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동성친구와 스킨십이 있기만 해도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받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 활동가)
10월 29일,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주최한 토론회 <청소년 동성애자의 오늘-담론, 정책, 기획>에서 십대 동성애자들이 처한 교육현실과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씨는 십대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십대의 자살 요인 중 30% 정도(매년 50만명 이상)가 성정체성이이며 이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의 폭력이 두렵고, 어른들이 갖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욜씨는 “십대 성소수자들이 겪게 되는 폭력, 자살의 위험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Gay-Straight Alliances와 같은 지지그룹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곽이경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과 성교육은 성소수자의 문제를 배제시키고, 교과서는 이성애와 결혼의 가치를 교육하며, 동성애를 에이즈의 원인이나 퇴폐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학교 교육이 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를 학생들에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곽이경 위원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8월, 9월에 걸쳐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학교교육과정 상의 문제와 학교 밖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과 상담, 쉼터, 등에 대해 검토하고 질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성소수자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처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대답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곽 위원은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는 사랑이 없어도 자발적인 동의만 있으면 동성애, 성매매, 근친상간 등 어떤 유형의 성관계도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써있는 2000년도에 개정된 시민윤리 교과서의 내용을 지적하며, “동성애자의 총체적인 삶의 모습과 정체성의 문제를 성관계로 대체해 버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성매매, 포르노그라피와 동성애는 다른 윤리적 판단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교과서에 “감염자와의 성행위, 동성애,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에 의한 투약 등”으로 기술된 에이즈의 감염경로에 대한 왜곡된 설명도 교육부에 질의된 내용 중 하나다. 곽이경 위원은 “에이즈는 성병이라기보다는 혈액을 매개로 전염되는 전염병이며,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만성질환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랜스젠더를 성역할 장애로 기술하여 이상 성행동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를 성심리 발달을 설명하는 부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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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