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먼산 2005-04-10 10:47:05
+4 5723
파고다 극장이라...
밑에 있는 어느 분의 글을 보니, 오래전 일이 기억나네요.

나이가 좀 차고나서 종로의 P극장이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조심스럽게 파고다 극장 근처까지 가서 맴돌다 돌아가기를 몇 번...
(여담이지만 종로 P극장이 피카디리 극장인줄 알고 엉뚱한 곳에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정보가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결국은 용기를 내어 들어가서는,
좋았던 기억 하나도 없이 나와서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 다짐하고 몇 달 지내다가,
또 같은 일을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남자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어두침침한 극장에서 만나 모르는 사람들과
원치않은 관계를 갖는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때였습니다.

좋은 기억이 있을리 없겠죠.


하긴 그 때는 핸드폰도 없었던 시절이라 전화번호를 교환할 엄두도 내지 못했겠죠.
집전화를 알려줬겠습니까. 회사전화를 알려주겠나요.
그러니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나는 관계를 맺을 생각도 못했죠.

그때 제가 원하던 것은
자주 만나 영화도 보고 놀러 다니는, 연애하는 것 같은 그런 관계였으니까요.
같이 몸을 섞는 것은,  다만 그 행위만으로 만난다는 것은. 뭔가 좀 아니다 싶었고.

결국 자기모멸감과 나는 어쩔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이제는 동성애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행위는 그만둘 수 있어도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인데 말이죠.


대략 80년대중반부터 90년대초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제가 지내온 얘기는 (코러스 단원들에게) 이전에 이야기했던 그대로입니다.
제가 어렸던 시기에도 인터넷이라는 곳이 있었고
게이의 자긍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본받고 싶은 역할을 보여주는 선배를 만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겠죠.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은 것이 벌어졌구나 싶네요.

친구사이같은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왜 있는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서로 만나 이야기할 친구가 왜 필요한지
동성애자 청소년 인권운동이 왜 그렇게도 중요한지
저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만큼 분명히 알고 있겠지요.


ps.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그 시절의 아픔이나 세대차이 얘기 아닙니다.
오바하는 답글 사절합니다.
그리고 저 그렇게 나이 많지는 않습니다.
30대중간에서 조금 넘었습니다.
너무 옛날얘기처럼 들린다면
아마 데뷔가 조금 빨랐던 거겠지요. (너무 빨랐나?)
중간에 휴지기가 무지 길어서 지금은 초보나 다름없습니다.
무슨 애인 구하는 글처럼 마무리가 되네요.  
뭐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먼데이 2005-04-10 오전 10:58

안녕하세요, 먼산 님.
저는 먼사모(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 '먼데이'입니다.
먼데이 오기 전에 푹 쉬세요.



Chet Atkins with Mark Knopfler | There'll Be Some Changes Made

라이카 2005-04-10 오후 20:09

형도 휴일 잘 보내시고, 연습 날 봬요.^^

라이카내꺼 2005-04-13 오전 06:32

안녕하세요, 라이카 님.
저는 라사모(라이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 라이카내꺼입니다.

라볶이 2005-04-13 오전 06:46

↑ 위 라사모 대표 미워요. 제가 대표할래요.
안녕하세요, 라이카 님.
저는 라사모(라이카를 사랑하는 모임)의 대표, 라볶이입니다.
근데 라볶이에는 라면과 떡볶이이 말고 또 뭐가 들어가나염?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2484 친구사이 회원 및 임원진 필독하시오(탄핵안 발의??) +3 백원에 팔려간 년 2005-04-12 627
2483 게이 웨딩 전문 싱어즈의 탄생을 기약하며.... +6 기즈베 2005-04-11 906
2482 단지 사랑의 문제일 뿐 +1 모던보이 2005-04-11 1059
2481 토론회및 후원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 +6 차돌바우 2005-04-04 669
2480 서서히 지쳐간다.. +6 하기나루 2005-04-11 878
2479 사적이고 편파적인 서울여성영화제 ‘강추’ 리스트 +1 서울여성영화제 2005-04-11 594
2478 비 개인 후 눈부신 휴일.. +2 황무지 2005-04-10 653
2477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 +2 모지리 2005-04-10 1122
2476 누가 주먹으로 때렸어? +2 친구사이 킹카 2005-04-10 739
» 파고다 극장이라.. +4 먼산 2005-04-10 5723
2474 퀴어문화축제 온라인 페스티벌을 오픈합니다. +7 퀴어문화축제 2005-04-10 851
2473 사진 한 장 : 키스 +4 모던보이 2005-04-10 895
2472 [re] 아무데도 안가!! +2 이자와 2005-04-10 790
2471 요즘..`` +3 데이 2005-04-10 696
2470 남자의 향기.. +3 황무지 2005-04-09 647
2469 낼 용자 언니 위문공연 같이 갈 사람... +6 츠마부키사토시 2005-04-09 562
2468 게이 페스티발을 막아라 queernews 2005-04-09 699
2467 소돔과 고모라의 땅에서 일어난 일 모던보이 2005-04-09 852
2466 전주영화제의 퀴어영화 +1 꽃사슴 2005-04-09 580
2465 파고다 극장 기억하세요...? +5 사하라 2005-04-08 1176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