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변양균씨가 구속되었다. 말만 많았지 너무 착한 척만 하던 참여정부에도 씹고 씹을 안주거리가 생겼다. 그것도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무렵. 다시 한번 권력이란 유혹 앞에 미약한 인간이 서글퍼진다. 하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 어느 한순간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배운 물리처럼 힘은 다른 방향에서 함께 치고 나오더라도 결국은 한방향으로 합쳐진다. 다음 17대 대선에 어느 누가 당선된다하더라도 그 이후 18대 총선에서 입법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앞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행정부 권력이 마음대로 일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민주화 20년이 지난 지금의 어느 정도 바뀐 세상이 그렇다고 하겠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은 노동계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진영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 정당에 성소수자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아직 국회에서 머물고 있는 법안이지만 성전환자성별변경특례법안이 발의되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성소수자관련 정부 각 부처의 여러 생각을 물을 기회도 있었다. 이제 그 시작의 길을 우리 스스로가 넓혀가고 있고, 계속 문은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 문을 두드리기 위해 성소수자 진영 스스로 정계에 발을 디디고 있는 상황이다. 성소수자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몫을 담당한 기회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 한번쯤은 생각할 때가 왔다.
사회는 아직도 성소수자를 외면하고, 그 존재의 이유조차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동성애자이면서 유태인이었으나 시의원이었던 하비 밀크가 설마 한국에서 나오겠어.’ 하며 콧방귀를 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순수한 의미 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이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동력이 꼭 순리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만을 이해한다면 그 때가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후보가 정치권력을 얻는다 할지라도 게이들의 인권이 보호되고 성소수자의 차별이 없는 사회가 오는 그날을 위해 우리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이명박 후보의 지난 5월의 발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사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에 동성애는 비정상이라는 이 후보의 발언은 한편으로는 충격이었지만, 두루뭉술 웃으면서 에둘러서 하는 발언보다는 직선적이고 솔직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후보를 지지하는 성소수자는 분명 존재한다. 성소수자라는 성정체성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그러한 정체성이 정치와 연동되어 대선 또는 총선에서 한 표로 표현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이 지점에 대한 운동을 우리는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이는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한 후보가 정치권력을 얻어 당당히 당선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들어내는 계기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밀
내년 공연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