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1번) 제가 동성을 좋아한다는 건 확실하고 변함이 없는데 제가 동성애자인지 트랜스젠더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성전환 수술을 하고 싶은데 동성애자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고 다른 트랜스젠더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보통의 트랜스젠더분들과는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저는 동성애자일까요? 트랜스젠더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중간쯤 되는 것 같은데...도대체 저는 뭘까요?
고민 2번) 성전환 수술을 하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격렬하게 반대를 하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민 3번) 저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 단체에 후원을 계속하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정말 심하게 반대
를 하세요. 그래서 몰래 후원을 할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민 4번)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엠넷의 슈퍼스타K6에 나가서 커밍아웃할
생각인데 저의 이런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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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 간간히 올려 주시는 사진과 글로 원석님의 근황을 잘 보고 있습니다.
게시판에서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고 계시다고 고백하셔서,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위로를 전합니다.
사람들은 신체의 질병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으면서,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 오해와 편견을 가집니다.
꾸준히 상담과 치료를 잘 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걱정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의 용어의 의미에 대해서는 “ 친구사이 게시판, 자료실, 용어 사전”을 참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몇 가지 지점을 함께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성정체성을 발견해 나간다는 것은 일련의 과정이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를 해야 합니다.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갔는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경험들도 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른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경험을 해석하는 바도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님의 경험을 타인과 비교를 해서 빨리 결정 내리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성정체성은 타인들- 다른 성소수자들, 가족, 이웃, 교사, 종교 지도자, 언론매체-에 의해서 선택 되거나 결정될 수 없습니다.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유 의지에 의해서 발견해 나가야 합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님의 몫이란 이야기랍니다.
둘째,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찾아 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스스로 성찰하고 탐색하기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타인들의 경험과 성찰은 타인들의 몫입니다.
성정체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으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을 수 있겠지만,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금 멀고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탐색을 해야 합니다.
타인과 님을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셋째,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가지는 의미를 차근차근하게 생각을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커뮤니티 사람들 중에 일부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차이를 이해를 못해서, 님의 감정과 생각을 소통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생물학적 성별이 있고( 일부 간성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교육과 훈육을 통해서 생물학적 성별에 맞게 자신의 성별을 표현하고 만족을 합니다.
이성애자들을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생물학적 성별과 스스로의 정신적 사회적인 성별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런 감정과 생각을 가진 우리의 자매. 형제들을 트랜스젠더라고 합니다.
트랜스젠더인 분 중에는 정신적, 신체적 성별일치를 통해서 삶의 만족감을 얻고자 호르몬 치료나 수술 등 의학적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을 성전환자라고 부릅니다).
일부의 분들은 의학적 조치 없이도 스스로를 트랜스젠더라고 확립을 할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체성에 대한 정의이기 때문에 누구를 사랑할 것 인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트랜스젠더이면서 성적지향은 동성애자(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결정하지 못한 사람, 무성애자, 이성애자 등 다양할 수 있습니다.
성별 정체성은 성적지향과 다른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진 생물학적 성별이 불편한 것인지, 남성성 여성성으로 대변되는 성별표현이 달라서 불편한 것인지, 사랑하는 대상의 성별이 동성이어서 스스로의 성별이 불편해 지는 것인지, 차근 차근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동성애자들 중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성별표현이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소통하고 싶다는 님의 욕구와 지역이라는 처지를 많이 공감하지만, 자신만의 모습을 찾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부모님의 반대를 무조건 님이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고 편견이 가득해서라고만 이해를 하는 태도는 이성애 중심의 사회가 우리 성소수자들에게 휘두르는 억압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녀가 커밍아웃을 한 이후 부모님이나 가족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성소수자인 자녀의 입장에서 원망스러운 반응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 부모님께 솔직하게 고백을 했을 때, 님의 내면에는 단순히 사실을 알리는 것 이외에 다른 욕구도 존재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도 그 너머에는 아직 님이 인식하지 못하는 걱정과 욕구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님의 힘든 점을 당신들이 이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걱정과 욕구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의 아프고 애달픈 것만 살피지 않고 타인이 아프고 애달픈 것도 함께 살펴야, 그것이 사랑이고 슬기로운 사람의 태도입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부모님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역적으로 거리가 멀지만, “ 성소수자 가족모임”에 부모님이 참석하시도록 권유를 하시거나,
모임 이후 속기록을 함께 읽어 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넷째, 커밍아웃은 중요하고 진지하며 아름다운 용기를 표현하는 행동입니다.
그동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님의 성정체성을 고백했던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보이지 않지만 그런 노력들이 하나 둘 모여, 결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제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믿습니다.
그러나 커밍아웃을 어떤 순간에, 누구에게, 어떤 계기로, 어떤 장소에서 하는가는 매우 다른 문제입니다.
커밍아웃의 운동 가치도 인정하고, 다른 성소수자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원석님의 아름다운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밍아웃이 운동으로서 가치도 있고, 다른 성소수자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 매우 진실해야 합니다.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커밍아웃을 하고자 한다면, 이는 진정한 커밍아웃이 아닙니다.
또 그런 커밍아웃은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가치가 위대하다고 해서 과정이나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성정체성은 우리 자신을 이루는 일부분이지 전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정체성이 근원적이지만 제 자신의 인격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정체성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꿈을 꾸고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가“
란 도전입니다.
원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알 수 없지만 원석님은 이 질문에 얼마나 깊이 살펴보고 계신지요?
커밍아웃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는 성정체성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내가 고백을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그 동안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슬프게 만들었던 그 모든 것을 용서하는 과정의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원석님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순간에 용서를 하고 계실까요?
지역에서 친구사이를 늘 응원을 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