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자고간 그놈
아마도 못 잊어라.
와야(瓦冶) 놈의 아들인지 진흙에 짖 이기듯
사공의 큰놈인지 삿대로 찌르듯이
두더지 귀한 자식놈인지 곳곳이 뒤지듯이
평생에 처음이오
가슴속에 야릇해라.
전후에 나도 무던히 겪었으되
참말로
간밤에 그놈은 차마 못잊을까 하노라./
조선시대 사설시조의 한대목 이라는데
민초의 적나라한 삶이 엿뵈고
꾸밈없는 정감과, 부끄러움 없이 살냄새 를 그리는 마음을 질박하게 읊어 놓으니
21세기 오늘을 사는사람이나, 봉건시대를 살던사람이나
생활속에서 스치는 아랫도리 이바구는 다를바 없어, 참 쉽게 와 닿는다.
아마도 조선의 어느주막 아낙네 쯤이
사내냄새 물씬 풍기는 어떤 나그네 와의 아쉬운 하룻밤이 잘 그려진 사설이다./
(일주일 동안 끈질기게 비를 뿌리던 장마도 지나가고
이제 후덥지근한 한여름이다.
여전히 장마뒤끝 의 습도가 남아있어서 끈적끈적 하기만하고,
시원한 계곡으로, 뜨거운 햇살아래 검푸른 바닷가로, 떠나는 사람들이 마냥 부러운때인데
나같이 서울에 박혀 재미없게 사는이는
그저 평일날 가까운 실내수영장 에나 한두번 가서 혼자 허우적 대다 말것같고
이 거추장 스러운 여름이 어서 지나갔으면 싶다.)
노골적인 성을 주제로한 작품들이 많다고 하지요.
마지막연 묘한 여운을 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