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 "유명 연예인이라도 동성연애자가 러시아 땅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안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영국의 팝스타이자 동성연애자인 엘튼 존(58)이 제정 러시아 시절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펄쩍 뛰었다.
동성연애를 금기시하는 러시아에서 외국 동성 간 커플의 결혼을 허용하는 것은 사회 미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옛 소련 시절 범죄로 규정됐던 동성연애는 1993년부터 불법 혐의는 벗었지만 여전히 많은 러시아인들은 동성연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극우 성향의 자유민주당 소속 니콜라이 쿠르야노비치 의원은 지난 2일 알렉산드르 소콜로프 문화부장관과 세르게이 소뱌닌 크렘린 행정실장에게 서한을 보내 엘튼 존이 러시아에서 결혼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언론은 지난달 26일 엘튼 존이 동성애 커플인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퍼니시(42)와 페테르부르크 근교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쿠르야노비치 의원은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이 동성연애로 인해 더럽혀져서는 안되며 동성 결혼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NTV와의 인터뷰에서 "그 곳에서 결혼식이 열린다면 이는 러시아의 엄청난 치욕이며 우리의 역사적인 정소를 더럽히는 것"이라면서 "엘튼 존은 적당한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은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재위 1682∼1725)가 지은 궁전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폐허가 됐다가 2003년 페테르부르크 도시 건설 300주년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복원됐다.
이 곳은 푸틴 대통령의 페테르부르크 방문시 외국 정상을 비롯해 저명 인사들을 접견하는 장소로 사용돼 왔다.
한편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의 엘레나 쿠즈네초바 대변인은 "엘튼 존의 결혼식과 관련해 어떤 문의도 없었고 어느 누구도 이곳을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면서 결혼식 불허 방침을 시사했다.
지난 12년간 동성애 커플을 유지해온 엘튼 존은 잉글랜드에서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시민 파트너십 법'이 발효되는 첫 날인 오는 21일 결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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