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동성애자 억압과 차별에 대해 각성하라!
-국방부의 동성애자 군 간부 전역조치 방안을 비판한다
17일 국방부가 “동성애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군 간부에 대해 전역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 동안 있어온 군대 내 동성애자에 대한 끔찍한 폭력과 차별사건으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동성애자의 인권보장에 힘쓸 것을 권고 받은 바 있는 국방부가 또다시 ‘동성애자 차별정책’을 공언하고 나서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간부 임용심사 때 동성애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복무 중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 해 전역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부 임용심사에서 동성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복무 중인 군인을 강제 전역시키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없다고 본다는 것인지, 국방부 측의 반인권적이고 무지몽매한 발상에 놀라울 따름이다.
동성애를 이유로 한 전역조치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의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국방부 측은 “병사들의 경우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진 전역할 수 없으며 일반병사와 동일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군 간부의 경우에는 “복무 중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경우에 한 해 전역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곧, 국가가 동성애자들을 강제징집을 통한 의무병으로는 활용하되, 직업으로 군을 선택할 권리와 다른 병사들을 통솔할 권리는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악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세계보건기구 및 정신의학회 등이 ‘동성애’를 정신적 장애나 질환의 일종이 아닌, 자연스러운 성 정체성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방부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범죄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 측의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2003년 1월 유럽인권법정은 “영국공군이 게이나 레즈비언의 장교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동성애자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영국공군은 기존의 채용정책을 변경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군의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채용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국방부는 2006년 1월 국가인권위로부터 권고 받은 바 있는 ‘군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군 형법 및 군인사법시행규칙의 폐지 또는 개정’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키는 반(反)인권적인 지침인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군 형법 등의 규정을 통해 동성애를 오로지 ‘성교 행위’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국방부의 무지함도 우려되지만, “동성애 행위”를 범죄행위인 “추행”과 동일시하는 끔찍한 오류에 대해 즉각 시정해야 할 것이다.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추행”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며 철저히 예방해야 할 일이지만, 국방부가 군대 내 성폭력의 문제를 “동성애”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동성애자 권리운동단체를 비롯한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동성애자인 군 간부를 전역 조치하겠다는 국방부의 정책방향에 반대하며, 군대 내부의 인사관련규정에서 동성애 정체성을 군 간부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심각한 차별의식을 비판한다.
국가기구로서 군 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국방부가, 동성애자 전역조치라는 반인권적 발상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동성애자의 군 입대와 복무 문제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시민권 보장의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국방부는 지금 즉시 동성애자 전역조치 계획을 철회하고 성 정체성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
2007년 2월 20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연명단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