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만남
얼마나 더 깨져야 제대로 알 수 있나
얼마나 더 아파야 다 보듬을 수 있나.
하루에 15시간을 일하고도
한달에 50만원이 안되는 월급을 받는 이들,
그나마 제때 받는 경우도 드물어
하소연할 곳도 없는 이들,
이제 제 나라로 쫓겨나면
'테러리스트' 로 몰려 일단 잡히고 마는,
아, 국적만 있고 조국은 없는 이들.
명동성당 십자가는 저리도 높은데
치어다 보기 고개 아프게 높디 높은데,
이렇게 선한 눈망울 가진 이들이
대체, 이렇게 당해도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렇게 아픔 줘도 되는 것일까?
'세계화' 구호는 갈수록 요란한데
한국인의 악랄함만 세계화되는 건 아닌가?
비오고 이제 찬기운 스며드는 이 가을에
서러운 민족끼리 서러운 민중끼리
우리는 그들을 '이주노동자' 란 이름으로,
그들은 우리를 '성 소수자' 란 이름으로.
그래!
이렇게 서러운 넋은 서러운 넋들끼리
유배받은 자들은 유배받은 자들끼리,
그래 그렇게,
우리 서로 훈훈한 울타리가 되자.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또다른 아픈 넋들을 보는 이 일요일이
이렇게 소중할 수 있다니...
아, 얼마나 더 깨져야 같이 아파할 수 있을까?
대체, 얼마나 더 아파야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난,
우리는...
* 04. 09.12.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와
투쟁하는 이주노동자가 만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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