가 개최되었습니다. 이어서 퀴어 만화 페스티벌이 열렸고, 변천 작가, 오 작가, 철썩 작가님의 작화가 행사장 내에 크게 게시되었습니다. 작가와의 대화와 단행본 판매, 청중들의 즉석 그림 그리기 등 풍성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낙원양과자'에서 특별 제작해 판매한 레인보우 사브레의 모습입니다.

'심플도쿄'에서는 서울프라이드영화제 측에서 준비한 퀴어 단편영화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행사장을 통틀어 가장 조용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단편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몽드방콕'에서는 박그림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었습니다. 게이스북에 걸려 있는 게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재해석해 비단 위에 채색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은 <화랑도>라는 제목으로 2018년 4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렸던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였었습니다.

끝으로 '열두달'에서 열린, 종로3가의 게이업소의 역사를 정리해 전시한 '종로이반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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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행사가 기획·준비되던 과정에서 작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남성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가리켰던 '보갈'이라는 말이, 성판매여성을 뜻하는 '갈보'를 비튼 말이기에 곧 여성혐오의 맥락을 가지고, 따라서 이 단어를 행사 홍보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그것이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날선 논쟁들이 오갔고, 이에 따라 행사 2주 전에 종로3가에 존재했던 '보갈', '이반', '게이'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급하게 기획되었습니다.
'보갈'과 '갈보'의 연관관계 대로, 익선동을 포함한 종로3가, 그리고 이태원은 공교롭게도 남성동성애자의 게토이자, 성판매여성의 집결지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딘가 규범적이지 않은 성의 실천들이 세상의 낙인을 피해 한 자리에 모여든 결과였습니다. 1960년 낙원극장이 생기고, 1966년 파고다극장으로 개칭된 이래 그곳은 숱한 호모와 보갈들이 짝을 찾는 하위문화의 중심이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게이바와 가라오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을 기준으로 이곳에는 50-55개의 게이업소가 있었고, 현재에도 100여개의 게이업소가 이곳에 성업 중입니다.
동성연애자가 아닌 동성애자, 익명의 보갈이 아닌 인격적인 이반사회, 게이커뮤니티의 상상 또한 이곳 종로3가에서 출발했습니다. 섹스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 그것을 둘러싼 삶까지 함께 고민하는 성정체성으로서, 이반과 게이라는 말이 1990년대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운동과 친목이 뒤섞인 희한한 종류의 당사자성이 이곳 종로3가에 터잡았고, 기존에 있던 게이업소의 인프라 위에 1998년 친구사이 사무실이, 2005년 iSHAP 상담실이 들어섰습니다.
이들은 이윽고 한국에서 새로 태어난 성적소수자라는 범주의 한 기둥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을 한데 묶는 LGBT 정체성은 1998년 창간된 잡지 <BUDDY>의 이상이었고, 2000년 제1회 퀴어문화축제의 모토였으며, 이후 여러 연대체를 거치며 성소수자인권운동의 이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에서 퀴어라는 말은 그렇게, 성적소수자라는 틀거리 안에서 게이가 레즈비언을, 레즈비언이 트랜스젠더를, 동성애자가 바이섹슈얼을 의식할 줄 안다는 일정한 규범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퀴어라 함은, 그 각각의 정체성들이 오랜 사회의 낙인을 무릅쓰고 키워온 과거의 하위문화와 커뮤니티의 역사, 그리고 그곳에서 끈질기게 이어지던 비규범적 성과 비규범적인 존재의 의미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게이의 경우, 여느 이성애자나 일반 남성과 우리는 다르다는 비규범성의 은어와 관습과 전승들이 커뮤니티의 거의 모든 문화에 녹아 있습니다. 이렇듯 '퀴어'라는 우산 안에서 게이 이외의 타자를 인식하고 그들과 교류할 줄 알면서도, 그 속에서 엄연한 하나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퀴어스러운' 과거와 현재를 곱씹는 것, 이것은 이 행사의 뼈대가 된 주요한 취지였습니다. '보갈'의 역사를 담은 전시 바로 옆에 열린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의 뱅글 판매 부스를 보며, 퀴어 속 게이, 게이 속 퀴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 '보갈', '종로이반전' 전시물 중.

3.
그럼에도 여전히 머릿속에 남는 의문은 있습니다. 위 사진은 익선동 골목에 상영된 권욱 작가의 '다다-익선' 가운데, 지난 5월 23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 한때 '게로수길'의 부흥을 이끌었던 'the 나인'의 내부를 비춘 장면을 촬영한 것입니다. 그 위의 벽에 붙어있는 '임대문의' 광고를 보며, 야간개장의 성황을 뒤로하고 현재의 익선동과 게이업소에 대해 묘한 감흥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익선동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많은 소규모의 게이업소들이 이곳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GLOW SEOUL 역시 세입자의 위치에 있는 기업체일 뿐이지만, 혹여 이런 행사가 이곳의 지가·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지 않을지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염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상황을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이 문제가 게이커뮤니티와 종로3가의 과제이자 열린 화두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행사 중간중간에 스스럼없이 얼굴을 내보이던 많은 수의 게이들과 공연자들, '똥꼬팬티'처럼 '음란'으로 지목되기 쉬운 섹슈얼리티 표현이 과감하게 시도되는 것, 더불어 여성성의 낙인을 무릅쓰고 자신의 끼를 내보이던 드랙퀸들과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던 머리짧은 게이들을 보면서, 걱정스런 가슴 한 켠을 조금은 내리누를 수 있었습니다. 익선동에서 성소수자들이 이성애자로 패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퀴어'함을 잊지 않은 채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도 의미심장한 시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가 명실공히 정신병이던 20세기 중후반을 지나, 화장실의 글로리홀이나 극장의 뒷자리에서 사람을 겨우 만나던 세월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고, 이렇게 다종다양하고 번듯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리도 천박(!)하고 퀴어하다는 것을 한번쯤은 드러내보이는 자리, 이 날의 행사는 그런 뜻으로 가슴에 와닿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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