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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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추 2011-09-30 16:49:41
+7 693
정말 그래요, 그냥 두면 좋겠는데 사람들은 참 많이 따지고 재보고 비교를 해요. 이건 나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우리 어머니를 두고 이야기를 할려고 합니다.

개이 나이로 따지자면 만 1살을 갓 넘겼다. 딱히 거리낌을 받은 적도 없고 맘 편히 1년을 찍었다. 돌이켜보니 문제는 멀리 있지 않더라, 내 옆에 있었다. 1년 전 언젠가 잠자리 즈음 밤에 엄마에게 말을 했다. 이차저차궁시렁궁시렁 난 여자한테 관심없어, 남자가 좋아라고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이런 내가 불편하지 않느냐는 덧붙임까지. 엄마는 괜,찮다며 말을 했던 거 같다. 명절이나 제사 마다 나는 결혼 안 한다느니, 애인이 생겨서 데려온다면 남자일 거라느니 지속적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잠깨고 일어날 즈음 아침, 옆에 있는 엄마에게 말을 했다. 얘기거리는 개이인 아들을 두어서 어떠한가였다. 대답이 살짝 충격이었다. 좋지는 않지.(나는 불편하다로 의역했다.) 자기는 개이인 너-아들-를 아직 인정한 적 없다고, 여자랑도 진지하게 만나보고 그러고서 다시 정해보랜다. 뜨아

이럴 거 여자고 남자고 닥치는대로 헤프게 만나봐둘걸 그랬나보다.

다시 말을 했다. 옆에 여자가 알몸으로 있어도 나는 어쩌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그런 여자사람을 옆에 두고 지낸다는 게 서로 안 좋은 거라고. 엄마가 되물었다. 그럼 그런 느낌을 남자한테는 받느냐고, 그렇다고 했다. 해보지도 않고 어찌 아느냐고

(야동문화가 발달해서 그렇다는 부연은 하지 못했지만ㅋ) 그냥 그렇다고 눈길가는 것도 남자라고 그랬더니 다시 되물었다. 니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남자들이 싫어하지 않니?

여기에서 나는 좋았다. 지금의 난 '응, 싫어하지 않던데'라고 답을 할 수 있으니까. 나도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껄끄러워하면 느끼는 사람인데, 그런 거 없었다고 오히려 몇몇들하고 잘 지낸다고.

나는 책이 있는데 읽어보겠느냐고 권했더니, 됐다고 별로 알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스리슬쩍 어중간하게 대화를 마쳤다. 찝찝하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개이 아들을 둔)엄마들에게는 이런 희망사항이 있는지 모르겠다. 얘가 이러다가 말겠지, 괜춘한 여자 만나서 결혼은 하겠지. 이런 류의. 모르겠다. 아니다 괜찮다. 나는 이대로 더 떳떳하게 살아야겠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더니 다시 졸리다. 한숨 더 자야지.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만 가지 않는 선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들 그냥 두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많은 것들(강간, 살인 등의 범죄 제외)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사회가 빠른 시간 안에 되었기를 바라며, 끗

충사 2011-09-30 오후 22:48

저번에 슈스케에서 게이 커플 나왔죠? 그때 아우님이랑 보고있는데 아우가 그러더군요. 저거 나쁜거라고. 동성애는 나쁘다고 교회에서 배웠다고요. 그래서 저는 그 성경이 만들어진 시기나 장소가 아무래도 생산을 우선시하는 풍조였다보니 아이를 낳지 못하는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 그렇게 쓰여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우선 운을 뗐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그러시데요. 역시 너는 진보네, 쟤(아우)는 보수? 이렇게 말을 끊어버리고 끝인가 했는데 제 어깨를 잡으시며 '너는 안된다'고 하시는 겁니다. 울뻔했어요...

차돌바우 2011-10-01 오전 02:00

어머님이 쿨하시네 ^^
커밍아웃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님 ^^

박재경 2011-10-01 오전 02:19

충사님 위로를 드립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충사님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긍정하기위해서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면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이 어린시절 부터 남달랐던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들을 합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보면, 충사님이 자신을 긍정하기까지 몇 십년이 걸렸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님과 가족에게도 내가 말하니 나의 고민과 슬픔을 이해하고 빠른 시일 이내에 인정해라
라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그들은 성소수자 자신이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서 걸린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단축시키고 가족과 함께 사랑을 키워가고 싶다면, 우선 충사님부터 동성애와 동성애자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성소수자 인권이슈와 보편적 인권이슈들에에 얼마나 잘 알고 있고, 감수성 있는지?
부터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요점은 우리 단체에 나오셔서 함께 활동을 해보면, 즐겁게 즐겁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세호 2011-10-01 오전 03:02

짦게 끝날수도(그렇게 보이는거겠지만) 길게 갈수도~
커밍아웃은 시간문제인거 같아요 'ㅅ'.
타추형 화이팅!ㅎ 어머님도 언젠간 형 마음 알아주시겠지~

피타추 2011-10-01 오전 11:26

충사림, 응원할게요 힘내세요. 힘든 거 나누어 줄 사람들은 많이 있는 거 같습니다. 훈형, 그러게요 그런 느낌이에요. 엑쎌에서 시작은 있어도 끝없이 칸이 늘어나는 것 같은. 죽을 때까지 내가 개이라고 말해야할라나봐요. 대표림, 끄덕끄덕ㅋ. 세호, 힘든 게 아니라서 힘낼 것도 없어요. 그냥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입니다. 아자!!

2011-10-01 오후 15:42

(야동문화가 발달해서 그렇다는 부연은 하지 못했지만ㅋ)..
이거 완전 공감해여... 커밍아웃하구서 얘들이
너가 자신을 게이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피타추 2011-10-01 오후 17:20

ㄴ 그치만 비단 야동에의 초점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말해보고 싶다거나, 손 잡고 싶다거나, 눈길이 간다거나 하는 것(본능적 관심이라는 생각)들이 여자냐 남자냐ㅡ 애가 아닌 이상 자각하지 않나 싶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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