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단결해야 할 때이다.
- 조승수 소장의 친북주의 (종북주의) 척결과 일부 인사들의 분당주장에 대한 비판 -
김 창 현 (민주노동당 전 사무총장)
1. 당의 단결과 수습의 중요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통령선거에서 3%의 지지를 얻고 가슴아파하는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을 보며 당의 단결을 누구보다 강조하였다.
그것은 서둘러 당을 봉합하고 당의 변화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선 ‘책임을 져야 할 개인과 세력이 책임을 지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반성을 앞세우며 당의 쇄신책을 찾아야 한다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
왜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되었는지 나부터 성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당을 살리고 함께 일으켜 세워 눈앞에 닥친 큰 싸움인 총선을 돌파하려는 의지로 부터 출발해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단결의 관점이 없는 평가와 반성은 그야말로 분열로 이어지고 진정한 의미의 쇄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 대선평가와 그 쇄신책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어 당의 단결과 수습이라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2.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
지금 민주노동당은 매우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은 참담한 결과는 최악의 선거구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에 믿음이 가는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 결과가 뜻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더 이상 대안의 정치세력, 한국정치의 미래의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대선 결과를 놓고 당 안팎에서 책임을 따지는 많은 의견이 있다.
공정하지 못하고 사실관계와 다른 주장도 더러 있지만 당을 책임져 온 사람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겸허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매섭기 짝이 없는 질책과 비판을 보낸 마당에 자기들끼리 책임소재를 따지며 갑론을박하고 있으면 민주노동당이 재도약할 희망은 없다.
대선의 상처를 딛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합심단결하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대선 후 당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정하였으며 소위 정파를 구분하지 않고 구성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당 지도부의 전권을 위임하도록 하였다.
당 지도부의 중심을 구축해온 이른바 ‘자주파’는 겸허하게 기득권을 추구하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쇄신과 총선승리를 위해 하는 일을 성심성의껏 도와주기로 하였다.
3. 반북소동과 분당조장
최근 일부 사람들이 합심하고 단결하려는 노력에 역행하여 대립 분열을 조장하는 언행을 공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해 자기 견해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당을 주장하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이 정파로 나뉘어서 자기들끼리 싸운 탓에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당을 쪼개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선패배의 원인이 후보선정의 실패, 정책의 오류, 노선의 문제, 선거운동 전략의 부재 때문’이라고 많은 비판을 하지만 그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 듣는 사람이 드물다.
왜냐하면 ‘그런 주장을 하는 목적이 분당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이면 자신을 부각시키고 자기주장을 퍼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돌아오는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밖에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민주노동당을 생각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민주노동당을 쪼개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대선패배의 원인이 친북주의 혹은 종북주의에 있으며 친북주의자들과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친북노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대선 결과가 친북(종북)노선 때문이었다.’는 것은 아전인수식 주장에 불과하다.
사람마다 자기 생각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사실을 부풀리고 억지 논리를 만드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다.
4. 조승수 소장의 무모한 종북주의 척결발언
무엇보다도 우선 민주노동당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임을 강조하고 싶다.
민주노동당 내 여러 입장을 가진 동지들이 활동을 하고 있으나 이 명제에 대한 반대는 아무도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오늘날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00년 6.15와 2007년 10.4선언 이후 오랜 분단과 대립의 역사를 딛고 민족이 하나로 뭉쳐 21세기를 헤쳐 나가려는 기운이 높아져 가고 있으며 우여곡절을 겪고 있으나 북미 관계는 평화협정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대의 흐름과 정반대의 역사를 뒤돌리는 발언과 주장이 놀랍게도 진보정당의 간부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은 12월 25일자 경향신문에 ‘민주노동당, 다시 광야에 서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당의 대선패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친북당 이미지를 들고 이의 해결책으로 ‘북한군사왕조정권을 보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려는 것을 자신의 최고 임무로 하는 세력과는 진보정당을 함께 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12월 2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를 통해 “자주파들은 그동안 당을 의회정치의 핵심 기구, 즉 정당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남한 내) 의회 투쟁의 전선 기구쯤으로 생각했다.”고 발언하고 “권 후보 본인은 친북세력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당권 장악이나 후보가 되기 위해 친북세력과 손잡은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정계 은퇴 등)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우선 조 소장이 말하는 소위 친북세력은 어느 개인과 어떤 세력을 일컫는지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당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일방적으로 일부 인사와 동지들에게 붉은 덧칠을 하는 까닭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나는 ‘자주파’로 불린다.
나는 늘 나의 사상과 정견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설령 부정적으로 개념 지워질 때조차 기쁘게 그 호칭을 받아들인다.
나는 분단된 나라에 태어나 무엇보다 우선 통일되어야 민중의 고단한 삶을 극복할 수 있고 따라서 분단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미국과 분단에 기생하는 수구세력과 투쟁하는 것을 임무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나는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 구속되어 수 년을 차가운 감옥의 독방에서 보냈다. 언제나 이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사랑하고 이를 끝끝내 지키려 드는 것은 민중이 해방된 참된 삶과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당의 근본노선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역사적으로 반공 반북 색깔공세를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기도에 저항하고, 민중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정치활동의 자유, 정견과 신앙의 자유를 위한 민중의 투쟁의 산물로 탄생되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진보정당의 씨앗을 뿌린 선배들이 이 반공 반북 색깔공세로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또 심하면 목숨까지 잃었는가?
5. 군사왕조집단과 북한식 사회주의 통일
조 소장은 통일을 함께 추구해야 할 북의 정권을 가리켜 ‘군사왕조집단’ 이라고 한다.
요즘 한나라당 조차 ‘낡은 반공반북 색깔공세로는 민중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소수 수구꼴통적인 정치인을 제외하고 북정권을 이렇게 칭하지 않는다.
하물며 소위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노선을 생산하는 연구소의 소장이며 전 국회의원인 인물이 낡은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반북적이며 반통일적인 발언을 일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는 것을 자신의 최고임무로 하는 세력’을 나는 아직까지 당내에서 본 바 없다.
대통령 선거 경선기간, 모든 후보는 주장의 내용과 형식은 달랐지만 그 근본은 ‘남과 북이 상호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는 연방제에 의한 통일’이었다.
나는 남북이 상호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남한식 자본주의 혹은 북한식 사회주의에 의한 흡수통일을 강요하는 순간 평화가 아닌 무력통일방식이 될 것인데 이것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대재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이런 통일을 주장하는 세력이 있으면 그 누구든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묻는 것이다.
도대체 민주노동당 내 진보정당을 함께 할 수 없는 이른바 ‘일방적으로 북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이 누구란 말인가?
코리아 연방공화국 등, 그동안 펼친 다양한 통일 사업을 북한정권의 보위를 위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면 조 소장은 사고의 천박함을 넘어 그동안 열정적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동지들에 대한 기본적 예의조차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이 당을 통해 집권을 꿈꾸며 청춘을 바치는 숱한 동지들을 향하여 아무 근거도 없이 ‘민주노동당을 의회투쟁의 전선기구로 바라본다.’는 식의 음해성 발언은 한 솥밥을 오랫동안 먹으며 지내온 동지들에게 할 수 있는 언사가 아니다.
6.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진보정당의 정신
조 소장의 주장에 대한 다른 측면의 비판은 무엇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민주주의야말로 민주노동당의 기본 이념이며 가치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행동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파쇼독재체제를 부활시키는 반민주적 폭거이다.
당내 일정 정치세력을 **파, 친북파 혹은 종북파로 규정하고 그것을 인정하라고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파괴하는 중세식 마녀사냥이며, 1950년대 미국에서 펼쳐졌던 메카시즘 선풍의 재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민주노동당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부정하고 ‘국가보안법에 의한 판결을 수용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진정으로 민주노동당의 이념과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노동당원으로 할 말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조 소장이 현재의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만들고 싶은 당은 ‘반공 반북 정당이며 북한을 적대시하고 북한과 전면전을 치르기 위한 정당인가?’를 묻고 싶다.
조 소장은 ‘사회주의 이상과 가치를 지향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이념을 따르고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선언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다.’고 하면 현재 살아 있는 실정법인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그렇다면 그런 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수 있는가?
물론 아닐 것이다.
조 소장은 당당히 사회주의가 자신의 소신이요 신념이며 이를 반대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하고 싸울 것이라고 선언할 것이다.
그렇듯 모든 이의 사상과 정견은 소중한 것이다.
비록 당신과 입장이 다를지라도 말이다.
7. 당의 통일강령을 읽어보길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헌에 의해 볼 때도 조 승수 소장의 말은 틀렸다.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헌에 보면 “민주노동당은 민족분단으로 인한 대립과 반목을 종식시키고, 7천만 민족의 소망에 따라 화해와 평화의 자주적 민족통일국가를 건설한다. 민주노동당에 부여된 영광스런 임무는 바로 민중의 삶을 개선하면서 남북한 모두를 진보케 하는 통일을 성취하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민족은 두 갈래의 역사적 길을 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남과 북이 이제까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7·4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원칙 아래 민족화합과 협력 및 민족 동질성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다면 우리는 자주적으로 통일 기반을 조성하고 외세의 간섭을 무력화시켜서 스스로 통일을 쟁취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남과 북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종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분열과 갈등을 지속하여 분단을 더욱 고착화하는 길이다. 둘째, 남한 내 통일기반을 확고하게 조성한다. 북한을 통일의 또 하나의 주체이자 동반자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통일의식을 고양시켜 내적 통일기반을 조성한다. 이는 분단·냉전체제의 내적 청산을 요구한다. 곧,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 등 냉전제도, 북한 낙인론과 같은 냉전의식, 북한을 적대화하는 냉전문화를 청산할 것이다.
더 나아가 통일 지향적인 인적·물적·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통일 채비를 서두를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IMF 관리체제 이후 심화된 종속적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통일 배제적 경제구조를 전면 수정하여 국가가 통일 자원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도록 하는 국민경제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남북화해협력, 평화통일의 강령이 명백히 존재하고 있으며 북을 더 이상 적대시하지 않고 민족의 일원으로서 공동번영하면서 하나의 통일국가 건설을 지향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민주노동당의 평화통일강령을 똑똑히 보자.
북한을 적대시하고 ‘종북주의 척결’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종북주의 규정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평화통일강령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평화통일을 반대하고 북한체제 붕괴전략에 매달리는 정치세력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태도임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8. 진보정당다운 토론과 논쟁이 아쉬워
아무리 자기주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진보정당을 하는 사람으로서 법도는 지켜야 한다.
색깔론을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게 되면 나중에는 근거없는 모략을 사실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당내 활동을 살펴보면 북한정권을 보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을 최고임무로 하는 정책과 활동내용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위치에 있는 조 소장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당의 재도약을 위해 합심 단결하는 데 관심이 없고 서로를 적대적으로 갈라놓는 목적에 골몰해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조 소장이 진정 당의 발전과 단결을 원한다면 이성을 되찾고 이런 무모한 반북소동을 중단할 것을 정중히 권유한다.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다워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살 길도 여기에 있고 한국정치의 진정한 희망도 여기에서 싹틔워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을 자처한다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을 아니라는 것이 대선에서 확인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가치와 지향을 국민의 요구에 맞게 실현해나가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조 승수 소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진보정당의 사명과 역할을 잘못 인식하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분당운운하며 다른 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민주노동당의 대선결과가 참담하지만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합심하고 단결하는 것이야말로 첫걸음이다.
국민은 아무리 그럴싸한 주장을 내세우더라도 분열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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