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그것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 때
듣는 사람이 더 미안할 때가 있다.
성급하게 굴지말고 다음을 기약하라고...
아쉽지만 이 영화도 내겐 그랬다...
그의 전작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화면때문에
내심 배신감도 한 몫했을 터이다..
이거 저거 건드려본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이야기다..
'무덤덤한 퀴어 영화, 오리엔탈리즘의 또 다른 시선, 사적 공간이 없는 이들의 넋두리...'
겁없이 이야기 한다면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다...
그래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아닌 사진속의 기타노 다케시(하라 하사) 때문..
군대시절 행정보급관과의 너무나도 비슷한 이미지...
단순무식에 인정사정없이 화만 벌컥내는 아저씨..
항상 가방끈이 짧다고 신경쓰기 싫은 일은 다 내게 시켰고...
가끔 외근 나갈때 고작 사준게 라면 한 그릇이었지만
그가 한 번씩 씩 웃어주며 힘든 훈련에서 빼주거나 수고했다며 휴가 다녀오라고
할 때.. 그럴때두 고맙지만...
쓴 웃음.. 구리빛 얼굴에서 나오는 흰 치아...
아무리 말 안되는 스토리로 영화가 내 이성체계를 뒤 흔들지라도..
이런 확연한 캐릭터 하나가 내게 감동을 준다면..
저는 그 영화를 사랑한답니다..
p.s 어제 Home CGV에서 방송해줬는데..
혹시나 보고 싶으신 분들은 홈페이지 가셔서 재방 요청을 하세요..
아마도 많이 요청하면 담주나 담달에 재방송해줄지도.,,^^
영화 O.S.T 가 mukebox에 있더라구요...
메인 테마가 유명해서 그걸로 올립니다..
영화 중간 주인공 잭의 곱사등이 동생이 부르는 'Ride, Ride, Ride'란 곡이 있는데
이 곡두 너무 좋습니다.. 사실 좋아 죽겠습니다.. 그래서 저만 많이 들으려구요..^^
오랜만에 들으니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리속에서 되살아나네요. 재작년인가 작년인가 오시마 나기사 영화제에 가서 봤던 귀한 영화지요. 데이빗 보위, 기타노 다케시, 톰 콘티, 사카모토 류이치 등 화면 속에 걸어다니는 인물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영화더군요.
사실 기대보다 영화는 별로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 가서 봐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마지막 엔딩 씬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메리 쿠리스마스!'라고 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지요.
국내에선 이 영화가 '전장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이와 비슷한 영화를 나기사 오빠가 만든 적이 있습니다. '사육'이 그것입니다.
나기사 오빠는 일본 전공투 세대가 낳은 정말 멋진 분이에요! 역시 전공투 세대가 낳은 멋진 또 한 명의 소설가 오빠인 오에 겐자부로의 처녀작인 '사육'을 영화화한 것인데, 아주 오래전에 이 소설 '사육' 때문에 뻑간 적이 있었거든요. 아직까지도 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링크된 오에 겐자부로의 세계를 존경합니다.
상당히 에로틱할 뿐만 아니라 오에 겐자부로 스스로 내면 속의 호모섹슈얼리티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아서인지 소설에 동성애적 코드가 녹록찮게 묻어 있습니다. 역시 기타노 다케시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포로가 된 백인 군인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오리엔탈리즘과 동성애적 욕망을 통해 군국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 대목이 단연 압권이겠죠.
데이빗 보위 별로 섹시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외려 울 다케시 오빠가 품어내는 놀라운 연기 때문에 기가 죽을 지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동성애를 그려낸 나기사 감독 작품 중 '고하토'를 제일 좋아합니다. 평가야 분분한 것 같던데, 저 개인적으론 메이지 유신 시대에 사멸해가던 사무라이와 사무라이 사이의 동성애 역학 관계를 탐미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 때문에 근 한 달 동안 벚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도 했어요. 휠체어에 앉아 힘들게 연출한 마지막 노작이어서가 아니라 엔딩 씬에서 보여준 그의 달관의 경지, 군더더기 없는 하이쿠적 화면 배치...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