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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사생활 #12 - 반짝반짝 빛나는
2013-10-17 오전 07:30:30
기간 10월 

그 남자의 사생활 #12– 반짝반짝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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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성애자였으면 좋겠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160cm가 안되는 작은 키에 노오란 얼굴 빛, 단정한 눈썹을 한 아주 귀여운 여자 아이다. 하지만 그녀의 첫인상은 매우 안 좋았다. 처음 만난 다음 날, 친구들에게 ‘규환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위에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내가 게이인 걸 아는)는 그녀에게 ‘규환이가 그럴 리가 없다’며 비웃었다는 이야기도 같이 해줬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그녀의 뻔뻔함과 당당함에 나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더군다나 이성애자로 오해받는 기분까지 더해져 사실 기분이 무척 나빴다. 예전에 이성애자 여자애와 얽혀 고생한 경험이 있은 이유로 나는 여자애들에게는 적어도 무례하고 불친절한 사람으로 비춰지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봐도 게이인데, ‘나를 오해하다니 말이야’하고 생각한 며칠 뒤 그녀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나 게이니까 너 좋아할 일 없어, 걱정하지마."

 

 

그러나 신기하게 그 이후 우리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됐다. 주로 야한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그러다가 나는 그녀가 남성편력이 심하다는 것도 알아챘다. 한 달이 멀다하고 고민을 가지고 나타났다. ‘나 어제 XX랑 잤어’, ‘나 YY를 좋아하는 것 같아’라며 진지하게 고민 상담을 요청했다. 처음엔 같이 이마를 맞대고 얘기를 들어주다가 언제부터 형식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나 사실 여자도 좋은 것 같아’라며 대뜸 인도여행에서 만난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잡았다는 이야기로 나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그제 서야 나는 알았다. ‘규환이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말은 사실 별 뜻 없었다는 사실을, 근자감으로 이성, 동성을 막론하고 자신의 매력을 펼치는 그녀가 왠지 모르게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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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는 학교 근처의 작은 반지하 집, ‘검은 대문 오른쪽 집’이라고 불리는 집에 살고 있다. 서울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그 동네는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8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슈퍼가 집 앞에 있고, 심지어 그 가게엔 콜라도 없고,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동네의 반지하 집에 그녀는 2년째 독립해 살고 있다. 나는 그 집을 자주 찾아간다. 과제를 하다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술을 마시고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말이다. 사실 나는 자취의 로망을 꿈꿔왔다. 왜냐면 나는 가난하니까, 매일 2800원 짜리 학식을 먹더라도 언제나 학교 근처에 있고 싶었다. 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그렇게 달 20만원 남짓한 월세를 내면 남은 돈으로 살림을 꾸리고, 왠지 내 대학생활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들 때 하루 종일 그녀의 침대에 누워 하루를 보내곤 한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읽어야 할 책들을 읽는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지면 나는 책상에 앉아있는 그녀를 부른다.

“우리 밥 안 먹어?”

“두부 리소토 먹을래?” 그녀가 내게 되묻는다.

이윽고 그럴싸한 음식을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그녀는 어떤 요리든 척척 해낸다. 집 앞 시장에서 산 명란젓을 팬에 살짝 구워 녹차를 부은 흰쌀밥 위에 정성스레 올려 내놓기도 하고, 근처 마트에서 산 4500원짜리 싸구려 와인에 포도, 사과를 가지런히 썰어 놓고 뭉근하게 끓인 뒤 국자로 머그컵에 따라 내어주기도 한다. 적어도 그녀와 결혼하면 굶어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요리라고는 그저 라면밖에 모르는 내게 그녀는 허름한 주방의 요리사 같았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풍요롭게 느껴진 것은 그녀의 덕이다. 언제나 같은 매일 매일 일 수는 없지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좁은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기도 한다. 부드러운 냄새가 나는 폭신한 이불이 깔린 침대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 그렇게 잠이 든다. 한번은 “우리 한번 같이 자보는 건 어때?”라며 내게 장난스레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정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자신 없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럼 우리 그냥 껴안고만 자자" 

"그래 그건 괜찮아" 

 

 

 

 

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준다. 나는 자장가를 들으면 정말 스르르 잠에 빠진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 가끔은 설렐 때가 있다. 순간 내가 ‘여자에게 팔베개해주는 게 어색하다’고 하니, 그녀는 이내 나를 가슴팍에 꼭 껴안는다. 지금까지 만난 여느 남자들의 가슴보다 실제로 여자의 가슴은 넓고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푸근했다. 나는 스무 살 때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을 떠올렸다. 알콜릭인 여자주인공은 호모인 남편을 껴안고 마치 ‘물을 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우리가 서로를 안으면 그런 그것의 느낌과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어딘가 허전하여 누군가의 어깨가 그리워지는 때이다. 이런 계절이면 외로운 이들은 멀리를 가까이를 살피며 사랑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돌이켜 너무나 소모적인 감정에만 치였다고 느낄 때, 문득 일상적인 감정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다. 이렇듯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을 느낀다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천애 고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단언할 순 없지만 정말 '우주적인 감정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반짝반짝 빛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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