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사이 모임에 나오는 이유
며칠 전에 내가 친구사이라는 모임에 왜 나가는지 생각을 좀 해보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워 있다보니...또 그 생각들이 떠올라서.....컴퓨터 앞에 또 앉게 되었다...
1. 연애하기 위하여...(33%)
내가 친구사이를 나오는 이유의 33%정도는....연애를 하기 위해서이다.....
아직까지 연애를 해보지 못하고 허구헌날 일반 짝사랑질만 해서 그런지 몰라도....나는 지금껏 연애인 같이 잘생긴 사람이 아닌 한에야...한번에 보고 반한 적이 없다....(고로 연애인은 한번에 보고 반했다는 얘기--;.....이런 연애인 같은 킹카를 찾으려고 정기적으로(--;) 번개를 나가기도 한다.)
좀더..감정적이고 정서적으로 친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연애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그런 정서적 유대감이 생기려면...이상하게도(이것은 아마도 스스로의 게이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은 25년 동안 스스로 (사적 영역인) “연애”감정을 끊임없이 거세해오는 과정에서 “사적”영역이 “공적”영역에 흡수당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하는 것 같다...(음..파시즘적인가?..--;)
그 집단이 딱히 타 집단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집단은 아닐지라도..적어도 심리적으로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정도의 정서적 유대감이 있어야 연애 감정이 생겼다...(그런데..불행(?)히도 내가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은 나의 졸렬한 취미생활로 말미암아...다...소위 “정치적”인 집단뿐이다...--;)
그런데....일상생활에서 이반들을 주변에 접할 수 없는 현실에서...당연히(?)...위와 같이 “어떤 유사한 집단에 소속되어있다는 느낌을 주면서 정서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게이를 찾으려다보니.....친구사이에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목적이 있다보니....친구사이 정모 등에 나올 때는...나는 항상 번개용 복장(--;)과 비슷하게 입고 나오게 되고....(그런데..문제는...번개용 복장을 입으면..번개를 나가고 싶어진다거--;)...뭐..그렇다...--; (어쨌거나...이 번개용 복장을 입고 친구사이 모임에 나오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듯싶다. 내년부터는 그러고 싶어도 못 그럴듯하다......고로 올해 안에 반드시 연애를 시작해야하는데--;...)
2. 안정적인 소속감을 얻기 위하여...(34%)
한국에서 게이의 대다수는 그저 한 개인으로만 존재한다.....자기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게이도 많은 상황에서....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더군다나...아웃팅을 당했을 경우 다가올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더더욱 게이를 개인화 시키게 된다...
그런 면에서...한국의 게이는 참 외롭다.....그러기에..이반씨티 자유게시판은 그렇게 빨리 업데이트 되는 것일 테다....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두려움...그들에게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반 씨티의 이반들과의 소통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것일테다...
특히....적어도 나의 경우에...“가정”은 전혀 나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오히려....“가정”은 나에게 최대의 심리적 불안요소이다...
그런 상황에서 친구사이같이 안정적인 (이를테면 가족과 같은)소속감을 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외로운 게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나 역시 친구사이에 나오는 이유 중 34%정도는 그러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싶은데 그 목적이 있다. (다행히도 나는 운이 좋아서....주변에 커밍아웃한 일반 친구들이 많아서....일반 단체에서도 많은 안정감을 느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이반단체에서 느끼는 소속감과 일반단체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그 범주/종류 자체가 다른 것 같다..)
3. 운동을 하기 위하여...(33%)
내가 친구사이에 나오는 33%의 또 다른 이유는.....운동을 하기 위해서이다...뭐...“정치”라는 다소 안 좋은 어감을 가진 단어로 불러도 크게 맘상하지 않겠다...
내가 나의 성정체성을 인정한 2003년 1월 21일은 나의 또 다른 생일이다....군대에서 만난 선임/후임을 잊을 수 없어서 밤새 상사병을 앓던 나는.....내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그때의 나에게는 너무 두려운 일이었다....
심지어...학교다닐때....동아리 등에서 “페미니즘” 세미나를 하면....그날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빠지곤 했으니까....왠지....“페미니즘”은....내가 열어서는 안 되는 나의 성정체성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제껴 버릴 것만 같은....두려움을 나에게 주었던 것이다....모든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은...나의 감추고 싶은 사적 영역을 자꾸 열려만 하였고...나는 그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였던 것이다....
어쨌든...그 군대에서의 선임/후임에 대한 나의 상사병은....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처음 그 상자를 열어야하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그 공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죽고 싶다.”는 느낌.....바로 그것뿐이었다.....이 상자를 열어버리고...나의 성정체성을 내가 스스로 인정하고나면...나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을 것이라는 느낌....그것은..곧 절망이었다....
하지만....결국 나는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밖에 없었고....(동인련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되었다....그때 나를 상담해주었던...동인련의 정욜씨는....고로..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게이”로서 본 게이가 되겠다...^^;...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 판도라의 상자에는 내가 그 안에 들어있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던..절망이 아니라..“희망”이 들어있었다......(나의 닉네임이 “삶은 희망”인 것도 그래서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의 인권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 / .....
그것은....나에게 매우 큰 희망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잊을만하면....주변의 무지한 포비아들이 그 느낌을 친절하게도 되살려준다....
현재...내가 사는 목표 중의 하나가....바로 그때..나를 그 절망에서 끌어내준...그 “희망”을 찾는 것이다....
그 “희망”은 바로....동성애자 운동이다...(물론 이 성소수자 운동은...다른 운동과의 연대를 통해서 더욱 그 보편성을 얻고 나아가 그 운동의 건강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보겠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마침...붉은 이반이라는 성소수자인 민주노동당 당원/ 지지자들의 모임이 생겼고....그것이 현재의 성소수자위원회로까지 연결되게 되었다...이미 창당이전 국민승리21때부터 발기인으로 되어있던 나는 자연스레...나의 두가지 정체성이 겹치는 이 모임으로 가게 되었고....친구사이의 여러 활동들에도 참여하고 동시에 성소수자위원회에서 하는 일을 친구사이에서 알려내고 참여를 조직하려는 것이...또한...내가 친구사이 모임에 나오는 또 다른 1/3의 이유이다....
그것을 “친구사이를 이용한다”라고 부르며 비난하여도 어쩔 수 없다...그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이건 간에(이것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 정치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물론....그것이 누구가 되었든...동성애자 정치운동에 친구사이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그 스스로 많은 자기 헌신을 하여야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