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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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로봇 2004-02-03 09:15:41
+3 920

내가 가지고 있는 '기형도 전집'에는
'빈 집'이라는 시가 없다.

첫사랑이 실패한 그 날,
나는 '빈 집'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찢어 버렸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라는 구절을 정말이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기에.

오늘, 버스에서 문득 그 시가
생각났다.

왜 찢어버렸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페이지를 찢어 버린 이후로는
연애를 못해본 것 같다.

찢겨진 페이지 처럼,
언제나 난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혀져 버리니까.

누군가 그 페이지를 빨리
메꾸어주었으면 좋겠다.

라이카 2004-02-03 오전 09:31

여기서는 내가 메꿔주마.
하지만 실제로, 비워진 너의 집을 채워 줄 수 있는 '그'를 만나길 진심으로 고대하마.
너의 미래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핑크로봇 2004-02-03 오전 09:42

어머, 이런 식의 프로포즈는 곤란해요! 하하하
흠흠...제 주제에 무슨 연애는 연애-_-
그 사람과 잘 안되네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행복하답니다.

휘파람 2004-07-14 오전 10:39

하여간, 형 변덕이란 음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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