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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7-09-15 04: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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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딸이 커밍아웃했을 때


첫 성소수자 가족 포럼… “너도 나처럼 힘들었겠구나” 친척·사회 등 줄잇는 벽들에 공감해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가장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사람은 가장 가까운 가족일지 모른다. 그만큼 한국의 가족주의는 견고하고 서글프고 잔인하다.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순간부터 성정체성은 나만의 진실을 넘어선 가족의 문제로 ‘비화’된다. 물론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이 강한 한국 사회는 가족의 고통에 더욱 무게를 더한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동성애자 사이트에는 커밍아웃 범위에 대해 ‘All but Family’로 표기하는 ‘이상한’ 항목이 존재한다. 번역하면 “모두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가족에게만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가족에게 커밍아웃은 가장 절박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에 속한다.



△ 이날 포럼은 5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만큼 ‘듣기 어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사진/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제공)






한편으로 커밍아웃의 딜레마도 존재한다.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면, 성소수자 자신은 벽장에서 나오지만 성소수자 가족은 반대로 벽장으로 들어가는 희비극이 종종 발생한다(커밍아웃은 ‘벽장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Closet)에서 나왔다). 이성애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아들딸, 형제자매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라고 타인에게 하소연하기도, 상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1981년 결성된 미국의 PFLAG(Parents, Families and Friends of Lesbian And Gay)를 비롯해 서구에는 성소수자 가족모임, 지지모임이 존재한다. 벽장 안의 부모를 가장 잘 도울 사람은 같은 벽장 안에 있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한국에서도 성소수자 가족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9월1일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포럼 ‘한국에서 성적소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을 주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성소수자의 어머니, 동생, 친구 등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다만 포럼에 나올 만큼 ‘열린’ 가족이어서 커밍아웃 이후의 갈등이 심각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가족은 반대로 벽장 안으로


레즈비언의 언니 김현정(이하 가명)씨는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씨의 발언은 이어졌다. “(동생에게) 혹시 (동성애자로 살다가) 쓰러지더라도 100% 지지하는 내가 있으니 원하는 길을 가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동생도 가족의 지지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만약 가족이 동생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동생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인생을 사는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동생의 모습을 인정했기 때문에 동생의 삶을 공유하면서 때로는 충고도 한다.”

대개의 가족이 커밍아웃 이후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현실에서 부모까지 김씨를 이해하는 그들 가족은 무척 긍정적인 경우에 속한다. 그래도 남은 벽장이 있다. 김씨는 “(가족 이외의) 누구에게도 동생의 성정체성에 대해 말해본 적이 없다. 숨길 생각은 아니지만, 상대가 느끼는 불편함과 껄끄러움을 어떻게 풀어줄 수 있는지, 그걸 아직 모르겠다. 나의 한계고, 과제다”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안에서도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가족이 겪는 고충은 같지만 다르다.

에프투엠(Female To Male·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스젠더의 동생 김지영씨는 오빠를 오빠로 부르지 못하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씨의 오빠는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 주변 사람까지 그의 성정체성을 알게 됐다. 그래도 김씨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부정적인) 친척들 앞에서 오빠라고 부르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친척들은 여전히 오빠를 언니로 여기는 탓이다.



“10년 후면 될까요?”



△ 행사 포스터.







이렇게 가족을 넘어서도 친척, 사회로 줄지어 넘어야 할 편견의 벽들이 존재한다. 성소수자 어머니의 이야기도 절박했다. 김정숙씨는 청소년 이반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10대 레즈비언의 어머니다. 김씨는 “오늘 포럼에 오면서 지하철에서 서슴없이 애정표현을 하는 남녀를 봤다”며 “속으로 우리 딸도 저렇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요 지지배(딸)를 재웠다가 10년 후에 깨워봐’ 하는 공상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그는 “10년 후면 될까요?”라고 말했다. 행간에 생략된 말은 ‘레즈비언도 그렇게 애정표현을 해도 괜찮은 세상이 될까요?’였다. 그는 딸의 커밍아웃 이후에 겪었던 고민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결론은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면 그렇게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 물론 그도 이해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예전에 암으로 투병했다는 그는 “한때는 (아이가) 건강하게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접자, 나도 살아야 되니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세상에 대한 당부로 끝났다. “부모 입장에서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 부탁한다.”

중학생 아이가 엠투에프(Male To Female·남성에서 여성으로) 트랜스젠더인지 고민한다는 어머니의 발표도 있었다. 그는 “(아이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혔을 때) 알지 못하는 적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느낌이었다”며 “그래도 우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성정체성에 대한) 정보 수집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보를 알면서 아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지만 또 다른 장벽이 두렵다. 그는 “자식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보다 자식을 트랜스젠더라고 차별할 세상이 더욱 무섭다”고 말했다. 그들의 고민은 온전히 가족의 몫으로 남았다. 어디에도 ‘동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문제를 가진 또래 친구를 만날 수 없어서, 그들의 부모와 고민을 나눌 수 없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서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아이에게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도 드러낸다. 그는 “솔직히 힘들면 나도 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고, 아이도 엄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며 “아이가 그 길을 가다가 아니면 돌아오겠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성소수자의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는 과정과 충격받은 자신을 추스르는 과정을 동시에 거쳐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커밍아웃한 친구 대하는 법은


이날 포럼에는 일본의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가족과 친구를 잇는 모임’의 오쓰지 다카코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모임은 2006년 4월 오사카를 중심으로 결성됐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올해는 30여 명의 회원들이 도쿄에서 열린 게이레즈비언 퍼레이드에도 참여했다. 회원 중에는 3년 전 숨진 동성애자 아들의 활동을 이어받은 부모도 있다. 이들은 보통의 클로버와 다르게 생겼지만 흔하지 않고 귀하다는 의미로 네잎 클로버를 단체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오사카 부의원을 지낸 오쓰지 가나코의 어머니 다카코는 “2005년 딸이 출간한 <커밍아웃-자신다움을 찾는 여행>을 읽고 동성애자로 자신을 인정하기까지 딸이 겪은 고통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딸을 응원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교적 문화가 비슷한 두 나라의 커밍아웃 문제에 대한 견해가 오고 갔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성적소수자 인권지지 구축 프로젝트 ‘우리, 여기에, 함께’ 홈페이지(http://kscrc.org/together)를 운영 중이고, 가족이나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떻게 대할지를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해 연말에 배포할 예정이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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