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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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불 2006-05-11 06:48:17
+4 609
얼마 전에 친한 그녀에게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추천해주었다. 소설은, 작가가 직접 심리상담을 받았던 2년간의 시간을 픽션을 재구성한 것이었다. 누구라도 궁상맞은 사람들은 그 소설을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힘든데, 그 소설은 폐부를 푹푹 사정없이 찔러대기 때문에 바닥을 구르고 손에서 땀을 절절 흘리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읽는 매저키즘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에게 책을 추천받은 그녀는 쉽게 읽을 수 있으리란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몇날며칠을 절절 매며 책을 읽더니 오늘부터 심리상담을 시작했다고 했다. "나를 방치하는 것은 이제 그만, 치유할 수 있다면 치유하고 살아야지"라고 하면서.



나도 그 책을 처음 읽으면서 (돈이 있다면)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요즘도 여전히 언젠가 내 발로 정신과를 찾아가겠구나 싶지만.



나는 좀 두렵다. 내 감정의 옷장을 열어보니. 기쁨의 넝마주와 희망의 이미테이션이 구겨진 채 뒹굴고 있었고, 그래도 어디다 내다 팔 값어치 있는 건 슬픔과 외로움 뿐이었다. 점쟁이 말대로 글을 쓸수록 상태가 안좋아진다는 비극적이고 우스운 운명일지라도, 나를 나답게 해주는 건 내가 따라할 수 없는 기쁨이니, 희망이니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슬픔이며 외로움이며 그 발버둥 끝에 겨우 건지는 위로였다. 그 상실과 부재들을 해소해버리면 나는 그저 주저앉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 것 같다. 사람들 속으로 분해될 것 같다.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이것이 또다른 방어기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방어기제 따위 버리고 내 감정의 옷장을 좀 더 풍부히 채웠으면. 남성 이성애자 중심의 정신분석학 이데올로기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믿어줄텐데. 어째. 힘겨워보이는 날이다.  


물이불의 남편 2006-05-11 오전 07:13

물이불,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외로움이다', 파문!

Emen 2006-05-11 오전 07:37

힘들게 지낼 때 주위 사람이 끌고 갔습니다만, 뭐 결국 특별히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입에 지퍼만 채웠는데...-_-;...(테스트만 응답)...슬픔이나 외로움이라는 것이 자기 자신의 색이라는 것도...결국 그런 슬픔이나 외로움의 형태만 다를 뿐 온전히 자기 자신일지는...음...뭐,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병원에 가도 찾아주려고 하는 건 안정인 거 같기도 하고….(?)

가람 2006-05-12 오전 05:36

심리 상담의 장면은 어떤지, 참 궁금하단 말야. 흠.

물이불, 어제 그 무거운 A4용지 커다란 한 박스를 종각에서부터 사들고 오니라 수고했어. 사무실들이 선물 중 최고의 부피와 무게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네. ^^

무리불 2006-05-12 오전 07:49

가람/ 뭐, 그 정도로요. 소박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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