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전쟁을 하다니요.
이따금 이 세상 모든 이들이 게이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판타지를 이불처럼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쓸 때가 있다. 정말로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전투병이 들어간 이라크 파병 규모가 정해져서 국회에서 곧 통과된다지요.
몰이념의 좀비 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저지른 가장 끔찍한 테러가 될 것이다. 자본을 위해 자국의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것이 그 하나요, 이라크 국민들을 죽일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이 그 또 하나의 이유일 게다.
권력의 추악함은 다른 게 아니다. 지네들은 수백 억, 수천 억 씩 헤쳐먹고 또 자본을 위해 자국의 눈망울 고운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게 바로 그 가공할만한 추악함이다.
나는 우리 군인들의 배낭 속에 또 무엇이 들어있을지 가슴이 쓰리다. 일기, 편지, 시계, 책 몇 권, 소용되지도 못할 핸드폰.......
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은 자신들이 죽인 독일군 배낭 속에서 릴케 시집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했다. 릴케를 읽는 넘들이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헐리우드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된 독일군들도 사람이었단다. 무식한 미국 쪽 연합군들은 껌을 짝짝 씹으며 죽은 독일군들 위에 발을 올려놓은 채 늘 '호모 새끼들'이라고 불렀었다. 그 독일군들, 그 사이에는 릴케를 읽는 여린 감성의 젊은이들도 있었고, 실제로 호모들도 많았다.
나치가 동성애자 사냥의 구실로 내세운 형법 175조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부득이 자원 입대한 동성애자 젊은이들, 광기와 히스테리를 피해 시집을 들고 군대에 들어온 젊은이들... 그들이 나치 군대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로맹가리의 '유럽의 교육'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영화 '유로파 유로파(1998)'는 독일에서 매도의 대상이었다. 독일과 나치 군대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이 영화는 개봉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나치 군인이 된 유태인 소년이다. 독일군과 소련군, 연합군 등을 돌며 그는 전쟁의 부당성을 낱낱히 고발하고 있다.
그의 진정한 유일한 친구는 나치 군대에 있던 로버트였다. 그는 늘 사람들을 피해 창고에서 시를 읽는 장교인데, 그는 동성애자였다. 로버트는 주인공인 솔로몬을 좋아했고, 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결코 총을 쏘려하지 않았던 로버트는 결국 죽고 만다. 영화는 유태인 소년과 독일 호모 군인간의 우정을 통해 전쟁의 근원을 풀어헤쳤던 것이다.
시를 읽은 사람과 사랑할 시간도 없는 동성애자와 소외 받는 사람들이 전부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
몇 년 전 '유로파 유로파'를 보고 쓸어내리던 가슴에 대한 기억이 오늘 또 떠오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로버트의 모습에 감정을 전이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