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간 성추행은 무죄? [헤럴드 생생뉴스 2006-03-28 09:11]
‘목욕탕에서 발생한 왕의 남자.’
성폭력에 대한 처벌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나 남성 간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벌규정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대중사우나 시설에서 옆에 자고 있는 남성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최 모(34세 회사원)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전 3시 30분께 만취상태에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지하 2층 보석사우나에 들어가 옆에 자고 있던 김 모(44세)씨에게 접근, 김씨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는 등의 노골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의 갑작스런 행동에 잠에서 깨어난 김씨는 강하게 저항했으며 이 가운데 사우나 직원의 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이 최씨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최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김씨를 보자 갑자기 성욕을 느껴 우발적인 사고를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으며, 피해자 김씨는 최씨의 처벌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남성 간 상호 성추행에 대해 이렇다할 처벌규정이 없다며 이번 사건이 최씨를 불구속 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성간 성추행, 성폭행은 합의가 없을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동성 간의 성추행은 불구속에서 처리하는 등 경미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최근 대중 사우나 시설 등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남성 간의 성추행, 성폭력에 대한 확실한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경찰도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