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3k 2007-02-26 02:15:57
+3 1184
어렸을 때,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주위의 의견을 묻던 내가,.. 차마 물어볼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정체성’ 문제였던 것 같다. 결국 이것만큼은 나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정도의 힘뿐이 없었던 것  같다.

혈기왕성한 스무 살_나는 대신 공부를 선택했다. 아마도 못생긴 여자아이에겐 특히 냉정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생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둑을 쌓아갔다. 조금씩 물이 차오르고 ..
수년이 흐르자 남에게도 자랑할만큼 커다란 땜이 생겼다.

나이 서른_이제는 제법 스스로에게 너는 ‘게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말로 내뱉는데 나는 10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게이사회에 발을 내딛었다. 물론, 그래봤자 나만큼이나 소심하고 폐쇄적인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간 게 전부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뱀파이어 같은 그네들의 삶이 멋져보였다. 잘 꾸며진 외모와
화려한 밤 문화... 아. 이런 게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년간 둑을 쌓아온 방법은 '부정'이었다. 결국 그 둑이란 건 내가 게이임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왜 그렇게 사냐고? 보통의 일반인으로서의 삶도 살면서
게이임을 즐기며 살면 안 되냐고?” 나는 그게 정말 안 된다. 그러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지금 난 모든 걸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철저히 나를 버렸던 서른의 인생만큼 다시 남은 인생을 살 생각을 하니..숨이 막힌다.

나도 호흡이 가빠질 만큼 키스를 하고 싶다. 낮선 남자에게서 나는 살 냄새를 맡고 싶다. 소심한 나는 겁이 난다.
부모님, 친구들,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도망가서 봉사나 하며 살까? 아님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갈까??
퀴어 영화 대사가 늘 머릿속에 맴돈다. “네 나이 때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안고 산다는 건 힘든 일이지”
부풀어 버릴 데로 부푼 나의 머리 속은 늘 나에게 커다란 두통을 안겨준다. 나도 이젠 편하게 살고 싶다.

혼자인가봐~~ 2007-02-26 오전 04:14

정말 공감가는 말이네요...저도 제 자신이 게이란 것에 대해 인정하는데..오랜 시간이 걸린 듯 싶어요..어쩜 아직도 인정 못하고 음지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요...

rlagPtjd 2007-02-26 오후 23:57

님과 비슷한 고민을 겪었던 저로서는 이말을 드리고싶네요..
인생은 시도하는것이다..봉사도 해보고 ,..한번씩 다 시도해보세요

레오 2007-02-27 오전 03:33

그렇죠.. 이원적은 삶은 늘 사람을 고단하게 만들죠.,,
그 맘 십분 아니 백분 이해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1304 약해지지마 +3 메르 2012-01-22 1185
11303 종로5가 광장시장 +4 오버히트 2010-08-22 1185
11302 소시지 타령 기즈베어딨냐 2006-08-16 1185
11301 낙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4 종순이 2013-05-17 1185
11300 수영모임 공지 물바람 2015-05-31 1185
11299 샤방샤방한 워크샵(엠티)의 추억!! +7 김하나 2008-10-24 1184
» 기대어 살고싶다. +3 3k 2007-02-26 1184
11297 <형법 175조>와 동성애자 기념관 +1 하하 2004-06-03 1184
11296 [더블피의 뚝딱쿠킹] 1화.뚝딱 크레페 +2 차돌바우 2005-10-24 1184
11295 [논평] <당연한 결혼식>을 적극 지지하고 축하하... +1 친구사이 2013-09-06 1184
11294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공통점은 '독재' 그리고 '... +1 샴프린스 2012-12-06 1184
11293 지나이트 0607, 그라인더로 애인만든 이야기의 영... goottime 2013-06-05 1184
11292 동성부부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켄터키 주에서 ... 친구사이 2015-01-15 1184
11291 부처님 오신 날, 퀴어문화축제 기념 성소수자 ... 친구사이 2015-06-16 1184
11290 g-voice 후기 넘 좋았어요. +4 으릉으릉 2011-11-07 1183
11289 [MT후기] 찍새입니다~~~ +11 차돌바우 2008-04-21 1183
11288 '클럽 지보이스'에 대한 반응들... +2 코러스보이 2007-06-11 1183
11287 게임/땅따먹기 +1 ming 2003-11-21 1183
11286 홈페이지 리뉴얼 축하합니다~!! +2 정준 2012-07-25 1183
11285 수술 잘 되었고 퇴원해서 집에 있어요^^ +10 김조광수 2013-01-10 118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