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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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친구사이 소식지' #5]
내가 꼽은 소식지 기사 BEST (2)
친구사이 소식지 100호 특집을 맞이하여, 게이커뮤니티의 일원과 다양한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친구사이 소식지의 역대 기사들 중 하나를 선정한 후 선정의 변을 써달라는 쉽지 않은 부탁을 드렸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이 풍성한 선정이유를 보내주셨습니다. 소식지 기사를 선정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성의 가득한 이 분들의 글을 읽으시면서, 친구사이 소식지와 게이커뮤니티, 한국 퀴어의 역사를 함께 음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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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계속)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그렇게 대단한 병이 아니랍니다." |
「[커버스토리 'HIV/AIDS' #1] 현재 유럽권 국가의 HIV 예방 및 치료 흐름과 PrEP」,
HIV감염인의 경험과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해서 좋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글이 작성됐을 당시 PrEP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기 힘든 시기였기에 HIV예방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여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을것같아요. 아직은 PrEP 불모지인 한국에서 좀 더 많은이들에게 정확하고 좋은 정보가 전달됐으면 합니다. 조만간 PrEP이 시행되니 많은 관심이 생기면 좋겠네요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 상훈
무지는 공포를, 공포는 혐오를 불러온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HIV이슈에 있어 한국에서의 지나치게 심한 HIV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수긍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말입니다.
지로 님의 글은 PL로서의 경험담, 유럽권 국가의 HIV 예방 및 치료법, 그리고 노출 전 예방법(PrEP, 프렙) 순으로 HIV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논문, 의학저널, 감염인 기초 상식 등 인터넷으로 접근 가능한 모든 자료를 읽고 비교분석해서 정리’했다는 지로 님의 말씀처럼 이 글은 감염인에게 불필요한 죄의식을 유발하거나 비감염인의 공포를 덜기 위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 아닌, 감염인의 입장에서 가지게 되는 공포와 심리적인 상태를 담백하게 알려주는 한편 어떻게 하면 개인의 건강은 물론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검진과 치료, 예방이 가능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읽는 이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초진 감염인들에게는 물론 비감염인들에게도 몹시 유용하고 쓸모있는 HIV 지식이라 하겠습니다. 대중의 공포감과 혐오감의 해소 측면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며, 제게 준 신선한 충격의 강도는 가히 예수부활 이벤트에 필적할 만합니다.
막연한 감정적인 공포는 실체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은커녕 방해가 될 뿐입니다. 저 역시 이 글을 통해 그간 부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은 물론 새로운 정보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아직까지 성병에 걸리지 않은 것은 회피하려는 노력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운이 좋기 때문이다. 확률에 건강을 맡기거나, 운이 나쁜 사람을 문란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정기적인 검사로 건강을 체크하고 빠르게 대처하며, 환자에게 도덕적 가치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혐오자들에게 해주고픈 뼈 때리는 킬포!
책읽당 당원 / 이노랑
"이성애나 동성애가 아닌, 혹은 거기에 확고하게 들어가 있지 않은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글을 쓰면 좋겠다," |
「[인터뷰] 친구사이, 바이모임을 만나다 - 웹진 '바이모임'」,
친구사이 소식지가 게이뿐만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의 다른 단체들이나 모임, 개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누어주는 작업이 우리 안의 다양성을 가시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들이 친구사이에서 나올 때마다 더 챙겨서 보기도 했고요. 유독 바이모임 기사를 선정하는 이유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 이슈가 소식지에 올라온 비율이 다른 기사보다 더 적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바이라서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친구사이와 바이섹슈얼” “게이커뮤니티와 바이섹슈얼” 이야기도 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100호 축하드려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 / 캔디
"남자와 여자가 온갖 모습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논바이너리도 온갖 모습을 가질 수 있어야 되거든요." |
「[커버스토리 '젠더퀴어' #1] 여행자 '정숙조신'님 인터뷰
「[커버스토리 '젠더퀴어' #2] 여행자 '정숙조신'님 인터뷰
- 2. 논바이너리와 게이와의 관계, 그리고 커뮤니티 운동」,
친구사이 소식지의 ‘나름’ 애독자로서 고르는데 고충이 있었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어느 잡지든 인터뷰 글을 좋아하는 고로, 친구사이 소식지 중에서 커버스토리에 담긴 인터뷰 글을 가장 좋아합니다. 2017년 8월호 [젠더퀴어] 정숙조신 인터뷰가 기억에 남네요. 친구사이 소식지 글을 좋아하는데 게이의 시선으로, 게이의 경험을, 게이리쉬하게 쓰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게 저를 긴장하게 만드는 ‘차이’를 보게끔 하는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숙조신 인터뷰를 통해 게이 커뮤니티 내의 동질적이지 않은 틈을 보는 듯 했고 젠더퀴어의 삶의 자리가 어디서, 누구와 부딪히며 만들어지는가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언니네트워크 / 凪nagi
메일함을 가득 채우는 단체들의 소식지 홍수 속에서 메일을 열어 소식지를 읽는다는 것은 제목이 주는 강렬한 호기심이 아니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팸 처리되거나 반송되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친구사이 소식지에서는 언제부턴가 혹!하는 제목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 재밌다!’고 감탄하며 읽은 글이 꽤 되었던 듯하다. ‘남성’ 게이 공동체의 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들로 관심을 넓히는 계기였던 것 같은(잘 모릅니다. 단지 추측입니다) <인터뷰> 기획도 재미있었는데, 특히 <인터뷰>의 질문들을 보며 ‘정말 인터뷰를 잘 하는구나’ 감탄을 했었고 그 질문들 덕분에 흥미로운 답변들을 들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정숙조신님과 차세빈님의 인터뷰다. ‘남성’ 게이 공동체와 경계에 선 이들의 고민, ‘남성’ 게이 공동체의 대표격인 친구사이의 고민에 페미니스트인 나의 고민을 덧붙일 수 있는 기회였다.
페미니스트 / 시아
감명 깊었던 여러 글들이 떠올랐지만 도무지 첫 번째로 꼽지 않을 수 없는 기사였어요. 젠더 ‘비순응자’로 정체화한 분을, 그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만나볼 수 있었던 건 매우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었거든요. 책에서 읽은 “정체성은 젠더 표현에 의해 수행적으로 구성된다.” 같은 문장이 조금 더 선명한 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젠더 비순응자’라는 용어가 ‘바깥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묘사’라고 담담히 이야기했지만 그 자체로 규범의 지배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성장과정과 게이 커뮤니티 부분에서는 공감되는 지점이 아주 많았어요. ‘남성 동성애자’로 정체화 하고 살아오는 과정에서 수없이 느꼈던 이질감이라든지, 게이들만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저의 경험들이 떠오르더군요. 무엇보다 인터뷰이의 매력이 대단해서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고, 완벽하다고밖에 말 못할 구성과 인터뷰어들의 역량이 빛났던 기사였어요. 혹시 소식지의 인터뷰들 엮어서 책을 내실 생각은 없나요? 너무 소중한 기록들이어요. 친구사이 소식지 100호를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목마른 독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글들을 내려주세요. 늘 고맙습니다.
친구사이 후원회원 / 우유
"쉽지 않은 유년을 지낸 적지 않은 게이들은, 자신이 '여성스러워 보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
「[칼럼] 은둔 사이의 터울 #7 : 여성스러움의 낙인」,
"[끼는]일종의 게이 커뮤니티의 팔리는 연애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스펙 중의 하나인 것 같은데, 여성성은.... 일종의 금물?" |
게이의 여성성, '끼'와 '여성성'의 간극 : 미쿠님 인터뷰」,
하나를 뽑지 못해서 두 개를 골랐다. 친구사이 소식지에서 다루는 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중에 하나가 여성성과 끼에 대한 것이다. 여성성과 끼에 대해서 정색하고 다루는 것도 필요하지만 커뮤니티 내부에서 이야기하기에도 많은 장벽과 곤란이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자기의 경험이나 심정을 꺼내는 것조차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것 같다. 여성성과 끼를 구분하고, 대부분 게이들이 끼 없이는 못살지만 여성성을 못 감추는 끼순이를 차별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사실 내 입장에서 가장 곤란한 것은 여성성 혐오를 끼로 표현하는 일부 게이 문화다. 이게 때로는 커뮤니티 외부의 여성/트랜스 존재들을 경원시하는 것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게이커뮤니티 내에서 바텀과 나이든 언니들, PL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연결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성에 대한 재평가는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다.
터울의 글을 통해서 게이가 여성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방식에 대해서 한 발 더 가까이 간 느낌이 들었다. 여성성-끼-일틱 사이의 다양한 갈등과 혼란과 강박과 실패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성애자는 성적지향,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체성의 문제라는 식으로 구분하는 것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 이 혼란과 고민들을 모든 사람에게 허락해달라. 일틱의 성별정체성/표현에 대한 고민과 수행들, 그것의 심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해보자.
미쿠의 인터뷰는 여성성이 어떻게 남자로 지정된 존재들의 삶을 위협하는지 -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게이커뮤니티에서 – 그 상황들을 읽는 사람이 그릴 수 있도록 알려준다. 그가 부딪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해한다는 말을 거부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단전에서 끌어올린 날것의 솔직함을 알아야만 만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 수 있고,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다. 맞다. 미쿠님은 게이라서 괜찮은 시대가 와도 안괜찮을 수 있다. 이 점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이 존재와 이 인터뷰는 너무 중요하다. 잠깐. 미쿠를 뺀 게이라서 괜찮은 시대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한때 나도 같이 상정하고 상상했다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하다.
연구모임POP / 타리
"돈을 내고 섹스를 하러 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있잖아요. 내가 너에게 화폐를 준 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넌 행동해라,"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현장 : 활동가 고진달래님, 유나님 인터뷰 (1)」,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현장 : 활동가 고진달래님, 유나님 인터뷰 (2)」,
친구사이 소식지 92호의 이룸 활동가 두 분이 아웃리치를 나가셔서 만나셨던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삶을 전해 듣자니, 지난 몇 년간 서비스업 비정규직으로 일해오면서 노동 현장에서 만났던 중년 여성들이 떠올랐다. 결혼과 출산, 양육이 ‘당연한’ 시간을 보냈던 이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일하러) 갈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어.” 그 발언이 마음에 남았던건, 나또한 지금 이대로라면 불안정 노동을 피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현재 ‘충분히’ 여성으로 패싱되는 트랜스젠더이니, 성별정정을 하지 않는한 계속해서 여성의 삶으로 포함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국은 OECD 기준 성별 임금 격차 1위를 자랑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 명의 사람이 이주민이든, 장애인이든, 감염인이든, 성매매/노동을 했든, 임신중절을 했든, 이외의 인간으로서 충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왜 나에게 무거운 질문으로 돌아올까. 그건 가부장제하에 ‘만들어진’ 여성이 차별, 폭력, 빈곤, 소외의 경험을 겪는다면- 젠더이분법 바깥에 놓여진 성소수자 또한 같은 구조 안에서 자유로울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 성매매/노동 과정에서 피해자로서 불합리한 위치에 놓여도, 구제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신고하기를 주저한다는 부분에선- 소수자로서의 낙인이 얼마나 개개인의 삶의 가능성을 저해하는지, 각자도생하게 만드는지를 통감했다. 원래 그런 사회, 원래 이런 나가 아니라- 당신의 경험은 왜 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지, 우리의 경험은 왜 세상으로 함께 모여져 외쳐져야 하는지 서로가 서로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인권팀(준) / 이드
우리의 종종 '앎' 과 '알지 못함' 사이에서 길을 잃곤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알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쓸 것이고, 다른 이는 알지 못함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이는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본인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대처해 나갈 뿐인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생활방식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생존이겠지요. 그러나 ‘생존’이라는 과제가 본능이라는 이유로 삶의 주요 목적이 되었을 때, 우리는 늘 불안하고 두려우며, 다른 사람들보다 혹은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많이 비약해서 다른 말로 표현해 보면, 우리의 삶의 실상은 평등해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깊고 고요하게 생각해보면, ‘생존’ 과 ‘생명’은 다른 관점인데도 말입니다.
두 분의 활동 소식이 주는 감동은 어렵고 고단한 일을 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뛰어난 성찰들을 보여주기 때문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두 분 역시도 우리들처럼 고뇌하고, 방황하고, 각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생존을 하겠지요. 저는 두 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속에서 선명한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붙잡고 여전히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익숙한 ‘앎’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서, “난 외롭고 쓸쓸해”를 나지막하게 읊조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삶을 나누어 준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 팀장 / 박재완
"그 도덕이라고 말하는 그것이 어쩌면, 게이를, HIV/AIDS 감염인을 낙인찍는 그 도덕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퀴어 하위문화의 현장과 성노동 운동 : 활동가 도균님 인터뷰 (1)」,
퀴어 하위문화의 현장과 성노동 운동 : 활동가 도균님 인터뷰 (2)」,
성노동은 퀴어운동의 이슈, 반성매매는 여성운동의 이슈인 것처럼 인식되는 암묵적인 인식을 볼 때가 있다. 실제로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성노동/반성매매 논의는 상당한 평행선을 띠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성산업이 여성착취의 산물이라는 점과 성노동자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반드시 대립하는 이슈는 아니다. 아직 방법론과 전망에 대해서 합일된 지점이 없더라도, 경험을 드러내고 증언하고 착취구조를 문제 삼는 일은 공통적으로 필요하다. 친구사이 소식지팀의 이 기사는 그래서 소중하다. 각기 달라보이는 입장에서 공통분모들을 찾아내고 다른 경험들을 치열하게 엮어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게토화된 소수자 집단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사를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의 다양한 경험과 조우하며 스스로를 재배치하고자 하는 고민들도 엿보인다.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게이인권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무궁무진하다.
섹슈얼리티활성화연구소 / 심기용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과 성노동 운동을 하는 퀴어 활동가 도균님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단순히 서로 상반되는 입장으로서만 다루어져 온 입장의 자세한 결들을 잘 짚어주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를 심도있게 진행하고 꼼꼼하게 정리해 주셔서 인터뷰이들이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는 현장의 문제들과 운동 방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 나영
성판매자가 이런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드문 일이라고 여겨져 흥미로웠고, 그 분께서 생각보다 본인의 삶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성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보게 되었습니다.
무소속 / Bread C Lim
"항문으로 배설을 하든, 섹스를 하든, 피어싱을 하든, 노래를 하든, 그건 본인의 권리입니다." |
「[커버스토리 '항문섹스' #1] 항문섹스도 인권이냐? 잘났어 정말!」,
"항문섹스를 쾌적하게 하기 위해서는 꽤 귀찮은 준비가 필요하고, 준비가 되었더라도 관계 시 적지 않은 행정을 요한다." |
먼 옛날(이라고해봐야 90년대) 한 게이 동호회 소식지에는 항문섹스에 반대하는 글이 실렸다. 글의 전부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대략 ‘이성애자들로부터 공격받는 항문섹스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글이었던 듯도 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항문섹스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입에 올리는 것은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도 조심스레 금기시되고 있다. 친구사이 소식지 93호 항문섹스 커버스토리와 백일장은 그 금기에 대한 당당하고 명랑한 반란인 동시에 멋진 가이드다. 조심스럽게 ‘애널섹스'라는 말 대신 광화문의 혐오자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항문섹스'라는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도 마음에 썩 든다. 일러스트를 이용한 ‘항문섹스 가이드'가 하나쯤 들어갔다면 더 좋았으련만.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내일 몇 시에 센조이를 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그렇다. 나는 내일 ‘인권은 항문섹스'라는 명제를 간만에 실천할 예정인 것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 김도훈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뽀미님이 축제 참가자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친구사이 소식지 팀 멤버로부터 이 사진을 실고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쁘면서도 매우 당연하다는 생각을 내심 했었습니다. (웃음) 아직도 사진을 배워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지만, 이 사진만큼은 다른 어떤 사진보다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혐오세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으며 행사 참가자들을 따스하게 안아준 뽀미님의 그 마음이 표정에 너무나도 잘 담겨있는 데다, 절묘하게 혐오세력의 반대 설교하는 순간과 극렬하게 대비되는 장면이 나왔어요. 연출하려해도 한번에 담기지 않을 장면이, 그것도 필름으로 건질 수 있었다는 걸 다시금 떠올리면서 제가 한없이 운 좋은 사람이란 걸 느껴요. 언제 보아도 떠오르는 감동에 미소와 눈물이 납니다. 이런 순간들을 남기기 위해 계속 사진을 찍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기록활동가 / 김민수
"지난 20년 동안 함께 했던 우리들의 시간을 기억하며, 성소수자로서 당당하게 종로를 행진합시다." |
소식지에서 제일 좋아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다시 친구를 만납시다' - 2014년 8월 활동보고의 표제는 당시 뜨거운 여름을, 신촌에서 마주한 혐오의 민낯을, 어떤 재난을, 그리고 외롭게 남은 얼굴들을 떠올리게 한다. 실천하기도 어려운 문장이 뭉근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그걸 친구사이는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평론하는 활동가 / 웅
"가족이 언젠가는 해체될 수도 있고, 다시 또 태어날 수도 있어요. 마음을 너무 닫아 두진 마셨으면 해요." |
「[기획] <新 가족의 탄생 #1> 사랑에 차별이 있나요
조금만 시각을 돌려보면 가로질러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늘 반복적으로 익숙한 그 길로만 지나간다. 내가 어릴적 보고 자란 내가 알고 있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뿐 내가 그 어떤 가족구성원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나의 가족에 대한 추억. 어릴적 나의 모든 것이며 또 모두 남이 되어 버린 가족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욕심내 보고 싶다.
러브포원 / 광서
"제 아들은 게이입니다. 그 애가 저를 많이 싫어해요. 많이 묻지 마시고.. 저를 좀 안아주시겠어요?" |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하나 선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웹툰을 선정해버렸다. 20대 중반 아빠에게 한 커밍아웃이 실패한 이후, 꽤 오랜 시간 아빠와 서먹해졌다. 커밍아웃을 결심할 만큼 가까웠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의 공격적인 말과 행동들이 상처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곳들에서 커밍아웃을 반복하고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나를 지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따금 아빠와 같이 있을 때 내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낮추는 아빠가 야속했다. 애인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며 아빠가 했던 협박들이 오랜 시간 앙금을 남겼다. 그런 아빠를 이해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천국에서 열린 벽장 14화였다. “엄마는 그게 너무 부러웠어.” “너 같은 사람들이 날 좀 아들처럼 안아줬으면 해서. 여기 오면 많다고 하길래 내가 욕심내서 왔어.”라고 말하는 부분이 전체 흐름상으로도 감동적이었지만, 이 부분을 몇 번 반복해서 보면서 부모에게도 욕망과 입장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거리를 두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 내가 커밍아웃을 반복하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들어나가는 동안, 아빠는 아무런 지지나 도움 없이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단편적인 정보들만을 가지고 불안을 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아빠와의 관계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아빠의 욕망과 입장을 헤아리게 되면서 최소한 전처럼 아빠의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크게 상처받지는 않게 됐다. 소식지를 통해 유용한 정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기도 했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건 천국에서 열린 벽장 14화였다.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여행자 / 도균
"우리는 성정체성을 내 삶 속에서 공식적으로 추인해가는 과정에서 사실상 '새로 태어난다'." |
「[커버스토리 '죽음' #2] 이제 다시, 죽음의 질을 생각하다 - 죽음에 대한 단상」,
먼저 소식지 1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소식지를 발행한다는 일이 기획을 하고, 청탁을 하고, 원고를 쓰고, 편집을 하고,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순간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그것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축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활동이 담긴 친구사이 소식지를 다시 꺼내 보니, 그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고 글쓴이의 생각이 나와 같기도 때로 다르기도 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그 글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저에게 기억에 남는 글은 ‘죽음’에 대해 친구사이 회원들이 썼던 글입니다. 이 글을 보며 나를 둘러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죽어서 이제 만나지 못할 이들을 잠시나마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살아내지 못하면 그 끝이 죽음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며 많은 죽음들을 만나왔습니다. 무기력감에 사로잡혀 며칠을 고생한 적도 있었고, 죽음이 이렇게 익숙해져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든 적도 있습니다. 또 나이가 들어가며 언젠가 그 슬픔은 오롯이 내 몫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죽음을 통해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후회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이 전달되기도 했던 이 글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 정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장애여성의 장례식을 치르려 하지 않은 혈연가족이 있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은 ‘이렇게 보내면 안된다’고 맞섰다. 죽음은 살아있을 때 죽은 이가 놓여졌던 삶의 처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차별과 불평등 속에 살다가 사회적 죽음을 맞이한 친구의 죽음은 살아있는 나에게 다시 삶의 목표를 쥐어주기도 한다. 장애인 운동에서 수많은 권리의 필요성들은 처절하게도 죽음을 통해 증명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친구들은 더 크게 분노했고, 불편한 육신으로 살다간 불쌍한 이가 아니라 장애인 운동을 함께 일군 동료로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추모한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죽은 이의 얼굴은 오히려 영정 안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금의 삶의 처지와 맞닿아 있다. 소수자들은 그렇게 죽음으로부터 시작될 갈등을, 그로인해 이어질 새로운 삶에 대한 상상에 익숙해 질 수밖에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거주시설에 있었던 장애여성은 ‘시설에서의 15년은 죽은 삶’ 이라고도 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입문한 시기를 ‘새로운 삶’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 같은’ ‘죽고 싶은’ ‘죽었다 살아난 것 같은’ 오늘을 매일 살아내고 있기도 하다.
커버스토리에서 각기 죽음을 이야기하는 친구사이 커뮤니티 사람들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지금의 고민과 갈등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터울님의 글처럼 “우리는 이렇게 태어난 셈이지만born this way, 우리가 그렇게 자신을 말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한번 새로 태어났던reborn 경험이 있”으니 근거있는 자신감으로 죽음 곁에서 삶을 살아갈 힘을 낼 수 있겠지요.
장애여성공감 / 이진희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읽다보니 친구사이 소식지가, 굉장히 많은 방향을 손에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시에 친구사이가 앞으로 가져가야 할 어떤 모습에 대한 시발점으로서, 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