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팬 순재에요.
리허설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쓸데없이 연습 나와서 노래는 꼬박꼬박 따라 부르더니
정작 테크니컬은 한 번 빠지고 말았네요. =ㅂ=;
죄송해요.
'07년인가 '08년에 사무실 처음 가서
종걸이 형한테 콩그래츌…이랑 UP 음반을 산 게 기억납니다.
벽장문을 열어, 북아현동 가는 길, 환절기
특히 많이 들었지요.
울컥해서 첫 소절도 못 따라 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공연은 3년 전이었네요.
밝힘 땐 쌍판댁에서 서빙 했고
열애 땐 합숙소에서 상모 돌렸죠.
2012년, 상병 때 휴가 나와서 군복 입고 혼자 본 체인G..
단원들 후기를 다시 찾아보니 그때도 지금처럼 우여곡절 많았고
공연 직전까지도 분위기가 위태로웠다 하네요.
그랬다던 체인G는 제가 평생 본 공연들 중에서
지금껏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재밌었답니다.ㅋ
그 전에도 그랬을 테고
그 뒤로도 분명 그래 왔겠죠.
제가 참 좋아했던 기생 할머니가 계세요.
“선생님, 춤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가 물었더니
“망 구십에 뭘 알겠습니까…마는
춤, 고것 참 맹랑한 것이지요.“
한참 걸려 한마디 하셨습니다.
무대란 참 신비롭지요.
어떤 작가는 ‘영혼을 재는 저울’이라 했답니다.
그 비밀의 열쇠가 무엇인지, 성패가 어떻게 좌우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공연을 업으로 삼은 분들과의
짧은 동행중에 배운 말씀으로는 내 욕심, 자존심…
두려움, 쪽팔릴 걱정보다 이 자리가 허락됨을 한없이 감사하는 눈물로
맘을 채우는 것이 첫째요,
지금 곁에 선 친구들을 향한 사랑과 조건 없는 신뢰,
함께하는 기쁨이 둘째라 하시더군요.
‘바라지’란 말도 참 지겹게 듣습니다.
합주할 때 갖춰야 할 제 일의 미덕이지요.
그러고 보면, 절묘한 즉흥 대신 철저한 약속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르지만
합창과 시나위/판굿에는 닮은 점이 참 많네요.
자신있는 준비로 완벽할 것을 기대했던 공연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와르르 무너지거나
기도 말곤 아무 것도 못한 채로 오른 무대에서 역대 최고의 환호를 받는
경우를, 저도 많이 보았습니다.
기술, 귄(매력), 뻔뻔함? 연습량, 자신감, 진심, 실력~ 노련미, 설렘, 절실함! 신선함, 과감함, 어쩌구, 어휴…
이 중에 절대적인 감동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이네요.
10년 넘게 공연을 해 오신 언니들 앞에서
주제넘게 무대 운운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한 번쯤 나눠 보고 싶어서요.
또한 지금 혹 불안하거나 맘이 복잡한 단원들 있다면
조금의 위로나 응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싶어… 편지를 보냅니다.
방금 막 간신히 일을 마쳤네요.
지금 누웠다간 제 시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없겠죠.
첫차로 출발해서 극장 앞에서 자는 편이 낫겠어요.
저는 콩깍지가 씐 채로
울고 웃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관객이라ㅎ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지만
분명 끝내 주는 공연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실수 없도록 할게요.
부디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이 생애 최고의 추억이 되기를…
꾸준히 자리 지켜준 순재에게(선재아님) 너무 많이 고마웠고, 모든 단원들이 초심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을거 같다.
이따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