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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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판을 만드는 사람들' #2]
모임(MOI:M) 인터뷰
- 2. 오픈마이크(2015~) 기획
1. 86년생 동갑모임 '갤럭세이' 8. 2015년 오픈마이크 공연 기획 16. 2015년 모임(MOI:M) 결성 |
▲ 오픈마이크 1, 2015.3.1.
▲ 오픈마이크 2, 2015.3.21.
8. 2015년 오픈마이크 공연 기획
터울 : 공연 중 코너로 오픈마이크를 했던 게 2013년 8월 4회 공연이라고 했었는데, 독립된 행사로서 오픈마이크 1회는 언제였었어요?
Ed Kim : 2014년 겨울에 모움에서 코드지 1회 공연을 하고, 2015년 1월에 뮤직세이 6회 공연을 진행하고 나서, 제가 저스틴 형을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모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부탁을 하러 미팅을 가졌어요. 그 때 저스틴 형이, 이 공간을 오픈했는데 사실상 처음엔 컨텐츠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한테 공연을 통해서 이 모움을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마침 저도 공연을 하고 싶었던 찰나라, 일단은 2015년 3월에 제 단독공연을 한번 모움에서 진행해보고, 오픈마이크란 포맷을 가지고 게이들과 함께 이런 걸 해보고 싶은데 저를 도와줄 뮤직세이 친구들이 있다고 얘기를 해서, 그렇게 3월에 제 단독공연이자 오픈마이크 1회 느낌으로 공연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바로 이어서 저희를 도와주는 튼튼이란 형이 색소폰 공연을 단독공연으로 진행해서 그걸 오픈마이크 2회차로 삼고, 본격적으로 4월부터 참가자 신청을 바탕으로 한 오픈마이크 3회를 진행한 거죠.
그 때 참가했던 사람들이 화려했어요. 물론 그 때는 기본적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을 드리는 부분이 좀 있었어요. 활성화가 되기 전이었으니까, 그 때 쵸비형도 뒤에 춤추는 사람들이랑 무대에 나오시고, 하여튼 진짜 많이 나왔어요. 코드지 쪽에도 이야기해서 테일러형도 나오고, 바이올린 연주하는 친구도 나왔었고,
최최 : 초반에는 모집이 썩 잘 되진 않았고, 그래서 저희 중에서 노래 좀 하는 친구들이 무대에 올랐다가 내려와서 다시 스탭하고, (웃음) 뭐 그러기도 했죠. 전체적으로 구색을 맞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Ed Kim : 참가자에 대한 고민도 되게 컸던 게, 아무래도 저희가 누구나 설 수 있는 무대라고는 하지만, 이게 그냥 정말 누구나 나와서 MR에 노래를 하게 될 경우에는, 가라오케랑 사실상 다르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터울 : 그래서 참가자의 허들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Ed Kim : 네, 그래서 그걸 사실상 어떻게 기준을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너무 많이 됐었어요. 지금은 사실상 그냥 받고는 있지만, 그 때는 그게 되게 고민이었어요. 그래도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듣기에 편안한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는데, 이걸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일단은 우리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을 먼저 섭외해서 처음 세팅을 잘 해놓으면, 사람들이 오픈마이크에 대해 어느 정도 실력이 돼야 여길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고 싶었는데, 사실상 그건 결국엔 힘들어졌죠. (웃음)
최최 : 실력도 실력인데, 성의라는 부분을 보게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아까 가라오케라는 예를 들었지만, 저희는 사실 이 한 시간 짜리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잖아요. 사전에 나름 치열하게 디테일을 잡아서 준비하는데, 대부분은 본인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생긴 걸 반가워하고 잘 준비해 오시지만, 너무 아무런 준비없이 띡 와서 무대 서는 사람들을 보면 저희도 기운이 사실 빠지죠. 그런데 그런 것들을 저희가 뭔가 뾰족히 막을 방법은 없으니까, 그런 문화라고 해야 하나? 우리는 그래도 이 정도의 성의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암묵적인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런 문화들이 무대에서의 긴장과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 오픈마이크 3, 2015.4.18.
9. 남이 오르는 무대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
터울 : 궁금한 것이, 뮤직세이 안에서 노래를 잘하는 것과 별개로 스탭 업무를 같이 챙기는 것도 꽤 희귀한 일인데, 오픈마이크를 한다는 건 사실 남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일이잖아요. 이건 우리 무대를 우리가 잘하기 위해서 우리 무대를 위한 서포트를 잘하는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일이고, 가령 '내가 왜 남의 무대를 만들어줘야 하나'는 아주 1차적인 의문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남의 무대를 준비해주는 일에 대한 동인과 동력이 어디에서 오는지가 되게 궁금해요.
Ed Kim : 저같은 경우는, 커뮤니티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 우리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게 1차적인 목적이었고, 그동안 뮤직세이는 계속 공연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 뮤직세이를 통해서 나름 구축한 노하우들, 그리고 오픈마이크를 통해서 구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게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아까 최최가 얘기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나오는 참가자들이 있으면 그럴 때 저희는 되게 너무 고맙고 예뻐보였고, 이걸 되게 소중한 무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구나,
터울 : 마음이 통하는 거죠.
Ed Kim : 그냥 거기서 저희는 감동을 받고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최최 : 저는 사실 사람과 관계맺는 데 서툰 사람인데, 그런 것에 비해 친구 복이 많고 그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어요. 나의 행복은 하늘에 감사할 일이라고 여겼던 거죠. 그런데 뮤직세이와 오픈마이크, 그리고 저스틴 형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의 내가 건강한 커뮤니티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전에 누군가는 나서서 이런 자리들을 만드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한 거예요. 제가 선배들로부터 받은 것들을 뒷세대들도 누릴 수 있었으면 하고, 이러한 의지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터울 : 중요한 말씀이시네요.
흥가 : 뭘 할 때 좀 오래 되면, 사실상 싫증이 나기도 하고 동력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정기공연에서 비슷한 걸 느꼈을 때 각자 생각하는 모임 활동의 의미, 내가 생각하는 무대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간을 한창 가졌던 것 같아요. 얘기를 하다보니까, 어떤 사람은 내가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는 걸 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의외로 뭔가 그런 걸 굳이 하지 않아도, 내가 이런 판을 만들고 기획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모임에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오픈마이크 같은 것들로 눈을 돌리게 됐고, 저희가 그때쯤 해서 다른 데서 하는 오픈마이크도 가보기도 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 모임 활동을 지속하되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좀더 새롭게 할 수 있는 방식이 뭐가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오픈마이크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터울 : 이게 이 모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게이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원리인 것 같아요. 커뮤니티의 상상을 기반으로 뭔가 빚진 느낌이 있고, 선대로부터 내가 누리고 있는 인프라가 있다는 것들을 인식하고 난 다음에, 그것들을 나름대로 모종의 방식으로 재생산하려고 하는 의지, 그리고 거기에 그럴싸한 실무 능력이 겹쳐질 때 아름다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 오픈마이크 4, 2015.5.23.
10. 오픈마이크의 동력이 된 모움이라는 공간
터울 : 오픈마이크를 한 달에 한번씩 하기로 했던 게 되게 무모한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흥가 : 미친 짓이었죠. (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신기해.
최최 : 그런데 그 때는 엄청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그냥 할 수 있네-정도?
Ed Kim : 그리고 우리가 조금 더 젊었잖아. (웃음) 그리고 뒷풀이가 정말 재밌었어요.
흥가 : 사실 그게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
최최 : 뒤집어졌죠. (웃음)
터울 : 그래서 올해 야간개장 때 했던 오픈마이크가 14회라고 돼있더라고요. 10회 때까지는 거의 월별로 했던 것 같은데,
최최 : 네, 월별로 테마도 다양하게 가져가고,
Ed Kim : 호스트도 계속 바꿔가면서,
흥가 : 그럴 수 있었던 게 사실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 오픈마이크의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것도 사실은 한 공간 안에서의 경험이 계속 쌓여야 거기에서 동력도 더 받고, 저희들도 더 신이 나서 할텐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으니까요. 그 공간이 그 땐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Ed Kim : 저스틴 형이 원체 서포트를 잘해줬고요.
터울 : 저스틴의 인터뷰를 제가 하기도 했는데, 그 공간을 굴리면서 적자를 되게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최최 : 많이 힘들어하셨죠.
Ed Kim : 네, 사실은 그래서, 아무래도 형은 저희를 너무 서포트를 잘 해주셨고, 세빈누나도 호스트로서 참여를 하시면서 서포트를 해주셨는데, 그 공간을 운영하는 다른 분들 입장에서는,
터울 : 수익이 안나니까,
Ed Kim : 어쨌건 수익이 나는 부분이 아니고, 그래서 마냥 협조적이실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그 과정에서 저희도 서운한 부분이 생기고 그랬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란 기간 동안 매달 해냈다는 게 진짜, (웃음)
터울 : 대단했던 것 같아요.
최최 : 공간적인 것 외의 운영 부담은 저희가 다 가져가는 형태거든요. 인력 부분은 당연한 거고, 소소한 물품까지.
Ed Kim : 그 때는 사실상 우리가 자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최최 : 장비도 그렇고, 다 집에 있던 거 다 들고 와서, (웃음) 너 카메라 있냐? 삼각대 있냐? 빌려다가 세팅하고 그랬었죠.
터울 : 공간만 제공된다면, 다른 것들은 자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모임이었던 셈이군요.
최최 : 마침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노하우와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도 같아요.
Ed Kim : 마이크도 대여를 따로 한 게 아니라 개인이 가진 마이크를 다 하나씩 모아가지고, (웃음)
최최 : 그것도 너무 신기해. 하려면 할 수 있던 상황이었던 거죠. 건너건너 손 안 벌려도 이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다는 게 신기하긴 하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 오픈마이크 5, 2015.6.20.
▲ 오픈마이크 6, 2015.7.18.
▲ 오픈마이크 7, 2015.9.19.
11. 오픈마이크 진행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들
터울 : 계속 아름다운 이야기만 나가고 있기 때문에, 좀 덜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면, 뮤직세이 정기공연이나 오픈마이크가 되게 좋고 멋진 일인데, 예를 들면 그런 것 있잖아요. 나는 일을 하나도 안하고 노래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든지, 그럴 땐 별로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잖아요. 내지는 아까 얘기해주셨듯이 무대를 깔아줬는데 거기서 무성의하게 노래를 한다든지, 이런 좀 기분나빴던 일들도 있었을 거예요, 분명히.
Ed Kim : 있죠.
터울 : 그런 사례들에 대해서 얘기를 좀 듣고 싶어요.
Ed Kim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은데, 오픈마이크 참가자 중의 한 사람이 굉장히 디바 애티튜드로, (웃음) 까다롭게 요구를 하고, 마치 저희가 너무나 당연히 자기를 위해 무대를 만들어줘야 하는 사람인양 행동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터울 : 마치 소비자인양,
Ed Kim : 사실상 그게 아니라, 우리는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는 입장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무대를 깔아주면 이것에 대해 너무도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은 정말 무대에서 정말 끼를 풀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인데, 그런 식으로 저희한테 행동하는 게 굉장히 기분나빴던 참가자가 딱 한 명 있었어요, 저는.
터울 : 그게 이 판에 있다보면 누군가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착각들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이 모든 판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Ed Kim : 나는 그것 말고도, 그 공간의 다른 직원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왔을 때, 저희가 눈치를 보게 되는 거예요. 원래는 저희가 저스틴 형에게 사실상은 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건데, 어느 순간부다 우리가 되게 조심하게 눈치를 봐야 하고, 그래야 하는 상황이 막바지에는 조금 힘들었죠. 그래서 2015년이 지나고 나서는 좀 오랜 텀을 두고 쉬기도 했었고.
흥가 : 그게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아요. 도와주시는 분들도 그렇고 내부적으로도 그렇고, 사실 항상 모두의 생각이 다르잖아요. 무대에 대한 것도 그렇고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것도 그렇고 생각이 다들 다를 수밖에 없는데,
터울 : 그렇죠, 직원분들 입장에서는 그냥 일하러 왔는데,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전달이 제대로 안됐을 상황에서.
Ed Kim : 사실상 우리가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고, 공간은 지원받은 거지만 그 외적인 부분에서 저희가 활동비를 지원받는다든지, 아니면 오픈마이크를 꾸리기 위한 모든 비용은 각출했거든요.
최최 : 회식비부터 해서 다,
Ed Kim : 회식비도 그렇고 사소한 것, 마이크 선 사는 것부터 해서 앰프가 필요한 상황이면 앰프 대여하는 것부터 그런 모든 걸 각출했기 때문에, 그게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러니까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야간개장 얘기도 뒤에서 하겠지만, 사실 저는 야간개장 때도 글로우 서울 직원분들의 입장이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거죠. 그분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행사라 할지라도 돈받고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되는가란 생각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비슷한 일들이었을 것 같아요.
Ed Kim : 맞아요.
흥가 : 네, 그런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최최 : 행사를 해나가다 보면 지치잖아요. 당연히 피로가 누적될 텐데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매달 행사를 하다 보니 오히려 인지가 안되는 거죠.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커뮤니케이션할 때 곤두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든가, 그런 게 지쳐있다는 신호였을 텐데,
터울 : 그걸 아는 건 되게 중요하죠.
최최 : 이런 것들에 대한 얘기를 그 당시 친구들이랑 나누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우리가 이걸 ‘해야만 한다’고만 생각해서 우리 스스로 돌아보지 못했던 거죠. 그 뒤로 꽤 오래 쉬었습니다. 모움 공간의 개편 이슈도 있었지만, 피로도 관리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정리해봐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 오픈마이크 8, 2015.10.17.
▲ 오픈마이크 9, 2015.11.14.
▲ 오픈마이크 10, 2015.12.19.
▲ 오픈마이크 11, 2016.4.30.
터울 : 그 때가 2016-17년 즈음인가요? 모움에서 했던 마지막 행사는 언제였어요?
Ed Kim : 모움에서 했던 마지막 오픈마이크는 2016년 4월이었어요.
최최 : 저는 쉬면서 힘들었어요. 분명 우리의 활동이 좋고 의미있는 것도 알겠는데 개인의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가 활동을 지속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거죠. 지금 상황에 대한 실감이 되면서 슬픈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시야를 넓혀서 외부의 다양한 자원을 끌어오면서 활동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우리가 계속 책임감이나 재미만으로 이 활동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된 후에, 꽤 오랜 휴식기를 가졌던 것 같아요.
터울 : 맞아요,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가늠하지 못하면 오래 활동하지 못하니까, 뼈대가 있는 단체나 모임들이라면 그런 번아웃에 대한 대책과, 아무리 의미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감정적·물질적 자원에 대한 뒷받침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꼭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Ed Kim : 내부적으로도 뭐랄까, 사실 이 때는 뮤직세이는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오픈마이크에 투입되는 사람들이었는데, 누구는 일을 더 하고, 누구는 일을 덜 하고,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매달 하니까 부딪치게 되고, 거기서도 서로 속상한 일이 생기고, 결국은 그렇게 해서 조금 쉬었던 것 같아요.
흥가 : 못 풀고 가니까,
Ed Kim : 풀 수가 없었어.
흥가 : 한번 딱 놓치니까 이게,
Ed Kim : 왜냐하면 사실 그 날 바로 풀어야 되는데, 우리가 참가자들이랑 같이 뒷풀이를 하니까,
최최 : 노느라고, (웃음)
▲ 유니콘(UNICON), 2016.7.9.
12. 2016년 유니콘(UNICON) 합동공연과 클럽 루킹(LOOKING)
터울 : 2016년 4월에 마지막으로 모움에서 오픈마이크를 한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Ed Kim : 4월에 오픈마이크를 하고 나서, 그 해 여름에 유니콘(UNICON)을 했어요.
흥가 : 쉰 게 아니네. (일동 웃음) 안 쉬고 다른 걸 했어요.
Ed Kim : 좀더 판을 크게 벌려보자 해서,
최최 : 더 피곤한 걸 했어.
터울 : 완전 피곤한 걸, (웃음)
Ed Kim : 마침 루킹(LOOKING)이 오픈하던 때였기 때문에, 루킹 오픈에 맞춰서 저스틴 형이 규모를 좀더 키워보자 해서 했던 게 유니콘이었어요.
흥가 : 일을 일로 풀었어요.
최최 : 더 큰 일로. (웃음)
Ed Kim : 미쳤지 그 때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땐.
최최 : 그 때도 형이 제안을 했던 상황이었어요. 공간이 오픈됐었으니까,
Ed Kim : 공간 오픈이 있었고, 우리가 이제 다음 오픈마이크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모움은 너무 작다, (웃음)
흥가 : 그러니까 서로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을 때, 형이 클럽을 만드시는데 우리의 그런 활동들을 할 수 있게끔 스피커나 음향장비를 좀 잘 해놓으셨다고 얘기하시니까 또,
Ed Kim : 맞아요, 그 형이 그걸 고려를 해주셔가지고, 사실 클럽에 전혀 필요없는 24채널짜리 믹서를 루킹에 둔 거예요. 그게 나중에 클럽 힘(HIM)으로 바뀌면서는 그 장비를 없애신 걸로 아는데, 루킹 때만 하더라도 공연을 할 수 있게끔 24채널 믹서를, 사실 그렇게까지 쓸 일도 없는데,
최최 : 터울형이 한 인터뷰에 그 내용이 있어요. (일동 웃음)
터울 : 거기엔 24채널 믹서라는 디테일은 없었어요. (웃음)
Ed Kim : 마이크를 정말 여러 개를 꽂을 수 있는 믹서를 마련해 주셨는데, 조금 아쉬웠던 건 그 장비들을 들여놓으면서, 기획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공연에 적합하게 스피커 배치도 됐으면 좋았을 텐데, 설치된 스피커가 사실상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스피커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뭔가 공연을 한다는 것은 좀 힘들었어요. 아무튼 유니콘은 그런 경위로 기획하게 됐는데, 기획하는 과정은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최최 : 유니콘은 진짜 재밌었어요. 의미도 있고.
터울 : 참가팀이 뮤직세이는 물론이고 지보이스도 있고, 코드지도 있고, 포튠즈(Fortunes)도 있고, 거의 뭐 게이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보컬 그룹들이 참가했던 것 같은데요.
Ed Kim : 유니콘은 저희가 뮤직세이, 코드지, 오픈마이크로 이어오면서 활동했던 모든 자원을 다 집어넣은 행사였어요. 그래서 거기 나오는 모든 참가자들은 저희와 그 동안 협력했던 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연을 시킨 거죠.
최최 : 그 중에 지보이스가 눈에 띄었어요.
Ed Kim : 그렇죠, 지보이스는 사실상 그 때까지는 저희랑 접점이 1도 없었는데,
최최 : 계속 러브콜을 하고 싶었는데, 모움이라는 공간적인 한계나 이런 부분 때문에 섣불리 제안하기가 미안했어요. 그들도 꾸준히 공연한 팀인데, 물론 거기서 공연하신 경험은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초청을 해놓고 그럴 만한 공간 상황이 안되면 서로 아쉬운 상황이 될 것 같아 계속 주저했었는데, 유니콘 기획이 나오자마자 지보이스에 바로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던 거죠.
터울 : 유니콘 행사 진행하시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고, 뭐가 제일 좋았었나요?
최최 : 저는 기억나는 게, 좋았던 건 그 행사가 가지는 의미가 있잖아요. 저희가 그간 맺어왔던 관계 자원들이나 온갖 노하우들을 망라해서 보여줄 수 있는 행사,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줄 수 있는 행사였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또 하나는 오픈마이크를 모움에서 했지만 이 공간의 중요성을 행사 진행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밤에 운영하는 클럽이잖아요. 클럽이 영업하지 않는 다른 시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도 고려해서 홍보했던 기억이 나고, 지보이스처럼 기존에 저희가 가져왔던 관계에 더해 보다 더 넓은 단위의 네트워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행사였어요. 정말 이건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고 같이 준비하는 기획으로 갔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그냥 하고 나서 의미를 붙인 게 아니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그런 의미에 저도 공감이 됐었기 때문에 저도 더 마음 담아서 할 수 있었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Ed Kim : 저는 힘들었던 건, 역시 이런 행사를 하다보면 돈이 가장 문제가 되는데, 그 동안의 오픈마이크는 우리끼리의 각출이었고, 유니콘의 경우는 사실상 저스틴 형 쪽으로부터의 서포트를 받고서 하는 거였는데,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것에 대해서 괜히 우리가 눈치보고, 안 그래도 됐던 건데 너무 눈치보고, 우리가 이렇게 돈을 써도 되는 건지, 돈을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조심스럽고,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그런 게 되게 눈치보였어요. 장비를 대여하는 부분에서부터, 사실 다 빌리면 되는데 어떻게 해서든 아껴보겠다고 괜히 좋지도 않은 우리 장비 가져가서, 예를 들면 키보드라든지. 그런 것들을 눈치봐가면서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우리가 좋아서 하는 행사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주최는 루킹에서 하는 거였는데, 공간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부터 괜히 눈치를 많이 봤던 게 저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최최 : 우리한테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으니까.
터울 : 안타깝게도 1회만 하고 더 이어지진 못했는데요.
Ed Kim : 네, 그건 이제 나중에 저스틴 형과의 추억을 다룰 때 얘기하고 싶네요.
▲ 오픈마이크 12, 2017.11.4.
13. 공연 기획자로서 활동한다는 것의 의미
터울 : 여기 세 분 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게 무대에 서서 내가 노래를 할 때랑, 남의 무대를 만들 때랑 감흥이나 느낌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거든요. 왜냐하면 그걸 둘다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여쭤보고 싶어요. 각자에게 느껴지는 감각이 어떻게 다를지.
흥가 : 노래는 아무리 잘해봤자 어차피 주목받는 건 예쁜 애들이라서, (일동 폭소)
최최 : 우리가 너무 빨리 알았어.
Ed Kim : 그거 맞아, 진짜 맞아. (웃음)
흥가 : 그래서 사실 주제 파악을 일찍 했달까? (웃음) 프로급으로 정말 노래를 잘하는 거 아니면,
Ed Kim : 정말 기똥차게 잘하든지, 아니면 이쁘면 돼. (웃음)
최최 : 그건 진즉에 포기했기 때문에, (웃음)
터울 : 무대뽕이 뭔지를 너무 일찍 알았구나. (웃음)
흥가 :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약간, 밑에서 기획하고 준비하고 하는 게 남들은 잘 알아봐주지 않아도 내 만족이 커서, 재밌고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더 많았던 것 같아요.
Ed Kim : 그런데 이건 사실상 뮤직세이 성향이랑도 조금 이어지는 것 같은 게, 코드지와 뮤직세이를 비교해보면 사람들이 뮤직세이를 잘 모르잖아요. 코드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뮤직세이는 잘 몰라요. 그런데 이 이유가 뮤직세이 사람들의 성향 때문인 것 같거든요. 코드지는 자기표현에 있어서 조금 더 과감한 팀이고, 내가 노래를 하고 무대를 서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는, 그런 마케팅에 능하고 또 그걸 좋아하는 팀인데,
최최 : 잘 하기도 하고요.
Ed Kim : 그런 욕망을 너무나 잘 풀어내는 팀이고, 그래서 지금은 코드지라는 팀에 대한 팬베이스가 어느 정도로 갖춰져 있을 정도인 팀인데, 반면에 뮤직세이는 사실상 그렇게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별로 감흥이 없는 것 같아요.
최최 : 신기하리만큼 관심이 별로 없어요. (웃음)
Ed Kim :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는데,
흥가 : 아닌 사람도 있죠.
Ed Kim : 아닌 사람도 많죠. 그런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자기를 뽐내는 것에 대해서 일단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그런 것에 대해 자기 검열을 각자 해요.
터울 : 신기하다. (웃음)
흥가 : 다 마이너예요. (웃음)
Ed Kim : 약간 인디 감성이 있어요. 게이커뮤니티 안에서도, 페이스북에서 활동 열심히 하시는 분들 보면 자기 어필을 적극적으로 잘하고, 좋아하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사실상 저희는 거기에 정반대에 있는 성향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성향들이, 스탭 일을 하고 판을 만드는 것에 대해 더 보람을 느끼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고,
흥가 : 그리고 그런 일을 할 때 내가 더 자신감이 있고, 재밌고, 편하고 그래요. 그럴 수 있는 분야를 찾다보니까 뭔가 그런 일들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터울 : 신기하다. (웃음)
Ed Kim : 뮤직세이는 공연을 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나 이만큼 잘해요'를 뽐내고 싶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이만큼 준비하고 이만큼 연습한 걸 잘 풀어내고 싶다, 약간 나와의 싸움이랄까? 좀 그런 경향이 있는 팀인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서 이런 성향이 잘 안맞는 사람들은 뮤직세이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최최 :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잖아요. 저는 다년간 활동하면서 느낀 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식으로 음악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뭔가 사람들 앞에 놓이는 상황 자체를 힘들어하기 때문에, 노래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인 거죠. 그래도 내가 남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나 있는 법이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건 당연히 좋은 기회이고 고마워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웃음) 그렇기 때문에 저도 뮤직세이나 모임에서 제 롤을 잡을 때, 뒤에서 잡다구리한 일을 하는 것이 저랑 잘 맞는 거예요. 저한테 좀 더 맞는 활동을 하는 게 더 좋죠.
터울 : 너무 신기해요. 왜냐하면 게이판에 이렇게 관종들이 많은데, (웃음)
Ed Kim : 그런데 정말 그래서 사실은, 그런 게 잘 안맞아요, 저희랑. (일동 웃음)
터울 : 그런데 어쨌든 그런 덕성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 덕을 보는 거잖아요.
최최 : 우리 그룹의 이런 성향을 모르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성향 자체를 물려줄 수는 없지만, 뮤직세이가 음악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역할을 존중해왔다는 역사가 있고, 같이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터울 : 옛날에는 인권단체들이 이런 일들을 해왔다면, 진짜 커뮤니티 레벨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팀들이 생겨난 느낌인 거죠. 이 인터뷰가 기획된 직접적인 계기이기도 하고요.
▲ 오픈마이크 13, 2018.4.21.
14. 무대에서의 기억
터울 : 하도 본인들이 뜨는 걸 숨기고 계시니까, (웃음) 각자 자기가 뮤직세이를 하면서, 내가 무대에 섰을 때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 언제고, 그게 어떤 곡을 공연할 때였는지 궁금해요, 세분 다. 왜냐하면 각자 좋아하는 음악 얘기가 너무 안나오기도 했어서요.
Ed Kim : 이건 각자 서로 얘기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둘의 무대가 빛났던 순간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최최 같은 경우에, 7회 공연 때 10cm의 <스토커>란 노래를 불렀는데, 그 노래를 부를 때 최최가 성장했다는 걸 알았어요. 최최가 처음에 뮤직세이에 합류했을 때, 미안해, 노래를 너무 못한다, (일동 웃음)
최최 : 미안해하지만, 그 얘기를 당시에도 안 하지 않았어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웃음)
흥가 : 나가질 않더라고. (웃음)
Ed Kim : 처음에 저 친구랑 뭘 해야 되지? 약간 이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를 못했고, 심지어 그래서 얘를 전담 마크하기 위해서 듀엣을 감행한 적도 있는데, 정말 이 친구는 열심히 했어요. 자기 계발을 위해서 따로 보컬 트레이닝도 꾸준히 받아왔고, 본인 스스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굉장히 부단한 노력을 했는데, 그게 7회 때 빵 터진 거예요. 그런데 사실상 뮤직세이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 중에서 최최가 얼만큼 늘었느냐를 보고 싶어서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거기에서 약간 감동 포인트가 있는데, 그 중에 딱 7회 때 <스토커>를 부를 때가 빵 터졌던 시기였고, 그 후로는 사람들이 약간 최최가 그 이후로는 또 정체기인 것 같다, (일동 웃음)
터울 : 되게 고급스럽게 멕인다, (웃음)
흥가 : 마무리까지 이렇게, (웃음)
Ed Kim : 그런 식의 표현도 많이 들어봤는데, (웃음) 하여튼 그 때는 최최가 진짜 빛이 많이 났었어요.
흥가 : 그 때 너무 좋았죠.
터울 : 자긴 어떻게 생각해요?
최최 : 저도 그 때가 기억이 나죠. 제가 그것 말고 다른 무대를 꼽기가 어려운 게, 다른 경우에는 1절 가사를 다 날려먹는다거나, 너무 큰 실수를 많이 해서. 저는 무대에 서는 게 많이 힘들거든요.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요. 무대라는 곳이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모든 컨디션을 다 모아놓은 거예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심지어 거기서 테크닉도 보여줘야하고 감정적으로도 많은 집중을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 최소한 그 무대는 큰 실수가 없었던,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흥가 : 저는 제가 공연하고 나면 영상을 안보거든요. (웃음)
Ed Kim : 본인에게 조금 너그러워도 되는데,
터울 : 아니 춤도 추고 라이브도 하고 하더만. (웃음)
최최 : 누구보다 노래 잘하는 친구인데,
터울 : 지난 2018년 10월 뮤직세이 정기공연 상영회 때 깜짝 놀랐어요. 그 전엔 정말 스탭인 줄 알았거든요. 노래를 잘 하더라고요.
Ed Kim : 노래 진짜 잘해요. 이 친구도 처음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하거든요. 알렉스의 <화분>을 오디션 곡으로 불렀는데, 그 때는 정말 좋은 톤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우와 잘한다-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얘도 노래가 진짜 많이 늘었어요. 뮤직세이에서 저는 사실 저 다음으로 노래를 잘하는, (일동 웃음)
흥가 : 네가 뭔데? (웃음)
Ed Kim : 내가 제일 잘하니까. (웃음) 저 다음으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저는 흥가가 2013년 the Voice Paul's Bar에서 Carrie Underwood의 <Inside Your Heaven>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가 기억에 되게 많이 남아요. 3등을 하기도 했고, 그게 사실 정기공연 곡이었는데 공연 때보다 더 잘 불렀었어요. 그래서 그 때 얘 노래 진짜 잘하는구나 생각했어요.
터울 : 흥가는 어떻게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자기 무대.
흥가 : 저는 2015년 11월 7회 공연 때가 기억남아요. 가장 하고 싶었던 노래를 했던 공연이라서 좋았고, 이게 선곡도 사실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하다보니까 쉽지 않은데, 그 때는 선곡도 다 마음에 들었고, 제가 했던 건 최최랑 듀엣 무대를 했던 범키의 <집이 돼줄게>란 노래였어요. 그리고 단체곡도 Pharrell Williams의 <Happy>랑 Christina Aguilera의 <Beautiful>이었어요.
Ed Kim : 7회 공연이 좋았던 게, 저희가 처음으로 LGBT커뮤니티에 대한 노래를 불렀던 해였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사실상 좋아하는 노래를 하는 형식이었다면, 7회 공연 때는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다룬 <Beautiful>이란 노래를 일부러 선곡하고, 좀 의미를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최 : 사이사이 노래를 선곡한 의미를 라디오 사연을 소개하는 식으로 기획했었는데, 거기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드러내서 보여줬죠.
Ed Kim : 그리고 기진이란 친구가 '퀴어영화 20' 등의 OST 작업도 하고, '자청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기획했던 뮤지컬 중에 게이 커플에 대한 뮤지컬이 있었어요.
최최 : 그러니까 주인공이 게이였죠.
Ed Kim : 네, 그게 남남 커플 듀엣곡인데 그게 서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노래였고, 그 노래도 그 때 처음으로 공연을 하고.
흥가 : 그래서 즐겁고 몰입해서 불렀던 것 같아요.
Ed Kim : 저는... 뭐가 있을까.
터울 : 뭐 많겠지만,
흥가 : 본인은 하고 싶은 거 다 업으로 하기 때문에, (일동 웃음) 빼도 될 것 같아요.
터울 : (웃음) 그래도 어쨌든 업으로 하는 노래랑 이런 데서 하는 노래가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Ed Kim : 그렇죠. 그런데 사실 뮤직세이란 팀에서 한창 활동할 때만 하더라도 저 역시도 제 스스로를 트레이닝하던 시절이니까,
흥가 : 그런데 얘도 하면서 엄청 나아졌고,
Ed Kim : 맞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2013년 4회 공연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이런 걸 좀 잡았던 시기인 것 같아서, 그 4회 때 공연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터울 : 무슨 곡을 하셨어요?
Ed Kim : 그 때 James Blake의 <Retrograde>를 했는데, 그 노래를 하면서 내가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분위기라든지, 내가 가져가야 하는 모습들, 이런 면에서 '아 이게 내가 잘하는 거구나'라는 걸 그 때 알았던 것 같아요.
흥가 : 그 때부터 좀 아티스틱했어요. (웃음) 그 때 멋있었어요.
▲ Culture Spot 모움(MouM) 요일별 일정표, 2016.4.12.
15. 故 저스틴에 대한 추억
터울 : 저스틴 얘기를 안 들어볼 수가 없어요. 모움 얘기부터 시작해서, the Voice Paul's Bar, 유니콘까지 얘기하면서 이름이 자연스레 묻어나오고 있는데, 저도 생전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 그리운 친구죠. 각자의 추억이 각별할 것 같아요.
흥가 : 무슨 일 할 때마다 형이 많이 좀 생각나는 것 같고, 우리가 하는 활동들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주고 이해해주고 들어줬던 리더이자 조력자였고, 유니콘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도 저스틴 형이 있었으니까 그런 기획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모움과 같이 누구보다 먼저 커뮤니티 내에서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간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 사실 그것에 영감을 받아서 제가 지금 이 모임(MOI:M)을 사업화하는 것도 그런 것이 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형과 함께 기획했던 유니콘 행사에 대해서도, 형이 인터뷰할 때 뒤에서 함께 고생했던 모임 스탭들에 대해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거든요. 페이스북으로 글을 남기거나,
최최 : 인터뷰 때도 언급을 따로 해주셨고.
흥가 : 저는 이게 되게 저 개인적으로 감동적인 포인트인 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수성있는 사람을 별로 많이 못 봤거든요. 그런데 저스틴 형은 따뜻했고, 그런 면에서 너무 배울 게 많았던.
Ed Kim : 저스틴 형도 역시 자기가 나서는 것보다, 자기가 이런 판을 만들고 기획하고 서포트를 해주는 그런 걸 잘 해주신 분이라,
터울 : 되게 소중한 끼예요, 그런 게.
Ed Kim : 저는 지금도 저스틴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마음에 남아있는 게, 사실 유니콘 1회를 하고, 그 다음에 유니콘 2회를 레드파티랑 맞물려서, 그 때 레드파티를 그쪽에서 담당하기로 해서 유니콘 2회를 기획해보자는 연락이 먼저 왔어요. 그래서 한번 미팅을 가졌는데, 처음에 저희가 같이 하고 싶어서 미팅을 처음에 잡았던 거긴 한데, 저희도 그 때 지쳤었나봐요. 그래서 결국은 '형, 저희 못할 것 같아요'라고 하고 유니콘 2회를 무산시키고, 레드파티는 레드파티대로 따로 진행됐었는데, 그 때 안한 게 너무 후회가 돼요. 그 때가 사실상 형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터울 : 그렇죠, 그 다음해 4월에 그렇게 됐으니까.
Ed Kim : 그리고 그 때 형도 되게 지쳐보였어요, 사실은. 어떻게 보면 형이 나 힘드니까 좀 도와줘, 나 혼자 하기 힘들어-라고 어떻게 보면 저희한테 SOS를 요청한 거였는데, 그걸 거절한 게 나중에는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그걸 못 한 게 너무 마음에 남네요.
최최 : 저는 아까 조력자라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제가 퀴어의 정체성도 있지만 청년으로 한국 사회를 살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내가 하는 활동에 이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사람이 있었나 생각을 해보면 저스틴 형 말고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스틴 형은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저나 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셨을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팀에 대해서 어떻게 저렇게 신뢰를 하고 판을 깔아주셨을까 생각하면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이런 신뢰의 경험을 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은 평생 갈 것 같아요.
생각나는 장면들도 있어요. 유니콘 당일인가, 형이 전날 업장 운영을 하고 잠깐 쪽잠을 자다가 행사 준비를 하러 온 저희를 맞이하셨던 게 기억이 나요, 그 클럽에서. 눈 부비면서, 너희들 왔냐고. 사실 그 자리에 굳이 안 계셔도 되는데 쭉 계시면서 계속 도와주셨던 것, 이런 게 기억이 나요.
터울 : 지쳐보였다는 대목이 마음이 아픈데, 그래서 좀 이렇게 판을 까는 행위가 물론 어떤 사람에겐 더 끼가 맞아서 흔쾌히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뭐랄까, 이게 그냥 한 사람의 희생과 미담으로 끝나지 않아야 하는 책임들도 각자 있는 것 같고. 뭔가 남들을 위해서 커뮤니티에 판을 까는 사람들이 서로의 일들을 알아봐주고, 서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문화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실은 내가 마음을 쏟아서 판을 깔아도 그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내가 어떤 판을 깔았는데 그 판에 있던 사람들이 그냥 즐겁게 놀다가 갈 수도 있고 그 다음을 신경 안쓸 수도 있는 건데, 그들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고 한다면 서로라도 그런 것들을 좀 챙겨주고 인정해주고, '너 되게 잘했어' 라는 칭찬의 문화가 필요한 게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해요, 퀴어 커뮤니티에서.
흥가 : 잘했어, 잘했어. (웃음) 진짜 너무, 서로를 너무 못챙겼던 게 맞는 것 같아요.
최최 : 저희끼리도 그 얘기 많이 해요. 물론 외부의 피드백에 대해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저희끼리도 너무 같이 한 시간이 오래됐으니까, 하다보면 아차 싶은 것들이 있는 거죠. 그래서 모임을 재정비하는 시점에, 홍보의 목적도 있었지만 관련된 여러 단체들을 돌아다니면서 의견도 묻고, 저희 준비하는 사업들도 알려드리고, 이런 자리들을 가진 적이 있어요. 저희가 친구사이에도 방문을 했었어요. 이 애매한 포지션에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좀 응원해달라는 마음으로 찾아왔었는데, 그 때 상임활동가님께서 "이런 판에서는 자기 속도를 지키면서 가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이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저는 그게 되게 오래 기억에 남아요. 지금도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우리가 지금 우리 속도대로 가고 있나-이런 질문을 계속 하는 것이, 그 때 만나서 이야기해주셨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터울 : 적절하게 친구사이를 상찬하면서 한 챕터가 마무리되고 있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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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2016.4.30. | 끼리끼Re: with Bigbaby Oh | 이태원 모움 |
12 | 2017.11.4. | with Bigbaby Oh | 낙성대 사운드마인드 |
13 | 2018.4.21. | with Bigbaby Oh | 낙성대 사운드마인드 |
14 | 2019.5.18. | with 옥자 | 익선동 더썸머 |
▲ 오픈마이크 역대 공연 목록(2015~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