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미 FTA 가 타결되었다
그동안 내가 있는 직장에서 FTA 토론회도 하고..FTA 반대 집회도 수차 참석하면서...그리고..무엇보다도...허세욱씨의 분신을 보면서...나의 FTA 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어야하는지 나에게 되물어보게 되었다.
2. 개방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원칙적 반대는 과연 타당한 것인가?
FTA 집회에서 나의 팔뚝질은 때때로 자신없기도 하였다.
그것은 UR 반대 투쟁, 정리해고제 도입 저지 투쟁, 구조조정 저지 투쟁등등....소위 정부에서 마음먹고 추진하는 정책들은 아무리 반대를 하여도...결국에는 막아낸 적이 없다는 패배감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고...
또 일면으로는 요새 정부에서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경쟁력강화 , 신자유주의라는 것을 그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측면에서는 거부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되기도 하였다....즉...정부에서 얘기하는...."한국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개방을 해야하고 신자유주의에 적응을 해야한다." 라는 것에 대해서 (각론적인 차원에서 반대를 할수는 있을지라도) 원칙적으로 반대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하는 의구심이었다...
3. 사람이 살아가는 법 그리고 사회가 존재하는 법
나는 사회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즉..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아무리 돈을 가지기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사람이 원하는 가치의 전부가 그 돈으로 환산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아무리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는 돈보다 더 우위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돈과 유사할 정도의 가치는 있는 다른 가치가 있다...아니..그 사람이 돈을 위해서 그 가치의 "일부"를 포기할 수는 있지만 그 가치의 "전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예를 들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자기 가족과 인간관계가 다 해체되어 가는데도 돈만을 고집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따라서 아무리 돈을 좋아하는 사람도 오직 돈만을 위하여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만일 그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종국에가서는 매우 불행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자기 스스로가 위와 같이 돈외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마찬가지로...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우리 사회가 다른 모든 다양한 가치들을 포기한 채 오직 이윤만을 위하여 달려가는 사회로 바뀌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기업의 이윤을 중시하더라도 동시에 (이윤보다 가치가 적다고 여길지라도) 그 사회가 다른 사회적 가치들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기를 바랄 것이다...마치...아무리 돈 벌기를 좋아하는 직장인들도...연인과 보내는 시간을 전부 포기하면서 까지 돈을 벌려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정부에서 얘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은..그 사회에 기업의 이윤외에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물론 이는 좀 과장된 표현인 것은 맞다...경향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이다.)...
특정 사회의 경제 체제가 그 사회에 진정으로 적합하려면 그 경제체제는 바로 민주주의적 정치제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그렇지 아니하고 시장이 그 사회를 지배한다면 정치는 실종되고 민주주의와 다른 다양한 가치들이 서있을 자리는 없다...그런 사회에서 행복할 개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권력을 독재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렇다면..한미FTA 로 인하여 초래될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과 그에 따르는 통제불가능한 시장만능주의는 바로 시장에 의한 독재라고 불러야할 것이다.
4.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버린 시장이란
위와 같이 정치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버린 시장은...정말 위험하다...앞서 보았듯이 그것은 독재이다.
마치 통제할 수 없이 경쟁의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고3 교실과 같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런 이윤위주의 사회에 불행해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그 이윤 추구 경쟁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어버릴 것이다...누구나 다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면 바로 도태되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 모두가 불만족스러워하는 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5. 한미 FTA 를 반대하는 이유
1) 각론적인 부분
한미 FTA의 여러 부분에서 수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고 이는 각종 토론회와 신문들을 통하여 치열하게 논쟁이 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일단 생략한다.
다만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제일 큰 이유이다.
2) 총론적인 부분1-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내가 한미 FTA 를 원칙적인 면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한미 FTA 는 민주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의 시장이라는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방" 혹은 "경쟁"이라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그런 개방과 경쟁이 유효하려면 상호 이익이 될수 있어야하고 그 범위가 민주주의 정치제도로서 통제가 가능한 범위여야한다...그러나..현재 한미 FTA 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EU 에서 하고 있는 정치-경제 통합과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개방이란 그 국가가 합리적으로 예상가능한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하지만 현재의 한미 FTA 의 효과는 예측도 어렵고 더우기 적절한 범위에서의 통제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여러가지 국가 정책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이 있다,..지금까지보다 더 엄청난 속도로 양극화가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아니..현재의 정부는 그것을 바라고 있으므로..개입할 의지가 없겠군...
3) 총론적인 부분2-헌법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헌법에는 통치구조에 관한 여러 조항들이 있고 동시에 기본권에 관한 여러 조항들이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로 인한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은 그런 헌법조항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
통치구조..즉 국가권력의 구조라는 측면에서 보았을때...정부가 여러 경제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엄청나게 축소해버리고 있으며..기본권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경제적 활동의 자유만을 최고의 기본권으로 만들어버리면서..노동권,환경권,교육받을 권리, 건강권등등..수많은 기본권들을 사실상 무력화시켜버릴 것이다..
한미 FTA 를 체결하려면...위와 같이 헌법부터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한미 FTA 에서 촉발될 신자유주의적인 전면적 사회 재편은..적어도 현재의 우리 헌법이 그리고 있는 사회와는 매우 다르다,
6. 다른 FTA 는 괜찮은가?
주지하다시피 이번 FTA는 "한미" FTA 이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협상이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손해만 볼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것은 좋다는 이야기라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이것은 또 다른 형식의 경제적 패권주의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EU 와 같이 정치-경제 통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고 정치적으로 상호 통제가 가능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 FTA 를 체결하여야 한다.
7. 대안없는 반대?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 대안없이 반대만 한다고 비판을 한다. 그러나 이는 약간 입장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 한다. 원래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하려면 정부에서 먼저 그 정책의 효과를 설명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고 특히 그것이 사회 전체를 크게 바꾸어 놓는 것이라면 더더욱 많은 사회적 토론이 있어야하고 그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가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입증책임은 바로 정부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책임을 방기한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추진해나가는 정부에게 반대하는 것을 대안이 없이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좀 전도된 비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정말 대안이 없이 반대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와 같이 각국 정부의 의지를 넘어서서 이미 빠르게 세계 각국을 하나로 통합해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흐름속에서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는 것도 자신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의 사회복지정책등 국민국가 차원에서의 대안적 사회경제체제에 대해서 뿐 아니라 남미지역의 경우 대안적 세계화에 대한 고민도 차차 진행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실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바로 우리도 스웨덴이나 남미와 같이 할수 있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미국식 FTA 외에 다른 여러가지 대안적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실제로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이런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언론에서도 수차 보도된 바 있지만 한국정부가 먼저 요청해서 이번 협상이 개시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