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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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힐' 때 캐스팅이 상당히 힘들었다. 많은 배우들이 거절했고, 더러는 덜덜 떨며 내 앞에서 이승복 어린이처럼 '나는 호모들이 싫어요'라는 소리를 뱉고 도망간 이도 있었다. 그렇지, 카메라 문제 때문에 결국 엎어지긴 했지만 모 단편 때는 술 마시다 도망간 배우도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은 그래도 퀴어 영화 캐스팅하기가 예전보다 좀 나은 편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이해도 좀 생겼고, 상업-독립을 넘나드는 신인 배우층도 넓어진 것 같다. 또, 퀴어 영화에 대한 선입관도 조금씩 엷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예상 대로, 이번 시나리오를 읽고 손사래를 치는 배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단순 무식하게 경악하는 호모포비아 배우도 있고, 정중히 거절하는 배우들도 있다. 퀴어 영화인데다, 노출 수위를 비롯 그들에게 시나리오 내용이 상당히 과격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앞으로도 더욱 이탈자들은 증가할 것이다. 가능하면 더 과격하게 나가고 싶은 욕심마저 생긴다.

예전에 배우들이 그러면 사실 힘이 빠졌었다. 아직도 한국에서 제대로 된 퀴어 영화를 찍기란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도 곁들여서. 완전히 초짜 배우나 무명 배우를 쓸 수도 있겠지만, 연기가 검증되고, 시간을 들여 이미지가 맞는 배우를 찾다보니 늘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이력이 생겨선지, 요즘엔 거절을 당해도 피식 웃음이 나올 뿐이다. 외려 한다고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렇구나,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잠시 그 사람을 다시 보기도 한다. 또, 요즘 편견을 덜어낸 배우들이 부쩍 증가했다는 사실도 호기롭다.

그전 같으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 리버 피닉스, 존 보이트, 심지어는 그렇게 보수 반동인 게리 올드만 등 내놓으라 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꽤 섹시한 게이 아이돌로 분했다는 사실을 구구절절 늘어 놓겠지만, 이제는 좋다 하면 좋고, 싫다 하면 그래 너 잘났다, 정도로 대충 판단을 가름한다. 연기도 별로고 연기에 대한 욕심도 없는 새끼, 좆까, 하고 속으로 욕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일종의 무시 작전인 셈.

이게 어떤 관성에서 파생한 건지, 아니면 모르쇠 작전에서 기인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절 소식을 듣고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배드민턴 채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는 요즘의 내 여유는 스스로 돌이켜봐도 어떤 이유가 있을 게다. 누구에게도 열어보이지 않은 마음 속 독기.

'내가 아닌 것'에 대한 미지의 탐험이 곧 영화의 본령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배우 역시 그 본령에 빙의되지 못한 자라면 배우 자격이 없다는 내 소신은 여전히 명료하다.




Silent Rain | Ten Strings Group






황무지 2005-08-06 오후 23:37

오늘 잡지 코너를 들썩이다 보게 되었다. '동백꽃 프로잭트' 가 극장에 걸리는 건가용~??

모 감독이 자기 배우는 꼭 포스터에 얼굴 실려야 한다고 우겼다고 하던데~
어떤 배우 얼굴이 어떻게 포스터에 올라갈 지 .. 혼자 상상해보고 피식~ 웃었다는~

준호 2005-08-07 오전 10:09

" 넌 부자여서 도망갈 곳이 있겠지만 난 아무곳도 없어. " .. 난 아무곳도..

가슴이... 가슴이.. 아푸다..

다시마 소녀 2005-08-08 오전 05:56

호호호! 여기 준비됀 배우가 있잖수!
완.벽.미.모/최.고.연.기.력./절.대.지.성을 자랑하는
다시마 소녀가 있잖수!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