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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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 2009-01-02 11:03:37
+8 854

 

모두 해피 뉴 이어!

 

저는 2009년 제일 처음 새해 인사를 전애인에게 받았네요. 그것도 문자로.

새 애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009년은 즐거울 것 같아요.

 

사실은

2009년 0시가 땡 하고 시작되면,

'가장 친한 친구 다섯에게 커밍아웃 문자를 보내겠다'는

제 나름의 2009년 프로젝트가 있었거든요.

 

그 중 셋은 이미 제가 게이인 것을 알고 있긴한데,

나머지 둘은 몰랐거든요.

 

그들에게 막연한 편견이 있었어요.

왠지 커밍아웃하면 나와 멀어질 것 같은 거의 확실한 예감.

 

그런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 여섯은 언제나 이렇게 살가운 사이였는데.

제가 그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불편함이 시작됐습니다.

 

나는

내가 게이인 것을 아는 친구와 내가 게이인 것을 모르는 친구로 나눠

그들을 대하기 시작한거죠.

 

더불어 제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이면 저 때문에 그들 사이에 또 다른 불편함이 생기고.

난 기왕이면 나에 대해 알고있는 친구들과 연락하기를 즐기고

분명히 똑같이 친한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둘에게는 연락이 꺼려지고.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나. 내지는 전화해서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욕을 하면 어쩌나.

 

그렇지만 눈 꼭감고 준비했던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나름 친구사이의 커밍아웃 가이드를 참고해서ㅎㅎ)

 

-

나 사실 남자 좋아해.

그게 내 취향이야.

2009년부터는

거짓말하기 싫어.

해피 뉴 이어.

-

하고. 꽉꽉 채운 문자를 보냈죠.

 

이미 알고 있던 친구들은

'그래도 난 널 너무 좋아해'

'알아'

'이 말이 하고 싶었냐? 힘내!'

라고 바로 답장이 왔더라구요.

 

그리고 몰랐던 한 친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넌 너일뿐.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라고 의외의 답장을 해줘서 기뻤는데..

 

제일 걱정했던 한 친구는...

끝끝내 답장이 없었어요..

 

이 친구를 제일 걱정했던 이유가.

여자입니다만,

저를 연애 상대로 생각해 고백한 전력이 있는데다,

독실한 크리스찬이고.

또,

언뜻 호모 포비아적인 발언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서요.

 

사실은 많이 망설였는데.

 

이 친구에게는 꼭. 정말 꼭 말하고 싶었어요.

'2009년에는 친구들에게 더이상 숨기지 않기' 프로젝트를 생각한 것도 이 친구때문이기도 하고.

 

나 때문에 우리 여섯.

더 돌이킬 수 없이 서먹해 지는 것 아닌가.. 하고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올 무렵.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에

'나도 남자 좋아하는데, 우린 취향이 같구나'

하고 답장이 왔습니다.

 

야호!

 

그녀는 밤새 고민했겠죠.

 

우리는 1월 1일 당장 만나 하루 종일 수다를 떨었습니다.

 

처음엔 당황해서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분한 마음도 있었고, 교회를 싫어하는 내가 납득이 가기도 하고.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그 동안 힘들진 않았을까 하는 동정까지.

 

사실 본인도 자기가 그렇게 결론 지을 줄 몰랐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친구라서가 아니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성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단어에 촛점을 맞추니까

많은 것이 달리 보이더라 하는 이야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더불어 해마다 친구들과 짬을 내 꼭 한 번 가는 여행에서

더 이상 진실게임 할때 거짓말하지 말라는 당부도 하더군요.

 

편견의 껍질을 들추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 친구에 대한 내 편견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단단했나봐요.

 

2009년 첫번째 프로젝트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대성공입니다.

ㅎㅎ

보이지 않은 그 무엇과 싸우고 계신 모든 분들

2009년엔 다들 건승하시길 빕니다♡

 

 

2009-01-02 오후 17:58

잘해써~ 축하해~!!ㅋㅋ 새해 복 많이 받꼬~

황군 2009-01-02 오후 19:34

ㅊㅋㅊㅋ 해요.

나도 샌더님 처럼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군요.
암튼, 너무너무 ㅊㅋ해요.

새해福 마니 마니 받으시구요 . ^^

빅베이비 2009-01-02 오후 19:36

멋지십니다! 앞으로도 계속 성공적인 프로젝트 실행하시길 기원할께요~ ^^ 추카추카추

남잎후 2009-01-02 오후 21:39

우와, 정말 멋진 프로젝트를 진행했군요~ 새해엔, 남은 364일이 쭉 이런 기분이길~ ^^

박재경 2009-01-03 오전 00:56

행복한 커밍아웃이었구나! 샌더는 보기보단 참 용기가 있단 말이야
올 2009년에도 항상 건강하고 복된 새해가 되기를
글구 커밍아웃은 1단계는 통과했으니까 2단계 커밍아웃을 준비해야 할 듯 싶다.

예를 들자면 그들이 성적 소수자에게 궁금해 하거나 두려워 하는것 오해하고 있는것들에
대하여 질문하고 편견잡아줄수 있는 답변하기, 친구사이같은 인권단체 활동을 하고있는
사실들에 소개하기 또한 다른분야 소수자및 차별 문제들에 대하여 신문이나 텔레비젼에
이슈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대화하기등 커밍아웃이후 대처도 중요하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커밍아웃 가이드북이 친구사이 사무실에 있으니 참조해보는것도 좋을듯

Norma 2009-01-03 오후 16:13

대단하다..ㅎ 널리 이해해주는 친구들도 있고..한편으로는 부럽다..
(난 친구들한테 커밍하면 왜 농담으로 알아들을까..--;;)

L 2009-01-05 오전 05:41

축하드려요 ~ 그리고 또 부럽네요 , ^ㅡ^

불가무(不可無) 2009-01-06 오전 06:48

부럽고 잘되었네요...새해의 다른 계획들도 착실히 성취해 나아가시길...

새복받아요 ^^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