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어떤 음악 감독 중 한 명이 여기에서 연주를 하는데, 얼마 전 유럽 투어를 다녀와서는 저한테 침을 튀어가며 이 공연을 적극 추천하더군요. 이몽룡과 변학도가 춘향의 꿈 속에서 동성애를 나누고, 남자 무용수들이 전신 나체로 무대에 오른다는 추천의 변.... -.- 유럽 투어 때는 게이임을 드러낸 무용수들이 이 공연에 결합했었다고 하기도. 뭐, 안은미 씨야 예전에 게이 커뮤티이 행사에 초대되기도 했었고요.
암튼....... 기사를 보다 갑자기 생각나서. 저도 보러 갈 생각.
“동성애…, 노처녀… ‘新춘향’ 이렇게 만들었죠”
춘향의 이야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돼 왔다. 그럼 이런 설정은 어떨까. 춘향은 늙은 노처녀. 엄마 월매는 딸을 좋은 곳에 시집 보내려고 혈안이 돼있다. 이몽룡과 변학도는 춘향의 꿈 속에서 동성애를 나눈다. 파격, 파격 또 파격이다. 안은미가 아니면 시도조차 어려운 안은미다운 작품으로, 유럽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안은미가 다시 그 무대를 한국에서 선보인다. 오는 12~14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 안은미의 ‘新춘향’이 바로 그것.
올 4월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순회공연을 다녀온 안은미는 “작품을 만들면서 춘향이 잡혀가고, 이몽룡이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변사또가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을 무대에서 한꺼번에 무용으로 표현하려고 하니 너무 머리가 아팠다”고 털어놓는다. 실제로 10일 내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그는 “사실 드라마 구조가 거의 없는 춘향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관객들은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며 “내 상상력이 묶이는 것 같아 웬만하면 다시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작업이었다”고 작업과정을 떠올린다.
고통의 깊이와 고뇌의 너비가 넓어서일까. 결실도 풍성했고, 평가 역시 좋았다. 변주를 거쳤지만 원작 춘향을 바탕으로 해 ‘한국적임’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리라. 무대 위에 등장하는 무용수 대부분의 의상은 보자기 한 장이 전부. 보자기는 싸는 물건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 듯 무대도 한국인의 융통성, 자유로움을 한껏 드러낸다. 잔걸음으로 표현한 안무와 국악과 테크노가 뒤섞인 퓨전음악도 그러하다. 안은미가 초청 받은 세계음악극 축제는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유럽의 유명한 축제 가운데 하나로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에 앞장 서는 축제. 이번 공연 이후 영국 새들러스 웨일즈 극장에서는 다음 공연을 벌써 제의해 왔다. 내년엔 가을시즌 유럽 투어 (마드리드, 로마 파리, 밀라노 등)와 라틴 아메리카(보고타, 상파울로 등) 투어도 계획이 잡혔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이 워낙 바다와 같이 넓다. "안은미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 없다. 고전 춘향은 300년 동안 내려온 최고의 작품이다. 작가는 평생토록 오래 남을 작품 하나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들 하는데 무용 `新춘향`이 소설 춘향전처럼 300년 동안 이어지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파격적인 무대로 주목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혁신으로 똘똘 뭉친 도전이 진행 중인 배경이다.
‘新춘향’의 작품성은 국내보다 먼저 유럽에서 인정 받았다. 객석의 박수갈채도 쏟아졌다. 한국에서도 엇비슷한 반응이 터질 지 주목거리다. 안은미에게 그런 궁금증을 던졌다. 안은미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한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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