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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트리 2004-10-11 22: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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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맞서라” 한평생 실천적 삶

9일 지병으로 숨진 자크 데리다는 일체의 권위에 맞서 그 모순을 폭로하는 데 평생을 바친 실천적 철학자다. 해체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난해한 사유체제는 인류문명 전반에 걸친 근본적이고 실천적인 관심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허무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생전의 다양하고도 정력적인 현실참여는 해체주의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웅변했다.

고인은 1930년 7월15일 프랑스령 알제리 엘비아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42년 10월, 식민지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법을 청원했다는 이유로 알제리의 벤 아크눈 국립고등학교에서 제적당했다. 사춘기의 혼란은 폭넓은 독서로 이어졌고, 몇년 뒤 파리로 간 그는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를 거쳐 프랑스 인문학의 산실인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다. 1980년 소르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차례 낙방 끝에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해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재직했고, 알튀세르 등의 초청으로 1965년 모교인 고등사범학교로 자리를 옮겨 1984년까지 가르쳤다. 1983년엔 국제 철학학교를 만들어 초대 교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자명한 ‘진리’·위계질서 전복 시도, 문학·영화 넘나들며 노벨상 후보로
미테랑 “당대 최고 철학자” 찬사도

1981년 체코의 저항 지식인들과 모임을 연 뒤 체코 당국에 체포·구금됐고, 이후에도 넬슨 만델라 구명운동과 인종차별 및 동성애자 차별 철폐운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아랍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에도 걸프전과 9·11 동시다발테러, 유럽통합 등에 대해 발언하며 실천적 지식인의 길을 걸었다. 그의 철학이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는 기존의 정돈된 철학적 체계나 용어, 고전적 문체 등을 스스로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데리다의 사유가 근대 인류문명이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진리’와 그로 인해 인간을 지배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전복을 시도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탈현대의 문제의식을 데리다는 ‘해체’라 이름 붙였다.

데리다는 서구적 근대의 밑바탕이 되는 저작과 학설들이 불안정한 언어와 모순되는 층위로 구성돼 있고 이로 인해 그 내부로부터 해체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냈다. 정신과 물질, 보편과 개별, 남성과 여성 등 합리주의의 기본개념인 대립항 구조는 여기에 들어맞지 않는 모든 것을 주변화하거나 억압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해체이론은 플라톤 이후 서양 지성사를 분해해 기존의 위계질서를 전복하는 동시에 인류의 새로운 인식지평을 개척한 선구자적인 것이었다.

데리다는 철학 외에도 문학과 건축, 영화, 회화 등 다양한 예술영역에 해체론을 적용하거나 스스로 예술작업에 참여했으며, 그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마르지 않는 지적 열정과 자유로운 사유는 〈차이와 반복〉 〈그라마톨로지〉 〈마르크스의 유령들〉 등 수백편의 저술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은 그를 가리켜 ‘당대 최고의 철학자’라는 찬사를 바쳤지만, 데리다의 사유가 다다른 지평을 고려하자면 그 업적은 인류 역사의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것 가운데 하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라스틱 트리 2004-10-12 오전 08:19

철학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습니다만, 합리성이라는 미명하게 불합리하게 강조되던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을 비판하고, 동성애자 차별 그리고 인종차별의 철폐를 주장했던 진보적 사상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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