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포털 사이트들은 지식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동성애자들 중에, 지식 검색 창에서 “동성애”를 검색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떤 욕설이 쏟아질까 두려움과, 어떤 정보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 지금 내가 겪는 혼란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까지 혼합이 된 채 나 역시 검색을 시도했었다.
사실 아예 “변태”라는 둥 욕설을 지껄이는 경우는 화가 나긴 해도 무시하고 치워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식의 글을 쓸 정도의 정신상태도 그다지 건전 내지는 건강해 보이지 않으니까. 그보단 “계속 (동성과) 섹스를 하면 (동성애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습니다” 식의 진단(?)을 보면 인정하지 않으려 해도 속이 많이 긁힌다.
이젠 너무나 익숙해진, 많고도 많은 ‘동성애 원인 설’도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수많은 학자들이 일생 동안 많은 노고를 하셨구나 하고 비웃어주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많은 설을 일일이 다 읽고야 마는 나의 모습이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사실, 인터넷 입문 초기엔 문제가 심각했다. 이론이나 과학적 근거를 가장해서 동성애 원인에 대해 나열하는 글들을 보며, 한동안 나 자신에 대입시키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 호르몬에 문제가 있다, 남자가 여자와 두뇌가 비슷하면 게이고, 여자가 남자와 두뇌가 비슷하면 레즈비언이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몸에 뭔가 이물질이 기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중에서 가정환경을 문제 삼는 경우가 가장 괴로웠던 것 같다. 나는 겉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는 집안에서 컸지만, 내심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으면 뜨끔했다. 나는 이미 자라서 성인이 되어버렸는데,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을 어쩌란 말인가. 나중에서야 나의 가정환경이 한국 가정들의 중간 정도는 되는 환경이라는 걸 알고 괴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어떤 땐 많이 알면 손해다. 서양의 유명한 심리학자는 여자애들이 자위행위를 자주하면 레즈비언이 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평소 자위행위를 나 말고 다른 애들도 하는지 궁금해했던 나는 그 부분을 보다가 정말 뜨끔해졌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위행위를 해서 레즈비언이 되었나 보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들 대부분 어릴 적부터 자위행위를 해왔다. 정말 희대의 사기꾼이다.
그래, 나는 억울하다. 동성애에 대한 수많은 ‘지식’들 속에서 마음 할퀴고 괴로워하고 시간 낭비한 것이 억울하다. 이 억울함을 어떻게 하지? 어떻게 못해서 이렇게 호소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동성애 관련 ‘지식’은 믿지 못할 게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어떤 말로? “그 지식이 그대를 더 괴롭게 만든다면 의심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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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블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