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한민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29살 게이다.
어릴 때부터 원한 직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몇 달 전에 구한 직장인이기도 하다.
내게 28살은 퍽 힘겨웠다.
그래서 대동소이한 문제로 가슴을 앓는
28살 이반 친구들을 위해 이 글을 써본다.
28살은 애매모호한 나이인 것 같다.
20대 초반의 귀여운 애교로 파릇파릇하게
설칠 수 있는 나이는 아쉽게도 지났고,
또한 경제적인 안정과 직업적 비전으로
중년을 늠름하게 준비해가는 나이도 아니다.
뭘 해도 약간은 어색하고 내것같지 않는 불편함이랄까.
돈은 별로 없는데 씀씀이는 커져서 지갑이 늘 헐렁하고,
여전히 미성숙한 어린아이 같은데
어느 누구도 어리다고 대우해주지 않고,
이른 시기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드문드문 나오고,
취업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막상
공부도 잘 안 되어서 심란한 시기였던 것 같다.
이것뿐만 아니라 애인을 사귀기에도 좀 어려운 것 같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또래를 사귀지 않는 이상,
쉽게 애인을 만나기 어려운 나이 같다.
얼굴도 어린이와 늙어가는 중년의 느낌이 골고루 난다.
곧 30이 되고, 취직을 어서 해야만 이후 안정된 삶을 구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늘 전전긍긍 책을 파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여기저기 알아보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욱 많고
정모에 나가면 다들 직장인 혹은 나이 어린 사람만을 찾아
좌절감을 맛보는 시기.
그렇지만 29이 되고 30이 되면서 그만큼
더욱 성숙하고 고민하고 좌절을 겪고 꿈을 꾸면서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씩
알아나가는 게 나의 29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