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금요일 6월 2일 퀴어문화축제 무지개2006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강연자는 아시다시피 캐나다브리티시콜럼비아 대학 명예교수 겸 방콕 출라롱코르 대학 법학과 교수님이신 더글라스 샌더스 교수님이었습니다. 친구사이 가족구성발표대회 '스피크아웃'에서 연대사를 해주셨던 분이기도 하지요.
강연회 분위기는 제법 후끈했었습니다. 질문자로 참석하신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분들, 외국인 몇분, 친구사이를 비롯한 동성애자 단체분들, 개인 참가자 분들 등이 모여 세미나실이 꽉 찼었구요. 친구사이에서는 대표님을 비롯하여 네 분 정도가 함께 있었습니다.
세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회에서는 비록 언어의 장벽이나 어려운 법률용어들 때문에 강연내용의 백퍼센트 흡수, 혹은 심도높은 논의가 진행되긴 힘들었지만 최근 있어온 국제법정에서의 동성애자 인권 보장 상황을 요약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강연 내용을 잠깐 요약해보면요...
우선 유엔인권위나 유럽인권재판소가 관련되어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시킨 몇 가지 중요한 예들, 이를테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투넨' 사건(유엔인권위는 동성간의 성행위를 형법으로 다스리는 것이 국제규약의 사생활 권리와 평등할 권리의 두 조항 모두와 대립한다고 판단)이나 '영' 사건(유엔인권위는 동성애자 파트너 관계가 이성애자 파트너 관계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판단.) 등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인 홍콩과 피지에서의 판례들도 검토했습니다.
홍콩특별행정구의 대법원은 2005년 8월 동성애를 차별하는 형법조항들이 홍콩의 기본법-인권법의 내용에 대치된다고 판결했고, 피지군도에서는 2005년 6월 반동성애적 형법이 헌법에 명시된 사생활 보호와 평등에 대한 법조항과 대치된다는 판결이 났다고 합니다.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다루어지진 못했지만 한국의 엑스존소송도 강연자료에는 언급되어 있고, 90년대 후반 친구사이가 함께 연대투쟁을 했던 일본의 아커(occur) 대 동경시 소송 사건도 주요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홍콩이나 피지의 사례들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양 사례 모두 홍콩이나 피지가 보수적인 혹은 종교적인 사회라는 주장이 문제시 되었다가 "사회가 보수적이라고 하여 국민의 평등권이나 개인의 사생활보장권 등이 침해될 이유가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입니다. 샌더스 교수는 이들 사례와 한국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1. 보수적인 것처럼 보여도 그동안 사회적인 분위기가 빠르게 변해왔다.
(한국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졌다.)
2. 유엔의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이미 서명했다.
3. 헌법에 평등에 관한 일반적인 법 조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의 내용)
개인적으로 느낀 이날 강연의 결론은
우선 한국에서 법정투쟁이 일어났을 때 싸움을 걸어볼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는 것.
또 하나는 유엔이나 국제법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준비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친구사이를 비롯한 동성애자인권단체들에서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에 대한 움직임이 있구요...
우리 대표님이나 사무국장님도 결합하실 듯 한데 차후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기대 반 우려 반인 심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