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무지개 인권상
무지개 인권상 : 2006년도에 신설된 ‘무지개 인권상’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수여하는 인권상으로서 당해연도에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에 주요한 업적을 쌓은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부상으로 상금 100만원이 수여됩니다. 무지개 인권상과 무지개 콘텐츠상의 수상자는 매년 11월 말, ‘친구사이’의 전․현직 대표로 구성한 ‘무지개 인권상 선정위원회’에서 공개 추천을 받아 후보를 선정하여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제10회 무지개 인권상 >
수상자 - 문경란 (전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
- 선정의 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2015년 <제10회 무지개 인권상> 수상자로 문경란 전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선정하여 발표합니다.
문경란 전 위원장은 중앙일보 여성전문 기자 겸 논설위원 출신으로 지난 2008~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2012년 11월 서울시 인권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되었습니다. 문 전 위원장은 인권위 상임위원 시절,스포츠인권과 미혼모 학습권, 여성연예인 인권 등과 같이 가장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특별히 챙겼습니다.
문 전 위원장은 인권위를 파행으로 몰고 간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을 비판하며 상임위원 임기를 두 달여 앞두고 전격 사퇴했습니다. 이를 통해 알리바이 기구로 전락한 인권위의 실상을 고발하고 인권위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생명과 같은 것임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켜주었습니다.
서울시 인권위원장으로서는 서울시 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과 공무원 인권교육의 체계를 잡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특히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권고를 함으로써 서울시로 하여금 인권친화적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문 전 위원장은 2014년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인권헌장이 역사적으로 유례없이 시민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도록 제정의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인권헌장에서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려는 시도를 계속하였으나 문 전 위원장은 타협하지 않고 인권의 보편성과 차별금지라는 대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인권헌장이 시민위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문 전 위원장은 올해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축사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지를 공표하였습니다. 그러자 한국교회연합 등에서 문 전 위원장을 물러나라고 공격하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인권 강의나 일상 속에서 늘 성소수자 인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성소수자인권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문 전 위원장은 인권 문제는 합의의 대상이 아님을, 여론이 정할 문제가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하여 여야 정치인들이, 정부기관이,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눈치를 보면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워갈 때, 문 전 위원장은 인권의 원칙과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자신의 맡은 자리에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어떠한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무지개 인권상 선정위원회는 수상자의 이러한 노고가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알리는 데 공헌했고, 차별해소와 인권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수상자가 앞으로도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힘이 되는 활동들을 만들어내길 기대합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제10회 무지개 인권상>수상자 문경란 전 위원장에게 뜨거운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12월 11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무지개 인권상 선정위원회
수상소감
귀한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덜컥 수락을 했습니다. 요즘 가장 운동다운 운동을, 가장 운동답게 해나가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상을 주신다니 그 영광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수상소감을 쓰면서 많이 후회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무지개 인권상을 받을 만큼 뭔가 기여한 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섬세하지만 힘 있게 성장해왔습니다. 무지개 인권상은 이 멋지고 의미 있는 운동을 함께 하자고 선뜻 손을 내밀어 주신 것이며, 앞으로 뭐라도 좀 하라는 질책과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폭력과 혐오, 인권헌장을 통해 지키려던 존엄성과 인권이 어이없이 무너지던 순간, 이에 맞서 절박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견지하느라 안간힘을 쓰던 인권활동가들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무지개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저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던 한 변호사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농성장에서 밤마다 열렸던 재기발랄 문화제는 떠올리기만 해도 신이 납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인권헌장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혐오가 그 폭력에 맞서 존엄과 평등을 지켜야 한다는 저의 의지와 소신을 담금질했습니다. 인권 보루의 최전선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지난 한 해 동안 만났던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은 저를 성소수자 인권운동으로 초대하고 안내했습니다. 그 분들의 열정적인 활동과 헌신에 이끌려 문제의식을 키우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보려 했습니다. 멋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의 보편성과 차별금지라는 인권의 원칙을 지켜냈던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의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인권헌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서울시에 굴복하지 않고 시민위원들은 격론과 격론 끝에 마침내 인권의 보편성을 지켜내고 재확인했습니다. 평범한 시민위원들이 내린 결론이었기에 더욱 값진 것이며 우리에게 힘이 되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지개 인권상의 영광을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비록 인권헌장은 서울시에 의해 선포되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성소수자운동은 폭넓은 지지와 연대를 확산할 수 있었고 역량이 훌쩍 자라 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인권사상사를 쓴 미셀린 이샤이는 “인권의 역사는 폭풍이 인정사정없이 휘몰고 지나간 폐허를 몇 개 밖에 남지 않은 등불에 의지해 사방을 더듬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역정”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한국의 성소수자운동은 ‘폐허 속의 작은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등불이 꺼지지 않고 세상을 환하게 밝힐 때까지 손잡고 더듬더듬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10회 무지개 인권상 수상자 문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