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날개 2004-06-15 10:47:47
+4 559
안녕하세요....;;; 정말 여기 가입하고 매일마다 '글'이란거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너무 '민망해서' 안쓰고 그랬던 사람이랍니다...ㅠㅠ

정말 1~2년 전까지만 해도 철판 깔았냐는 소리 들을 정도로 여기저기 싸돌아 댕기면서 이런 글 쓰는 거 민망해 하지도 않았는데....;;;; 쩝...;;;;; (그냥 이 게시판 왠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요...)

여기서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정말 너무 부럽기도 하고요...흠흠...)

정말 수많은 궁금증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답니다.

예를 들면, 전 최근에 커밍 아웃을 2~3명 친구한테 했는데 그 후 정말 내가 '커밍 아웃'하지 않은 친구들과는 도저히 '공감대'를 못 찾고 답답하다는 느낌만 들어서 정말 웃기답니다. (뭐 그 2~3명의 친구들이 너무나도 잘 받아줘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말이죠.)

그렇게 한번, 한번씩 커밍아웃을 하게 되면서 느껴지는 해방감과 일종의 두려움(?).
(정말 커밍아웃을 안 했을 때는 몰랐는데 한번 하고 나니 커밍 아웃 안한 상태의 답답함, 그것이 왜 closet이라고 불릐어지는 이유를 알게되는 것 같고...휴휴...근데 여태까지의 커밍아웃이 성공적이어서 그 '두려움'적인 요소가 많이 없어진 것을 느껴요.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요.)

그러면서 정말 제 자신이 '제가 커밍아웃 안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너무 '귀찮게' 여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웃겨진 것 같애요...;; 혹시 님들도 그랬는지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는...






아, 그리고 말이죠.  

한때 제 자신을 꽤나 괴롭히던 문제인데요..;;;

음음, 대학 들어와서 소위 '활동'(운동)이란 것을 조금 했었는데
왜 그런 공간도 아직 동성애담론이란건 정말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자나요...;;;;
(그 활동판이 NL판이 아니란게 다행이었죠...;;;)

하튼, 전 그때 이유없이 그냥 뭔가 '안 맞는다'는 것을 느껴서
선배들과도 정말 몇번 대판 싸우고 그러면서 디지게 욕을 먹고 지금은 그냥 어이없게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중인데요..;;;;
하튼 그렇게 싸우면서 정말 제 자신 안의 '동성애'에 대해서 굳혀나간 면이 큰 것 같애요.
(그 분들이 저에게 강요하던 '인기 많은 남성적 활동가상'은 저는 결코 이뤄나갈 수 없었거든요. 전 행동 자체가 꽤나 여성적이고 스포츠도 안 좋아서 그리 사람을 끄는 스타일이 아니라. 허허허허...)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게 되면서
정말 그때 제가 '욕먹던 주된 이유'를 제가 그것을 '이건 내가 이성애중심적, 남성중심적인 이놈의 운동판에서 느끼는 소외감 때문일거야'라고 생각을 꽤나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좀 매우 게으르기도 한 것이 사실이기도 해서 꽤나 흠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언제나 그 이면에는 그런 식으로 모든 문제를 환원시키는 것도 꽤나 위험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하튼 그때는 그러면서 더 절망적으로 인간이 변한 것 같애요..;;;;; 짜증나게시리...)

그런데 이런 식의 좀 다른 사람들에게 짜증날 수도 있고 솔직히 나 자신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환원주의식 태도하고 워낙 지금 이놈의 엿같은 사회가 이성애중심적/남성중심적이라서 정말 내가 느끼는 그 토나오고 짜증나고 엿같은 것이 다 내가 동성애라는 이유로 소외받아서일꺼야 라는 태도하고 정말 그 선을 어떻게 그을지 꽤나 고민되는 것 같아요.
(고민이 된다기보다...흠...아마 뭐가 그냥 가장 적정한 선일지가 말이죠...;;;; 아직 동성애라는 이유로 큰 상처를 안 받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좀 워낙 성격이 주위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 정말 어떤 문제로 다른 것을 못하게 될만큼 그것으로 모든 원인을 돌리기는 싫은데...아...잘 모르겠네요...)


워낙 제 안의 동성애를 긍정한지 얼마 안된지라...
정말 갑자기 눈뜬 세상은 낯설 따름이랍니다.
대학 와서 그 모든 동아리와 세미나에서 배운 그 모든 어려운 단어들은 전혀 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정말, 스스로를 긍정한다는 것.
고시공부 시작한다고 해놓구선 정말 그 자포자기적 느낌에 친구 몇몇한테 한 커밍아웃, 그리고 이 곳을 찾아버리고 정말 다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까지 하고 있다는.
아아아아.....;;;;

정말 언젠가 저도 이 곳에 자주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쾌하게. 스스로를 긍정하면서.






PS: 지금 좀 술이 취해서 멋모르게 이런 데 글 써서 민폐나 끼치는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요즘 퀴어문화제 준비하시느라 바쁠텐데 말이죠^^;; 저도 그 문화제 시간 되면 가볼려고 생각중이랍니다. 정말 그날 햇살이 대학로 거리로 한껏 쏟아졌으면 좋겠네요. ^^;;

소중한남자 2004-06-15 오전 11:15

다리가 없는 새는, 쉴 새 없이 날기만 해야 하나요....
그 뭐냐... 시지프스 아저씨가 생각나는군여...

친구사이얼짱 2004-06-15 오전 11:33

예전에 가입인사글 보고 친구사이 자주 나오시란 말 적었다가 그냥 지웠던 적이 있었더랬지요. 호홍~~ ^,.^

술에 취하긴 취하셨군요. 대학로가 아니라 종로 3가입니다. ^^ 꼭 나오세요. 친구사이 참가단에 신청도 하시고요.

글쎄요, 지금 대학 분위기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야 한결 낫겠지요. 그래도 자유주의자들이 많은 pd 쪽에 계셨으니 그런대로, 이성애/남성적인 담론 문화에서 다소 빗겨난 경험을 해보셨을 수도 있겠단 추측을 해보긴 합니다.

날개 님이 은연중에 긋고 있는 모종의 '선'들은 일견 타당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민주노동당 내에 (그게 피디든 엔엘이든) 만연된 담론들을 보세요. 모든 차별 받는 사람들은 연대해야 된다는 추상 담론부터 해서 자기 고백에 이르기까지 아직 걸음마 단계 정도의 동성애 인식을 갖추지 못한 듯하니, 날개 님의 답답함도 의당 일리가 있을 겁니다.

다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여유'가 생긴다면, 대학 경험 때 자극받은 사회에 대한 감각과 동성애 문제가 별개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터득해나가시겠죠.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혹여 인권운동을 하신다면 그 연관성을 훨씬 더 빨리 캐치해내실 수도 있겠고요. 물론 저 역시 그걸 터득하기 위해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

당당하신 모습 보기 좋습니다. 본인의 성 정체성을 처음 깨달을 때 저 역시 그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자기 실존의 중대한 문제인데.. 당연히 그러하겠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친구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고, 또 그 안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들의 언어'와 다른 '우리들의 언어'가 갖는 장단점을 골고루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뜻하시는 개인적인 일도 여유를 갖고 추진하시리라 믿어요.

암튼 당분간 모든 리플을 짧은 호홍,. 으로 끝마쳐야되겠단 결심이 무너져서 또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되었군요. 친구사이 나오셔서 함께 일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고요, 사정이 허락치 않더라도 그냥저냥 시간 되실 때 행사에 참여하시거나 일 도와주시면 친구사이 막내낭자 영로와 휘파람이 맛있는 커피 타 드릴 겁니다.

퀴어문화축제 때 꼭 나오세요. ^^ 즐거운 밤 되시고요.
호홍,. ^,.^

차돌바우 2004-06-16 오전 02:36

음음.. 눈섶이? ^^

난나야 2004-06-16 오전 09:02

차돌바우님과 비슷하네여^^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