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쯤 전 형이랑 누나에게 커밍아웃했었습니다 내 성정체성에 대해서 인정받으려 2년간 무수하게 싸웠었죠. 그런 과정들의 아픔과 괴로움으로 인하여 그 상처를 잘 알기 때문에 부모님에게는 절대 내가 게이인걸 말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친구사이 처음 정기모임 나왔던 계기기도 하지만 인권영화제에서 종로의 기적을 보면서 제 안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성적 소수자로서의 억울함, 사회적 권리의 박탈감, 내가 나일 수 없게 만드는 환경, 내가 나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용기내어 소리 내지 못하는 모습들이 절 좀 구차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 잊고 있었던 어쩌면 방관하고 회피하려 했었던 문제가 제 안에서 다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었던거죠. 아마 6월 한달은 제 스스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꼬인 부분을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던 한달 같습니다. 그래서 누나와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고 주위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너무나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라 다들 만류하더라구요. 아마 그런 부분들이 저를더 화나게 혹은 슬프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야겠다로 결론지으려고 했었습니다. 지난 정기 모임 전에 천정남 고문님과 프렌즈의 공유기 문제로 잠시 대화하기 전까지는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에게 커밍아웃 해야하는 부분 그리고 또 그로인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혹은 삶을 살면서 얻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용기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저는 오늘 퇴근 후 집으로 내려가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커밍아웃 하기전에도 전 엄마를 좀 시험해보려고 했었어요.
"엄마 자식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어. 근데 그걸 부모가 몰라.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게 자식이 부모를 속이게 되는걸까? 아니면 그냥 부모가 모르고 넘어가는걸까?"
라고 살짝 운을 떼봤더니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가족끼리니까 더 말해야하는거지. 속이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야. 요즘같은 세상에 엄마는 그래. 가족밖에 없어. 힘들때 우리가 빚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울 때 가까운 친적이라도 누가 우리한테 손내민 사람 있었어? 가족끼리는 말해야해. 그게 나쁜거든 아니든."
"그럼 엄마 그게 아주 최악의 문제라고 가정해봐. 드라마보면 막 충격받아서 뒷목잡고 쓰러지고 병원 입원하고 그러잖아? 그래도 말해야되?"
"왜? 뭔데? 너 뭐 숨기는거 있어? 할말 있으면 해봐라."
"음.... 엄마 왜 작년에 나랑 인생은 아름다워 봤었지?"
"응 봤었지."
"거기서 태섭이가 엄마한테 남자 좋아한다면서 그랬잖아."
"응 그랬지. 근데? 뭐?"
"음... 내가 태섭이처럼 그래"
"뭐? 남자 좋아한다고?"
"응."
"왜 만나는 사람이라도 있어? 어떤 사람 만나는데?"
"아니 만나는 사람이 있는건 아니고. 예전부터 그랬어. 형이랑 누나는 이미 알아."
"음.... 형이랑 누나가 안다고?"
사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전 엄마가 쌍욕이라도 하실 줄 알았어요. 워낙에 대장부 스타일이셔서....
"근데? 너 혹시 같이 살아?"
"아니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럼
커밍아웃에는 늘 애프터 서비스가 필요하잖아요.
앞으로도 잘 해내실 것 같아요.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