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 참가때문에 전날이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일찍 헤어지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빗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순간 비가와서 대회가 차질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휴 다행이다"하는 안도의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챠밍스쿨 출신들은 다 알겠지만 오뉴월 땡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자외선은 피부노화의 지름길이잖우^^, 차라리 비 맞고 뛰는게 낫지...
마님, 차돌바우와 함께 경기장에 도착해서 춤샘한테 전화했더니 벌써 기념티와 번호표를 받아놓고 우리의 약속장소인 월드컵경기장역 1번출구앞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다른 참가자인 중대와 철민이도 잠시후 도착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에서 벌어졌다.
마라톤 출발시간은 다가오는데 한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 찬.
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더니 지하철에서 내리긴 했는데 1번 출구를 못찾겠다는 것이었다.
나 : 지하철 내리면 표시가 있잖아
찬 :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없는데...
나 : 번호는 못 찾더라도 대회때문에 플랫폼 기둥마다 대회장소 안내표시가 있는데..
찬 : 그것도 없는데..
나 : 거기 월드컵경기장역 맞어?
찬 : 맞어
나 : 그럼 역무원이나 사람들한테 물어봐
찬 :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던데. 나가서 찾아보라고 하던데..
나 : (속으로)아휴, 속터져...
찬 : 내가 알아서 찾아갈께.
나 : (속으로)지하철 출구도 못찾는 사람이 대회장은 어떻게 찾아올꼬...
나 : 그럼 알아서 찾아와. 우린 무대옆 물품보관소 앞에 있어.
찬 : (역시나 부산 특유의 사투리로)알겠어..
나 : (찬의 사투리를 흉내내면서)알겠다.
다행히 찬은 출발시간에 맞춰 우리 대열에 합류했다. 지하철 출구를 못찾아 한 동안 헤맸던 찬이 어떻게 무사히 우릴 찾아오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헐레벌떡 달려온 찬의 이마며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들을 보면서 찬이 이 근처를 한 동안 헤매고 다녔겠구나 하는 짐작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