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정치권, 학교내 동성애 교육 논란 >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독일 정치권이 학교에서 동성애에 대해 폭넓
게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간 빌트에 따르면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의 귀도 베스테벨레 당수가 최근 "나
는 남자를 사랑한다"면서 동성애 파트너를 야 3당 정치인 모임에서 공개한 것을 계
기로 여야 의원들이 동성애자 권리 확대와 각급 학교에서의 교육을 주장하고 있다.
제1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교육 전문가인 우베 슘머 의원은 "편견을 없애고
자신의 성적 취향을 더 잘 이해해 드러낼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동성애에
관해 이성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권 사회민주당의 슈벤 슐츠 의원은 "에이즈와 성병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동성애 교육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넬리아 피퍼 자민당 사무총
장은 "학교 성교육을 통해 동성애가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폴커 벡 녹색당 원내총무는 나아가 "동성애를 성교육 시간 외에 예컨대 역사 시
간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성애 박해사를, 독일어 시간엔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 `혼란스런 감정'을 강독하는 등 다른 과목에서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동성애자인 벡 총무는 현행 성교육에선 동성애의 기본개념만 언급하고
있으며, 학교 에선 `암퇘지 같은(더러운) 동성애자 자식'이라는 욕설이 여전히 사용
되고 있다며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에 보수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민련의
외르크 쇤봄 의원은 "독일 사회는 동성애자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정
이 더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학교에서의 동성애 교육 강화 주장은 동성애자 권리 확대 논란 보다 더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성애자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아이에게 혼란
을 주고 가정 관념을 파괴하는 것이며, 학교에서의 교육은 미성년자에게 동성애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사실상 동성애자로 알려져온 의원들이 최근 이를 잇따라 공개하며 권리확
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정치적 측면에서 손해 만은 아니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지난 2000년 사민당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에 이어 지난해 기민련
의 올레 폰 보이스트 함부르크 시장이 선거전 과정에서 동성애자라고 밝힌 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사례가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니트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대체로 정치인의 동성애 여부가 투표
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성애는 개인적 취향이며, 오히려
유연하고 관용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전체 여성의 9%는 동성애자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
다. 녹색당 지지자 가운데 동성애자 정치인 거부감은 1%에 불과하지만 보수정당 지
지자 가운데 이 비율은 45%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수적인 바이에른주에서 올해 유럽 동성애자들의 스포
츠 행사가 큰 항의 시위나 충돌 없이 이뤄지는 등 변화가 가속되고 있어 학교에서의
동성애에 대한 `계몽과 교육 강화'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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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아닙니다. 아무튼 이런 논의 자체가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거 자체가 하나의
과정이라면 넘 부럽군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