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출장이란 것을 갔다올라치면 난 짧지만 강렬한 로맨스를 꿈꾼다.
'7일간의 사랑'
영화에 많이 쓰이는 흔한 소재아닌가.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다가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믿으며 출장을 떠나는 것이다.
5월 5일 오전 9시.
후원의 밤 행사 때 마신 술이 깨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공항으로 향하면서
난 5일간의 짧지만 강렬할 사랑을 꿈꾸었다.
비행기 좌석을 받으면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의 성별부터 확인했다.
젊은 남성이었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은 걸~
이코노미좌석의 불편함은 이미 목숨까지 잃은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무지막지하지만
이럴 땐 정말 즐겁지 아니한가?
입에서 마구 풍겨나오는 술냄새를 감추기 위해 가글을 하고 자리를 찾았다.
아직 비어있는 옆자리.
필름2를 꺼내들고 작업을 준비했다.
두근두근...
저남자? 혹시?
훤칠한 군인이 오더니 내 옆에 앉는다.
우후~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얼굴도 저만하면 됐고,
몸도 그런대로...
정말 주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녀석, 자리에 앉더니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칫.
이놈아 남자랑 해보지도 않고 여자랑만 사귀는 건 바보야.
짧은 시간이지만 잠이나 청해야 겠다.
이성애자임이 확인 되었으니 우아하게 있을 필요도 없고
밀린 잠에 빠져 들었다.
5월 5일 오후 1시.
해운대 메리엇호텔.
바다가 보이는(사실 돌출된 창쪽으로 가야 보이는) 호텔방은 내가 작업만 잘되면
짧은 로맨스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 바다를 거닐어 보자.
어린이 날이라서 엄청난 인파가 해운대 백사장에 몰려 있다.
남자들의 물도 좋은 편.
부산의 강한 억양이 터프하게 나를 자극한다.
5월 5일 오후 5시.
영화제 사무국에서 ID를 받고 개막식에 참석한다.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들의 물을 먼저 확인.
귀여운 녀석들이 몇 보인다.
내려오길 잘했지.
누가 내게 다가와 인사한다.
난 모르는 사람인데, 누구지?
생긴 것이 맘에 든다.
작지만 귀여운 눈, 웃는 얼굴.
키는 작지만 적당한 몸.
콩닥콩닥...
"잘 지내셨어요?"
"네... 죄송하지만 제가 기억이... 누구신지..."
"저 작년에 영진위에서 심사하실 때..."
"아! 생각 났어요. "
......
5월 10일 오후 3시.
사무실에 돌아와 이것저것 보고를 받는다.
밀린 일들도 많고...
부산의 밤바다와 범일동에 얽힌 기억을 뒤로하고 활기찬 1주일을 시작한다.
조만간 팔리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