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련, "동성애 관점 차이 있어, 그만 논의하자"
동인연 공식 사과 요구에 범민련, "이 정도로 하자"며 진화 나서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 2007년06월14일 17시13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범민련)가 기관지 에 성적소수자 및 이주노동자들을 부정적인 '사회문제'로 묘사한 기사를 게재해 성적소수자 단체로부터 공개 사과 요구를 받고 있다.(관련기사, '민족성 견지 못해 동성애, 이주노동자 문제 심각') 이런 가운데 범민련 측이 공식적인 사과나 입장표명 없이 "동성애에 대한 관점과 입장의 차이가 분명히 있음을 확인한다"는 담당자 개인의견을 표명하는 선에서 사태 진화에 나서 이번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동인연, "민족을 앞세워 다양성을 짓밟는 파시즘" 거듭 공식사과 요구
그간 이번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 온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연)는 "이번 사건은 진보진영안의 진정한 진보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범민련 측에 문제가 된 해당기사 삭제 및 공개 사과를 요구해왔다.
동인연은 지난 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범민련 측 기사에 대해 "차이와 다름의 다양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단일하고 순결한 혈통 중심의 사고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위에 군림하는 파시즘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며 "민족을 앞세워 다양성을 짓밟는 파시즘"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범민련 측은 그저 동성애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로 점철된 사회 문제의 단편으로 인식할 뿐 지배계급의 신자유주의 전략을 폐퇴시키는 연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민족성만을 강조하여 사회적소수자들을 배제하는 태도는 진보를 향해 달리는 중요한 연대세력을 잃는 것이자 매우 커다란 활동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조, "폐쇄적 국수주의로 비춰질 위험이 있는 사상이 오히려 '해악'"
이주노조도 11일 공식 성명을 내고 "한국의 현실에서 이주자들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바라본다면, 정부의 이주자 차별과 억압에 진지하게 반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우파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이주자들을 희생양 삼아 인종주의적 공격을 시도할 때, 해당 글 필자(범민련 조직위원회)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이 피억압자들을 방어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에 맞서려면, 그로인해 고통 받는 전 세계 모든 민중들의 단결을 꾀하고 투쟁을 고무할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하지, 폐쇄적 국수주의로 비춰질 위험이 있는 사상은 오히려 '해악'"이라고 지적하며 "누구든 인종, 출신국가, 종교,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며 보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 민주노동당도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이번 문제는 진보진영 내에서 또 다시 토론을 통해 이해를 넓혀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범민련 측에 "사회적 소수자들의 요구에 대해 명확한 태도로 답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범민련, "동성애에 대한 관점과 입장 차이 있어. 이 정도로 논의하자"
이 같은 동인연과 이주노조 측의 문제제기 및 사과 요구에 대해 범민련은 단체의 공식 입장이 아닌, 최동진 범민련 교육위원장 개인 입장 글을 지난 12일 동인연에 전달했다.
최동진 위원장은 동인연 측에 보낸 글을 통해 " 글 내용과 동인연의 여러 문서 질의로 인해 계속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은 바르지 못하다"며 "동인연과 범민련 남측본부가 자발적인 제의와 합의 속에 어떤 공동의 관심사나 주제를 통하여 서로의 입장을 좁혀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글 내용과 그에 대한 질의로 시작하는 논의는 처음부터 대립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은 동인연 측의 문제제기 및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범민련과 동인연 간에) 동성애에 대한 관점과 입장의 차이가 분명히 있음을 확인한다"고 에둘러가며 "다시 한 번 얘기하자면, 입장은 이 정도로 논의했으면 한다"고 잘랐다. 사실상 동인연의 공식 사과 요구에 대해 더 이상 응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위원장은 "동성애 문제를 사회구조적 조건과 당사자의 의식형성 과정 또는 생체학적 불가피성과 경향성에 대한 고려 또는 새로운(또는 원래부터 있은) 사회 및 문화 현상 등의 측면에서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음을 밝힌다"며 "혹 글의 분위기나 일부 표현이 그와 배치된 부분이 있다면 제가 더욱 신중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동인연의 사과 요구에 대한 범민련 측의 공식 입장 및 '동성애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최 위원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이번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얘기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대립적인 면만 부각되고 있다"며 "동성애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어도 운동진영이 단합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짧게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