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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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이건 정말! <종로의 기적>
[게이다] '종로의 기적’ 이혁상 감독 인터뷰
‘뚱’계의 원빈이라는 감독님 요즘 개봉 앞두고 바쁘신 것 같다
말도 마시라. 예전에 누가 농담처럼 그런 말을 했는데, 요즘 내가 영화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확 퍼져버렸다. 근데 사람들이 그거 내가 스스로 지어내서 퍼뜨린 거 아니냐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만든 말이 아니다. 싫은 건 아니지만 원빈은 내 식이 아니다.
최근 예고편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반려되었다. 본편 등급은 어떻게 되었나
본편은 12세로 신청했는데 아직 안 나왔다 15세로 나올 수도 있고 18세로 나올 수도 있다 뭐가 나오든 일단 상영은 하겠지만 단편영화 “친구사이?” 사례처럼 소송을 따로 진행할 지도 모른다. (편집자 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영화사 청년필름이 2009년 제작한 단편영화 <친구사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취소처분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바 있고, 지난 4월 20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나도 그랬고, 혼자 고민하고 방황하고 있을 게이들, 특히 10대들이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종로의 기적에 나오는 수많은 게이들을 보면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꼭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등급이 나와서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종로의 기적'은 어떤 영화인가
자신이 정말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 영화다. 나에게 그 힌트는 주인공들의 용기와 삶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건 그들이 동성애자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자신이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다큐가 됐으면. 더불어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엄청난 영화같다. 어떻게 시작하게됐나
친구사이에서 제안이 왔다. 친구사이 홈페이지에서 하고 있는 커밍아웃 프로젝트를 영상으로도 만들고 싶어 했는데, 마침 연분홍치마도 <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끝낸 뒤라 이번에는 게이를 다룬 다큐를 만들자고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 하려던 거는 종로 게이의 역사를 다루는 거였는데 친구사이의 제안을 받고 동시대의 게이들을 담아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2008년 2월에 시작해서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관객들을 만났다.
감독이 영화 속에서 커밍아웃하는 것은 미리 기획한 것이었나
언젠가는 영화를 통해서 커밍아웃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친구사이와 기획 회의 하는 과정에서 이 다큐가 더 힘을 이끌어내려면 그 동안 주류 미디어에서 비 성소수자들이 만들어낸 재현물과는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하지 않나 라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게이가 만든 게이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려고 했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커밍아웃을 찍고 있는 감독이 숨어있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주인공들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커밍아웃에 힘이 되고 용기를 주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서울독립영화제, 서울 인권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 등 이미 여러 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났는데 반응은 어땠나
게이를 처음 보았다는 사람도 있고 별반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란 사람들도 있었다. 꽃미남 게이에 대한 판타지가 깨졌다는 사람, 게이들이 욕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의 편견과 경험을 가지고 있더라.
한번은 친구가 영화 보러 찾아왔었다. 원래는 먼저 만나서 커밍아웃을 하고 시사회에 초대하려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나 영화한다니까 뭔지도 모르고 보러 온 거였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나도 당황하게 되더라. 상영 후에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경직된 그 친구 얼굴만 보였다. 질문 중에 영화를 만들고 나서 변화된 게 있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으로 커밍아웃 한 게 내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지금도 내 친구가 이 자리에 왔고 예고도 없이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마치 영수가 지보이스 공연을 통해서 누나들에게 커밍아웃한 것처럼 나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다, 나도 영화를 통해서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하는데 울컥했다. 한동안 말을 못하고 서 있었는데 객석에서 그 친구가 먼저 박수를 막 치면서 ‘혁상아 괜찮아’ 그러더라. 가슴이 벅찼다.
개봉하면 더 많은 커밍아웃을 하게 될 텐데
좀 두렵기도 했지만 주인공들과 함께 관객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뭔가 해방감과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반응을 얻는 게 좋더라. 누군가 고맙다며 자신도 용기를 얻어서 언젠가는 이혁상 감독처럼 커뮤니티를 위해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글을 읽었을 때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좋은 커밍아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좋다
‘종로의 기적’은 게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단 게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벽장 속에서 혼자 공포에 떨면서 죽음이나 거짓 삶을 고민한다. 그런 분들이 보고 아 저렇게 사는 게이가 있고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혼자 있다가 처음 종로에 나왔을 때 느꼈던 기쁨과 놀라움을 많이 게이들이 느꼈으면 한다.
영화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돈이 없는 거.. 후원이 필요합니다. (웃음)
종로에 카메라를 처음 들고 나가는 게 두려웠다. 취향, 나이, 정치적인 입장... 다양한 종로의 게이들이 카메라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나이 드신 분들이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왜 그런 걸 찍냐며. 그런 걸 겪으니까 내가 이걸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다큐를 찍는다는 이유로 종로라는 공간을 커밍아웃 시키게 되는 건데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이 힘들었다. 근데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종로 거리의 모습, 이건 이미 많은 게이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인권운동을 통해 우리의 존재와 권리를 알렸기 때문이지 않나, 그런 생각들을 하니 찍어야겠더라. 어차피 성소수자의 삶은 그 자체가 싸움이고 운동이다. 심지어 커밍아웃을 하지 않더라도 이성애자들 속에 감추고 살기위해 자신의 욕망과 얼마나 많이 싸우나. 우리가 원하는 차별 없는 삶을 살기위해서는 불가피한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종로의 기적’이 가지는 의미는 무얼까
종로의 기적에 나오는 게이들을 보고 평범(?)해서 놀라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놀라움의 바탕은 여러분이 너무나도 이성애중심의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존재나 소수자 분들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다,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종로의 기적’은 한국사회에서 게이들이 집단적인 커밍아웃을 하게 되는, 굉장히 큰 사건이자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성소수자 이슈들을 좀 더 크게 만들고 논쟁할 수 있는 장이 ‘종로의 기적’을 통해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관객이 적어도 만 명은 들어야 한다더라. 그래서 일단 관객 만 명이 목표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