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_보이스

title_Chorus

 회사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2주간 연습을 가지 못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말 연습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네요.

 녹음파일을 올려준 단원 (min) 덕에 귀로는 들어보았다지만, 사실 소리내어 연습을 해 보지는 못했기에

 불안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가득 담고선 연습을 갔는데, 

 아이고... 안무도 있었네요 ^^

 
 ...줄기차게 드나들던 종로를 한 동안 못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참 그리웠어요.

 그냥 별일이 없더라도 특별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마주보는 사람이 그리웠죠.

 그러다보니 목소리라도 들어볼까싶어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투정을 부려보기도 하고...

 

 저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라 생각했었어요. 

 '난 혼자인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쇼핑 혼자하는게 어때서?'
 
 '영화를 왜 혼자 못봐?'

 '나 식당도 혼자서 잘가잖아. 그게 왜?'

 
 그리고 그렇게 살아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늘 저 자신에게 체면을 걸었던것 같아요.

 '이것봐.. 혼자 영화보니까.. 군더더기가 없잖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들어올 수 있고... 얼마나 편해?'

 라는 식의 자기 체면....


 그런데 돌이켜보면, 
 
 일반 친구들에게 연예를 왜 하는거야? 혼자있는게 얼마나 편한데!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것이 내가 바라고 있는 이상향이것 마냥...

 
 자신이 없었던거죠. 내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자신이...

 그러다보니 정말 나라는 아이는 없고... 껍데기만 둥실둥실


 그러다 친구사이를 왔어요.

 그리고 지보이스 공연을 만났고... 

 2011년 처음으로 지보이스공연을 보러가던 길이 생각이 나요. 그때도 그랬어요.

 '혼자 공연보러가는게 어때서? 나 원래 혼자 잘 다니잖아.'

 
 
 좌석표를 손에 들고선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 열려진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봤었어요.

 어두운 무대.. 그리고 관객석..

 미리 앉아서 기다릴 요량으로 관객석으로 들어가려하는데...

 비어있는 줄 알았던 무대 위에 단원 분들이 계셨더군요.


 "저기요. 지금 들어오시면 안되거든요. 공연 시작하면 들어오세요."

 나.. 참.. 서러워서....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던 소리...

 "공연장 문 잠궈주세요~~~!"

 나.. 참... 더러워서...


 그때 전 혼자였단 말이예요.  공연장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는데 그 뻘쭘함이란...


 공연의 전부가 기억나진 않아요.

 그래도 처음으로 접했던 공연이었기에, 선명하게 기억이 남는 몇 장면은 있네요.
 
 1부가 끝이나고 영상으로 보여졌던, 짧막한 드라마와 실제 친구사이 내 커플들을 담은 영상.

 ...... 저 사람들은 누굴까...

 
 분명 공연은 유쾌했고, 덕분에 많이 웃었고 즐거웠는데...

 공연장 밖은 참 서늘했어요.

 어둑한 골목 귀퉁이에 서서 관객들이... 그리고 단원들이 다 가는 뒷모습을 보고선..

 그냥 괜시리 그 주변을 서성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광화문 광장을 들렀는데,

 멍하니 보이는 하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자동차들은 걸음이 무척이나 빠르고... 

 공연이 끝나고 나눠 준 귤만 두 개가..

 만지작...만지작... 조물조물 ...

 귤을 이렇게 만지작 거려야 맛이 있어지는 거라며, 그렇게 한 입..두 입

 
 거기서 부터 어디까지 얼마나 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난 일요일 연습이 끝나고, 샌더가 앞에서 읽어달라며 건내준 쪽지를 받아들고선,

 몇 줄 읽지도 못했네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무슨 감정이었는지... 왜 그런건지...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기억을 더듬어봐도.. 

 샌더가 전해준 내용의 글은 전혀 슬픈 내용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작년에 썼던 그 글은 제가 첫공연을 보고 후기를 쓴 것도 아니고, 스태프로 일하고 나서

 쓴 글이라 몹시도 담담하게 썼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몰! 라! 요!  왜 인지~~ 

 몰라요.. 지금도 .. 앞으로도 아마 영영 모를거 같아요~ 

 
 
 중요한건 지금은 제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렸다는 거예요.. 그게 다예요.

   
 어쩌죠? 저....? 

김종국(카이) 2013-09-17 오전 03:49

와 감수성 쩐다..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밝고 유쾌하고..거기다 내면도 참 순수해..^^ 친구사이 사람들 첨 맞딱뜨렸을때..나도 그랬었음ㅋ 5년전인가 퀴어문화축제때...다가가 말은 못하고..먼발치에서 쳐다보기만..그리고 사라져가는 뒷모습만 보며 광주로 내려왔거든..어쩌면 아마두 그때 그 느낌이 너랑 좀 비슷했을듯.

미로 2013-09-17 오전 05:32

"저기요. 지금 들어오시면 안되거든요. 공연 시작하면 들어오세요."
"공연장 문 잠궈주세요~~~!"
미안, 아마도 내가 한 말일 듯.ㅋ
이번에도 현식이처럼 이쁘고 똘똘하신 스탶이 들어와 조감독을 해줬으면 ㅋㅋㅋ

damaged..? 2013-09-17 오전 10:01

아, 이렇게 찡하고 멋진 글을... ㅠㅇㅠ
얼굴뿐 아니라 마음도 이쁜 현식이였어~!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가
역설적으로 오히려 좋은 일이네.
혼자 와서 우리가 되는 친구 사이, 지보이스,
다들 신나게, 즐겁게~ ^ㅁ^/

2013-09-17 오전 11:56

우는 것도 말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말을 못해준거 같앙.

일요일날 짧은 순간에 우리에게 많은 말을 남긴 현식형.
그 말을 자꾸 떠올리고 생각하게 된당><
애정해-ㅋ

코러스보이 2013-09-18 오전 01:20

현식이가 있어서 항상 연습 분위기가 밝고 따뜻해지는 거 같아. 몇주 안 남았는데 화이팅이야~~~

케빈(Kevin) 2013-09-18 오전 03:50

ㅋㅋ 실아~ 실아 ~ 현실아 ㅋㅋ 풋 ㅋ

박재경 2013-09-18 오전 04:30

ㅋㅋ 너도 나에게 반한거니 흥!!
너무 많아서 안되겠다.

크리스:D 2013-09-18 오전 11:51

넘 사랑스러운 바보당ㅎㅎ 현식이 짱짱!! 화이또♡

낙타 2013-09-20 오전 11:23

세상에.. 친구사이 일에 이제 형 뒷바라지까지 해야하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

보성 2013-10-08 오전 06:11

힝 콧잔등이 찡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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