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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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 2004-02-21 09: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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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그것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 때
듣는 사람이 더 미안할 때가 있다.
성급하게 굴지말고 다음을 기약하라고...
아쉽지만 이 영화도 내겐 그랬다...
그의 전작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화면때문에
내심 배신감도 한 몫했을 터이다..
이거 저거 건드려본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이야기다..
'무덤덤한 퀴어 영화, 오리엔탈리즘의 또 다른 시선, 사적 공간이 없는 이들의 넋두리...'
겁없이 이야기 한다면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다...

그래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아닌 사진속의 기타노 다케시(하라 하사) 때문..
군대시절 행정보급관과의 너무나도 비슷한 이미지...
단순무식에 인정사정없이 화만 벌컥내는 아저씨..
항상 가방끈이 짧다고 신경쓰기 싫은 일은 다 내게 시켰고...
가끔 외근 나갈때 고작 사준게 라면 한 그릇이었지만
그가 한 번씩 씩 웃어주며 힘든 훈련에서 빼주거나 수고했다며 휴가 다녀오라고
할 때.. 그럴때두 고맙지만...
쓴 웃음.. 구리빛 얼굴에서 나오는 흰 치아...

아무리  말 안되는 스토리로 영화가 내 이성체계를 뒤 흔들지라도..
이런 확연한 캐릭터 하나가 내게 감동을 준다면..
저는 그 영화를 사랑한답니다..

p.s 어제 Home CGV에서 방송해줬는데..
     혹시나 보고 싶으신 분들은 홈페이지 가셔서 재방 요청을 하세요..
     아마도 많이 요청하면 담주나 담달에 재방송해줄지도.,,^^

    영화 O.S.T 가 mukebox에 있더라구요...
    메인 테마가 유명해서 그걸로 올립니다..
    영화 중간 주인공 잭의 곱사등이 동생이 부르는 'Ride, Ride, Ride'란 곡이 있는데
    이 곡두 너무 좋습니다.. 사실 좋아 죽겠습니다.. 그래서 저만 많이 들으려구요..^^



    



모던보이 2004-02-21 오전 10:21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조금 낫네요.



오랜만에 들으니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리속에서 되살아나네요.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오시마 나기사 영화제에 가서 봤던 귀한 영화지요. 데이빗 보위, 기타노 다케시, 톰 콘티, 사카모토 류이치 등 화면 속에 걸어다니는 인물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영화더군요.

사실 기대보다 영화는 별로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 가서 봐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마지막 엔딩 씬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메리 쿠리스마스!'라고 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지요.

국내에선 이 영화가 '전장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이와 비슷한 영화를 나기사 오빠가 만든 적이 있습니다. '사육'이 그것입니다.

나기사 오빠는 일본 전공투 세대가 낳은 정말 멋진 분이에요! 역시 전공투 세대가 낳은 멋진 또 한 명의 소설가 오빠인 오에 겐자부로의 처녀작인 '사육'을 영화화한 것인데, 아주 오래전에 이 소설 '사육' 때문에 뻑간 적이 있었거든요. 아직까지도 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링크된 오에 겐자부로의 세계를 존경합니다.

상당히 에로틱할 뿐만 아니라 오에 겐자부로 스스로 내면 속의 호모섹슈얼리티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아서인지 소설에 동성애적 코드가 녹록찮게 묻어 있습니다. 역시 기타노 다케시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포로가 된 백인 군인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오리엔탈리즘과 동성애적 욕망을 통해 군국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 대목이 단연 압권이겠죠.

데이빗 보위 별로 섹시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외려 울 다케시 오빠가 품어내는 놀라운 연기 때문에 기가 죽을 지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동성애를 그려낸 나기사 감독 작품 중 '고하토'를 제일 좋아합니다. 평가야 분분한 것 같던데, 저 개인적으론 메이지 유신 시대에 사멸해가던 사무라이와 사무라이 사이의 동성애 역학 관계를 탐미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 때문에 근 한 달 동안 벚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도 했어요. 휠체어에 앉아 힘들게 연출한 마지막 노작이어서가 아니라 엔딩 씬에서 보여준 그의 달관의 경지, 군더더기 없는 하이쿠적 화면 배치...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ㅠㅠ

기즈모 2004-02-21 오전 10:34

제 이반시티 아듸가 겐자부롭니다... 그의 소설을 많이 읽진 못했어요..
기억나는 정도가 '개인적 체험', '<레인트리>를 듣는 연인들,그리운 해에게로 띄우는 편지,하마에게 물리다 ... 제게 그는 일본 시골 마을 속 숲을 사랑하고,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풋풋한 소년으로 느껴집니다. 얼굴이 동안이잖아요...^^ 지난달 교보에서 그의 소설을 구해보려 했는데 고려원이 없어져서 그런지 구하기 힘드네요.. 또다시 학교 도서관에서 뒤져봐야겠씀다.. 혹시 그의 다른 좋은 책이 있으면 권해주세요...

모던보이 2004-02-21 오전 10:57

오에 겐자부로의 모든 책. ^^
전 고려원에서 출판한 겐자부로의 책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고려원에서 출간한 시리즈는 대하소설은 아니더라도 오에 겐자부로의 세계가 집대성되어 있고, 주인공들도 끝없이 곳곳에서 출몰하는 것이라,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모두 끝내야 한다는 특성이 있어요.

따로따로 국내에 출간된 몇 개 소개시켜 드리자면, '개인적 체험'은 읽으셨다니 그렇고, '여명' 출판사에서 출간한 '일상생활의 모험', 출판사는 까먹었는데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라는 작품입니다. 이 중 일상생활의 모험은 그의 호모섹슈얼리티에 관한 부분도 탐지하실 수 있을 겝니다.

그리고 초기작인 '사육'과 '성적 인간'은 국내에 출간되었는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군요. 제게는 80년대 중소 출판사에서 장정본으로 두 개를 묶어서 출간한 게 있어요. 음.. 이건귀한 것이니 기즈모, 너가 형한테 '남자' 소개시켜 주면 빌려주도록 하지요. 왜, 꼽니? (x3)

기즈모 2004-02-21 오전 11:14

우선 '조용한 생활'에서 그의 딸 마짱의 말투로 인용한다면 대답은
'빌어먹을'...이고,
그래도 형에게는 상당히 귀한 책인듯한데 제게 빌려주고 싶은 맘이 있어 보이니, 그 조금만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 책을 얻을 수 있도록 좃나게 뛰어야 할듯 하더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어요?..^^

모던보이 2004-02-21 오후 12:18

'좆나게 뛰어야' 할 만큼 (성기) 크기 컴플렉스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지. ^^

물론 내게는 귀한 것이지. 남자가. (x7)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두 개 다 모두 단행본으로 나와 있더군요. 기즈모, 뛸 일 없겠어.
target=_blank>http://www.plaza1.snu.ac.kr/%7Eslow9/ta/oe/oe.html


그래도 '소개'시켜주면, 다른 식으로 보상해드리지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