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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9호] 세상은 “복잡하고, 아리송한” 게 아닐까?
2011-02-21 오후 16: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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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 


[책 서평] 세상은 “복잡하고, 아리송한” 게 아닐까?

 

 

 

재일 (책읽당) 

 


이 글은 친구사이 책읽기모임 "책읽당" 회원인 재일님이 바네사 베어드의 책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의 제8장 트랜스젠더의 세계를 읽고 쓴 글입니다.

 

 

 

 

 

인간이 나고, 살다, 죽는, 생 일련의 과정을 끊임없이 관조하고, 또 관조해서 그 속의 사랑도, 예술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만 가볍게 조소해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전 인류까지도 어를 수만 있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태어나 <삶>이라는 것에 임할 수 있는 유일은 오직 <교미하여 번식하여라>에만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러한 극단적인 생물학적 관점에 우리가 동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유성생식 동물군이라는 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며, 유성생식 메커니즘에 의한 암, 수의 구분과 그 결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여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분된 암, 수는 분리o독립적으로 발달된 신체기관, 조건에 따라 각의 성 역할이 분화되고, 분화된 각 성 역할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 역할기대는 고착화되어 남성, 여성의 구분은 남성성, 여성성의 구분으로 이어져 모든 각의 성에 강제된다. 인간의 유성생식 메커니즘과 이에 따른 '강제된 이성애주의 사회' 내에서의 생물학적, 사회적 성의 일치는 필연적이고, 당위적이기까지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의 모습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남성다운 남성과 여성다운 여성 외에도 남성스러운 여성, 여성스러운 남성도 있으며, <스러움>을 <다움>으로 정체화 하려는 시도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도 역시 정형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써의 이해가 그나마 바람직한 접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자(FTM),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자(MTF), 이성 복장 착용자(혹은 선호자), 간성, 거세된 남자 등이 있으며, FTM, MTF 중에서도 부분 혹은 전반적 성전환을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이 밖에도 기존의 명문화된 개념으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성의 모습들이 우리 사회에 실재하고 있다. 이는 실재해왔으며, 하고 있고, 또한 앞으로도 사회 속에 실재할 것이다.

이 같은 성의 모습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개념화할 수만 있다면 편리하겠지만, 그 역시 어려워 보인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이해를 위해, 자연과학적 접근은 무리가 있으며, 그렇다고 사회과학적 접근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선천성, 후천성으로 논의될 성격의 것도 아니며 단순 취향,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쉽게 결론 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짚고 가야 할 것은 그들이 우리와 한 시대와 사회를 공유하는 실 개체로서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그들이 인권 유린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다름>에 대한 무지와 공포, 혐오는 폭력과 학대로 이어져 그들을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감히 설 수 없게 한다. 구직에의 어려움은 성 매매(노동)로 이어지고, 감염과 폭력에 취약하면서도 성의 모호성으로 인해 법적인 구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 속에 제 자리를 마련할 수 없는 그들 집단은 계속해서 마이너리그를 재생산해내며, 이러한 그들만의 <퇴폐>는 전 사회적 혐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직접적인 가해 행위로 인한 폭력뿐 아니라, 그들을 향한 사회적, 성적 억압은 그들이 스스로 <존재의 당위>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어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게 하며, 정서적 불안정과 심지어는 자살에까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불렀을 때, 거기엔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가방 없이 학교 가는 아이, 비 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 시장에서 구두 사는 사람"들 속에 "남자처럼 머리 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도 있었을 것이고, 그건 그에게 그저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가 그런 세상에 지쳐 먼저 떠나갔다는 건 역설이지만, 그래도 노래는 남아 따듯한 시선을 던진다. 세상 속에 기형이 득실대고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어쩜 그저 "복잡하고 아리송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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