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상근로봇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늦게-_- 출근했습니다.
오늘이 대망의 '거사일'이기 때문이었죠.
학생인권조례 차별금지 사항에 '성적지향' 조항 얘기는 다들 아시죠?
아니 성적지향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보수세력 눈치 보인다고 빼거나 퉁치고 갈 조항인가요?
이것들이 우리가 지적이고 우아하고 예쁘게만 구니까 만만하게만 보고 여차하면 뺀다고 난리인 것도 한두번이죠.
그래서 우리의 확실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서울시의회 별관 1층 로비를 점거(!)하는
한국 성소수자운동 역사상 가장 극렬한(!) 행동을 감행해야만 했습니다.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했었죠.
만약 연행될 경우.. 그 순간의 대사는 뭐가 좋을까 (ex. 살려주셈/ 네 이년들! 놓지 못할까!)
연행되면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구금되면 어뜨카지..
누군가 면회오면 사식은 뭘로 넣어달라고 할까..
등등을 생각하며 약속장소인 대한문으로 1시반에 도착.
친구사이에서는 기즈베님과 마님, 그리고 상근로봇이 갔지요.
밀고 들어가려면 쪽수가 많아야 한대서 ㅋ
사전에 알게되면 막힐까봐 마치 관광객인냥 대한문 앞에서 우르르 모이는데
우리 기즈베님의 귀여운 대사: 어머~ 여기가 서울이야?
모두 괜히 의회별관 주변에 어슬렁댑니다... 지나가는 시민인 양...
상근로봇이랑 마님은 먼저 들어갔어요.
경비아저씨한테 생글생글 웃으며
'여기 ***의원님 약속있어서 왔는데 일행이 조금 있다 오니까 여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도 될까요?'
아저씨는 그러라고 하십니다.
약 3분 후 일행이 왔죠.
떼로.
한 30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장 서서 막지 못하게 유리문을 잡고 있는 기즈베님 뒤에 후광이 보입디다.
다들 잽싸게 의자 밀고 테이블 치우고 바닥에 앉아 농성이 시작됐습니다.
그게 낮 2시죠.
구호도 외치고 했지만.. 우린 예쁘잖아요.
찬 바닥에 앉아있어도 ㅠㅠ 다들 즐겁게 구호도 외치고 얘기도 듣고 했어요.
조금 있으니 대표님도 오셔서 찬 바닥에...
별관 직원분들이 우리를 질투하셔서.. 이 날씨에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고 계세요.
닫으려고하면 다시 여십니다....... ㄱ-
흥! 그런다고 우리가 추해질 줄 알고?
오늘 위안부 어머니들 집회 1000회 행사 끝나고 지지방문 오신 분들과
연대단체들.. 분들이 참 많이도 와주셨어요.
덕분에 연행되거나 하는 불상사 없이 저녁 촛불집회까지 잘 마쳤습니다.
그게 9시...
상근로봇은 늦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지만
기즈베님을 비롯한 성소수자 단체, 연대단체 활동가님들은
이 날씨에 문을 열어놓은(!) 회관에서 밤새 농성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시간이 많아서..
산삼을 먹고 겨울에 추위를 안 타서 그러고 계시는 분들은 아무도 안 계세요.
성소수자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보내거나
혹은 남과 조금 다를 뿐인 그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을 학생때부터 겪는 분이 많습니다.
내 안의 고민으로도 벅찬데.. 단지 그 이유로 차별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그 마음으로 추위를 견디고 계시는 겁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은 언제 어느 때라도 좋아요.
잠깐이라도 들러서 지지방문해주세요.
시간이 되지 않거나 멀리 계시는 분은 응원의 말을 게시판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전해주세요.
그게 연대고, 그게 힘이고, 그게 사랑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저녁 7시면 촛불문화제가 있을 거예요.
참 추운 날씨지만 함께 해주시면 따듯하겠죠 ^^
사람의 체온과 함께 하는 마음이 난로니까요.
아웃팅 걱정마세요. 이성애자도 많아요. 당장 상근로봇만 해도 글잖아요.
비단 상근로봇 뿐만이 아닌 다른 이성애자도 다들 열심히 연대하고 함께 싸우는데
'세월이 가면 다 좋아지겠지'하며 그냥 바라만보고 있지 마세요.
어떤 열매도 그냥 열리진 않아요.
자.. 함께 해주실 거죠? ^^
저도 저녁에 잠깐 (정말 잠깐..) 들렀어요. 그곳에 일하시는 경비원분들이 얄밉게도 외부로 통하는 문을 전부다 열어두셨더군요. 게다가 1층 로비이니 말 다했죠. 바깥보다 더 추워요. 하나하나 다 아는 얼굴들인데.. 마음이 어찌나 짠하던지.
사족이지만, 성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그 차가운 바닥에서.. 제 친구는 그렇게 오늘(15일) 생일을 맞이했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또 지지해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