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

그날 여자친구(?)랑 같이 갔습니다. (갑자기 동성애자를 응원하는 이성애자 커플이 된 듯한 느낌이..)

그 친구도 엄청나게 재미있어하네요. 내년에 또 같이 가자고 예약해놓았습니다. 유료공연이라도 표를 사서 가겠답니다.(!)

모처럼 친구사이 분들을 뵈니까, 빨리 서울(정확하게는 종로삼가, 오- 종로삼가..)로 재입성해야 되겠다는 생각만 드네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서울 입성시 G보이스 재가입을 사정해볼 계획입니다. 받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좋은 공연에 초대해주신 코러스 분들에게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재미있는 일이 있었네요.

요새 아르바이트 삼아 동네 꼬마애들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하는 일이 돈이 워낙 안되서...)

제가 사는 곳 근처라 마실 다니는 셈 치고 일주일에 한두번 가서 피아노를 가르쳐주죠.

오늘 레슨 중에 4학년짜리 여자애가 갑자기 제게 묻더군요.

선생님. '대식'이 뭐에요?

(피아노 치다말고 뭔 질문?) 대식? 모르겠는데? 어디서 들었는데?

대왕 세종에 보니까 세자빈이랑 궁녀랑...어쩌고 저쩌고...

허걱, 그 대식...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워째 뭐라고 하기가 좀 그렇더군요.

어린 가슴에 충격을 줄 수도 없어서 어버버버 거리고 있으니까 질문한 애 엄마가 저를 힐끗 보더니 터질듯한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네요. 제가 게이인지 알거든요.

말해도 괜찮다고 웃으면서 한 마디 던지고는, 제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뭐, 할 수 없이 가능한한 건조하게 설명했죠.

그게, 너 동성애라고 들어봤니?

네.

(다행이네.그걸 아네.) 예전에는 그걸 '대식'이라고 했단다.

아, 그렇구나. 그럼 대왕 세종에서...

그만그만! 잡담은 그만하고 피아노 계속 치자!

갑자기 '대왕 세종'을 봐야하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요새는 참 여기저기 동성애 코드가 많이도 나오네요. 바람의 화원도 그렇고, 새로나온 T 선전도 그렇고...

그러니 4학년 애도 똘망똘망하게 그런걸 물어보는구나 깊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