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새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성(性)소수자' 논쟁이 돌출했다.
민노당이 3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선거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한 정책위의장 후보의 발언을 계기로 당내 성소수자 모임에서 그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 경기도지부장인 이용대 후보는 지난 20일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동성애 문제는 자본주의 하에서 나오는 파행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다음날 당내 성적소수자 모임인 '붉은 이반'은 성명을 내고 이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붉은 이반'은 "동성애자나 성전환자의 성 정체성은 천부적인 것"이라며 "'파행적 현상'이라는 인식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차별받아 마땅하고, 그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이후보의 주장을 비판했다. 또 "민노당이 4·15총선 공약으로 성소수자 정책을 발표한 것이 득표 전략이었나"며 "우리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며 (중략) 우리의 존재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보는 이에 대해 21일 "나도 성소수자에 대한 유형무형의 차별, 제도적·인격적·정신적인 모든 차별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아직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붉은 이반'은 다시 성명을 내고 "정책위의장 후보가 당의 40대 총선 공약인 성소수자 공약에 대한 내용도 갖추지 못했다면 함량 미달"이라며 재차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또 "(성소주자에 대한 이후보의 생각은) 당의 논리적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몰아붙였다.
이후보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농민 등 사회구조적으로 억압받는 다수들이 많다"며 "성소수자나 여성 문제 등은 이 문제와 보조를 맞춰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붉은 이반'의 사퇴요구에 대해서는 "그분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토론해 볼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운동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부각된 것은 90년대 이후다. 이전까지 이 문제는 계급·민족 중심의 전통적 좌파 이론에서 도외시된 측면이 있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노당 선거에서 성소수자 논쟁이 불거진 것은 '진보'에 대한 기존 관념과 새로운 관념이 충돌하는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최민규 기자 didofido@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