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
성소수자 관련 웹툰 작가와의 만남 #2
<변태천사>, 변천 작가
* 친구사이 소식지팀에서 기획한 ‘성소수자 관련 웹툰 작가와의 만남’, 그 두번째 인터뷰는 올해로 작가 데뷔 10주년을 맞으신 <변태천사>의 변천 작가님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소식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님.
변 천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퀴어툰 작가 변천입니다.
▲ 첫 작품 ‘변태천사’는 2005년 6월에서 2006년 3월까지 블로그를 통해 연재된 작품으로 2007년 10월 절대교감 출판사를 통해 단행본으로 출간 되었다.
소식지 변천님하면 첫 작품 ‘변태천사’를 많이들 떠올리세요. 블로그로 처음 연재를 시작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변 천 ‘변태천사’는 제가 쓰던 게임아이디였어요. 블로그도 같은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죠. 그 당시에는 게임회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블로그를 통해 회사동료들과 같이 그림얘기를 하던 정도였습니다. 회사 동료중에 BL 동인활동을 하는 여직원이 있었는데, 동인지 세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저도 (동인지관련 행사가 있을 때) 가끔 축전도 그려주곤 했었는데, BL을 보니 게이들의 실제 일상이나 감성과는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현실성 있게, 남자가 그리는 게이물은 어떨까? 나도 한번 그려볼까?’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죠.
소식지 회사에 커밍아웃하신 상태였나요?
변 천 아뇨. 그때는 장난식으로 그렸죠.
소식지 그래도 반응은 제일 좋으셨죠?
변 천 변태천사 때가 반응이 제일 핫했던 거 같아요. 팬레터도 받아보고. 남자/여자 다 왔어요.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미니홈피를 쓰던 때잖아요. ‘사귀고 싶어요’라고 연락이 왔었죠. 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제가 변태인거 같아요.”
소식지 작가님 그림체는 야하지 않고 오히려 ‘마법천자문’에 어울릴법한 학습만화체 같은 그림체인데요, 퀴어작가로서 자신의 그림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변 천 ‘변태천사’를 연재할 때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에 짬을 내서 그린 것이라, 최대한 쉬운 그림체, 빨리 그릴 수 있는 그림체로 그렸어요. 굳이 귀여운 스타일로 해야지 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구요.
소식지 그림체는 학습만화 그림체인데 내용은 야해서 더 변태스러운 거 같아요. 쉬운 그림체여서 눈에 쉽게 읽히는데 내용은 야하니까 더 독특하게 보여요.
변 천 ‘변태천사’라는 제목을 지을 때도, 내용은 되게 변태같지만 반면에 착하고 천사같다(는 의도였죠.)
소식지 작가님 작품은 퀴어를 주제로 다뤄도 굉장히 밝고 가볍게 다루시잖아요. 그렇게 다루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변 천 제 성격이 낙천적인 것도 있고, 어두운 얘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어요. 영화나 만화나,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제가 간지러워서 그런 얘기를 잘 못 다뤄요.
소식지 그래도 건드릴 건 다 건드세요. ‘펜트하우스’에선 유부게이와 자살한 게이가 등장하고 영화 ‘TNT’에선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성소수자의 얘기가 다뤄지죠. 어떻게 보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죠.
변 천 이야기에 갈등이나 고비는 있어야 하니까, 그런 얘기들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데, 그런 주제를 풀더라도 신파로 가는 건…(별로 선호하질 않습니다.) ‘펜트하우스’는 그런 면에선 제가 잘 못 한 것 같아요. 좀더 가볍게 썼으면 재미가 있었을 텐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소식지 ‘펜트하우스’가요?
변 천 ‘펜트하우스’는 정해진 8회 가운데서 얘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어쨌든 설정된 얘길 다해야 하고, 그걸 하다 보니, 좀더 개그도 많이 하고 했었어야 했는데, 스토리만 풀다 끝나서 아쉬웠어요.
소식지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가볍게 풀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보면 머리가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작업은 주로 어떻게 진행하세요?
변 천 그런 고민거리들은 이쪽 분들은 몇 가지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친구들끼리 만나면 자연스럽게 하는 얘기죠. 구상은 보통, 혼자 망상을 하다가 ‘아! 이런 얘기는 어떨까?’하고 떠오르면 계속 끝까지 이어보다가 ‘아!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내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죠.
▲ 2013년 퀴어문화축제를 위해 기획한 ‘퀴어툰’은 온라인 소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1,253,100원의 모금에 성공하였다.
소식지 ‘퀴어툰’ 같은 경우에는 흥부전, 신데렐라와 같이 익숙한 소재들을 많이 사용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어요?
변 천 ‘퀴어툰’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2013년 퀴어문화축제때 조그만 책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었어요. 처음부터 기획을 한 거죠. 반은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반은 패러디를 하자라고 생각했었어요. 만화뿐만 아니라 전시회도 열었었는데, 유명한 고전명작을 게이버전으로 패러디했었어요. 제가 동화를 차용한 이유는 변태스럽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유명한 동화니까 외국사람들도 알겠지 해서 시작한 것이었죠. 이왕 유명한 얘기를 차용하는 것이니 외국인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소식지 ‘퀴어툰’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모금도 직접 하셨죠?
변 천 그때 텀블벅을 통해 모금에 성공을 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모금붐이 일어서 이런 영화 만든다 이런 전시회 연다 해서 계속 후원모금을 했었잖아요. 모금에 동참해 주시는 분은 거기서 거긴데, 거기다 대고 ‘저도 하나’하면서 고지서를 내민 것 같아서 심적으로 부담스러웠죠.
▲ 블로그에 연재 중인 ‘변천의 창작 일지 1. 대표작’
소식지 블로그에 이런 포스팅을 하셨어요. 관공서에 외주의뢰를 받는데 대표작품이 뭐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겠다라는 이야기를 토로하셨어요. 찾아보니 관공서에서는 <바천>으로 활동하시더라고요. 두 필명 사이에 왔다갔다하시면 힘드시진 않으세요?
변 천 애초에, 어렸을 때부터 만화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아이디가 있었어요. 별 뜻은 없는 이름인데요. 그것과는 아이디를 따로 써야 하니까 <변천>을 만들었어요. 요즘은 관공서 일을 주로 하고, 만화를 의뢰 받아서 작업하는 것을 많이 하다 보니, <바천>을 더 많이 쓰게 되었죠. 의뢰를 주시는 분들께는 따로 커밍아웃하는 것은 아니에요. 언젠가는 알지도 모르겠죠. 그림체가 비슷하니까. 예전에는 두 아이디를 철저히 나눠서 썼는데, 나이가 드니까 ‘알 수 도 있지, 뭐…’라는 마인드가 생겼어요. 블로그도 여러 개 관리하는 건 힘들어요. 다른 계정으로 야한 것을 올렸다가 ‘에구구 이건 아니잖아’하고 내린 적도 있었어요. 사실 하나로 합치면 편하긴 한데, 일반 보통 친구들에게 야한 것을 올리는 것은 좀 (부담스러워요.) 굳이 이쪽 내용이라서 라기보단 야한 내용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원래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림 그리는 커뮤니티에 어린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을 배려하는 거죠.
소식지 그런데 ‘펜트하우스’는 <바천>으로 올리셨어요.
변 천 <변천>이라는 이름으로 ‘변태천사’, ‘퀴어툰’을 만들었지만, <바천>으로 만화가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던 중에 <바천>으로 올린 그림을 보고 연락이 왔었죠. 어떻게 보면 그것은 기회잖아요. 그냥 일반물을 하는 것보다 이런 기회가 왔을 때 퀴어물을 해야 하지 않냐고 생각했었죠. 물론 고민도 있었어요. ‘이거 하지 말아야 하나?’, ‘갑자기 일반물을 그려야 하나? 아니면 퀴어만화를 해도 되는 건가?’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기회가 왔을 때 퀴어만화를 공개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소식지 담당자가 처음 그림을 봤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변 천 내용에 대한 간섭이 있지는 않았어요. 처음 기획의도를 얘기할 때 ‘옥탑방을 갔는데 귀신이 있는 내용이에요’라는 정도만 말했죠. 귀신이 게이라는 것은 반전이라 그것까진 말하진 않았어요. (만화를 보고 실제로는 당황하셨을 지도 모르지만) 연재가 끝난 후에도 ‘펜트하우스’ 내용에 대해 언급하신 건 없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받아들일 것이었으면 더 확 그려버릴 걸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작가의 첫 작품인 ‘변태천사’를 단행본으로 소장하고 있는 친구사이 회원 ‘오웬’에게 전하는 작가의 친필싸인. 작가 변천님은 1월 23일부터 데이팅앱 "딕쏘"에서 <동성극장>이라는 퀴어웹툰 연재를 시작한다.
소식지 이제 10주년이세요. 만화가를 지망하는 성소수자 여러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변 천 처음에는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나와서 해보니까 문제가 안 생기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해봐도 괜찮지 않나 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너무 겁먹지 말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봐라 라고요. 생각보다 매체들은 관대하고 재미만 있으면 다 되더라고요.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